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거창하지 않고, 아주 조용하게 온다
아이가 잠든 밤이면,
그때서야 비로소 나의 시간이 시작된다...
고요하고 조용히 불을 줄이고
거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있다.
집 안은 고요하고,
창밖에서는 멀리 지나가는 차 소리만 간간이 들린다.
그럴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출산 전의 나는 내가 꽤 단단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힘든 일도 스스로 넘길 줄 알고, 마음이 흔들려도 금방 다독이는 법을 아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를 품에 안은 순간부터, 그 단단함이 얇게 금이 가는 것 같았다.
울음을 멈추지 않는 아이 앞에서, 상처처럼 아팠던 새벽들이 있었다.
작게 헐떡이던 숨, 작은 몸에 가득한 걱정,
그 모든 것이 나를 한 겹 한 겹 벗겨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 태어난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더 느리고,더디고
조금 더 자주 흔들리는 사람이었다.
흔들린다는 건 결국,
내 마음이 살아있다는 뜻이었다.
아이가 나를 통해 자라고 있는 것처럼,
나 역시 아이에게서 자라고 있었다.
아이가 나를 울게 했던 순간들,
그 순간들이 지나고 보니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오래 잠들어 있던 감정들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걸 발견했다.
기쁨과 두려움, 사랑과 불안,
그 모든 감정의 결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안아보는 연습.
엄마가 된다는 건 그런 연습을 매일, 아주 조금씩 하는 일 같았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엄마로 살아가는 건
나를 버리는 일이 아니라
나를 다시 배워나가는 과정이었다.
요즘 나는 내 이름을 더 자주 떠올린다.
엄마이기 전에, 나는 분명 한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아이가 잠든 사이에 글을 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나를 잃지 않으려는 마음,
그리고 내가 계속 자라고 있다는 증거를 남기려는 마음.
언젠가 아이가 조금 더 자랐을 때
나는 이 밤들을 따뜻하게 떠올릴 수 있을까.
분명 그럴 거라고,
나는 믿는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단단해져 있을 테니까.
흔들리지만 무너지지 않는 사람으로.
엄마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