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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May 17. 2024

허무의 일기


**2024년 5월 15일**


아침이 밝아오자마자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은 언제나 나를 고요하게 만들지만, 그 고요 속에서도 삶의 복잡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은 감사 준비로 시작되었다. 서류와 현장을 점검하는 이 과정은 반복적이고 단조롭지만 필수적인 일이었다. 이 모든 일이 끝난 후에도 마음 한구석엔 무의미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현장 점검을 하면서 나는 그저 메마른 흙을 밟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사무실 안의 모든 것들이 그렇게도 냉담하고 차가웠다. 그저 해야 할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묵묵히 수행했을 뿐이다. 정신건강 상담을 하는 동안에는 타인의 고통과 마주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작은 지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고통을 잠시나마 들어주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오후에는 출판사에 들렀다. 내가 쓴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은 잠깐의 성취감을 주었지만, 그 성취감은 금세 사라졌다. 출판사 직원들과의 대화는 기계적이고 형식적이었다. 책이 팔리든 말든, 그것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결국 글쓰기는 나의 개인적인 위안일 뿐,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요리 학원에 가서 새로운 요리 기술을 배웠다. 요리는 그저 일시적인 만족을 줄 뿐이다. 재료가 소모되고, 그 순간의 기쁨은 금방 사라진다. 오늘 배운 요리 기술이 내 삶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또 다른 반복일 뿐이다.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니 시계는 이미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루를 돌아보며 나는 오늘이 그저 또 하나의 지나가는 날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산책을 하면서 오늘의 일들을 되돌아보았지만, 특별한 깨달음은 없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좋아하는 책을 읽으려 했지만, 그조차도 나를 위로해주지 못했다.


결국, 오늘 하루도 끝이 났다. 성취와 배움, 그 모든 것은 무의미한 반복일 뿐이다. 내일이 오더라도, 그저 또 다른 하루가 될 것이다. 나는 오늘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일을 준비할 것이지만, 그 안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의 삶은 그렇게 덧없고,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흘러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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