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명을 지우로 하기로 했어
어릴 때는 내 이름이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다들 이름이 하나씩 있었고, 그중 하나가 내 것일 뿐이었다.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면 아무 생각 없이 “네” 하고 대답했고, 친구들이 부르면 뒤돌아봤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였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 소리가 유난히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 이름인데도 마치 다른 사람을 부르는 것 같았고, 그 이름과 내가 잘 이어져 있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어딘가 어긋나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이름이 뭐 그렇게 중요하겠냐고, 다들 잘만 살고 있는데 굳이 바꿀 필요가 있겠냐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름이 불릴 때마다 느껴지는 그 작은 어색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크게 느껴졌다. 별것 아닌 것 같았던 감정이, 어느새 무시할 수 없는 무게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때부터였다. 혼자서 이름을 바꿔보는 상상을 하기 시작한 건. 노트 한쪽에 새로운 이름들을 적어보기도 하고, 휴대폰 메모장에 마음에 드는 이름을 저장해두기도 했다. 어떤 이름은 발음이 좋아서 끌렸고, 어떤 이름은 의미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여러 이름을 불러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어떤 이름을 갖고 싶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름 하나를 고르는 일인데도, 마치 나 자신을 다시 정의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이름이 정말 나랑 어울리는지, 나중에 후회하지는 않을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수없이 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가끔은 가족의 반응도 떠올랐다. 이 이름을 지어준 사람의 마음은 어땠을지, 내가 그 이름을 바꾸겠다고 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 생각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이름은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누군가의 기대와 시간이 담겨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결정을 미뤘다. 그냥 이대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면서. 하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계속 같은 질문이 반복됐다. “이 이름으로 평생 살아도 괜찮을까?”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이름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닌 것도 아니라는 것. 매일 불리고, 매일 써야 하는 단어라면, 적어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나는 개명을 생각하게 되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 더 나와 잘 맞는 이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물론 이름이 바뀐다고 해서 삶이 드라마처럼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성격이 갑자기 변하거나, 인생이 완전히 새로 시작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을 때 고개를 돌리는 그 순간만큼은 덜 어색해질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름은 나를 완전히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나는 그 이름으로 불리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그 이름이, 최소한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개명이라는 건,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이미 있는 나를 조금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