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와 리치 오디의 기적: 이탈리아 리치오디현대미술관 컬렉션> 후기
“손님, 오늘 유난히 더 생기가 있으신데요?”(검은 마스크 위 눈빛이 유난히 반짝거린다)
“아, 그런가요?” (딱히 다음 할 말을 찾지 못하고 고개만 떨궜다)
상가 지하 헬스장 운동 후, 늘 들르는 1층 단골 카페.
20대의 앳된 여사장님이 인사처럼 툭 던진 말이다.
오늘은 출근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내 분위기가 조금 더 가벼워 보였던 걸까.
정말 오랜만이다.
평일 휴가를 낸건.
긴 명절 연휴를 바로 코앞에 둔 화요일.
하루를 오직 나의 휴식을 위한 일정으로 채울 작정이었다.
이런 날.
나만의 예술 공간, '마이아트뮤지엄'이 빠질 수 없다.
‘클림트와 리치 오디의 기적; 이탈리아 리치오디현대미술관 컬렉션’.
이 전시에서 가장 내 눈길을 끈 작품은
단연코, 구스타프 클림트의〈여인의 초상〉이다.
클림트 생애 막바지에 그려진 이 작품은 이중 초상화다.
화려한 꽃무늬 옷을 입은 성인 여성의 그림 아래,
검은 챙모자를 눌러쓴 수줍은 소녀의 얼굴이 겹쳐 숨겨져 있다.
〈소녀의 초상〉이 주인을 찾지 못해 다시 화가의 손에 돌아왔을 때.
클림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왜 그는 이 소녀의 얼굴 위에 화려한 성인 여성의 모습을 다시 그려 넣었을까.
이제는 수줍은 모습 대신 세상 앞에 당당히 나서야 한다는 하나의 통과의례였을까.
그 순간.
이미 훌쩍 나이를 먹은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꿈틀거리는 소녀 영지의 학창 시절 감각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감각은 클림트의 초상화 앞에서 더 또렷해졌다.
이제 나는 이 그림을 볼 때마다 화려한 여인의 모습이 아니라
그 아래 내재된 검은 챙모자를 눌러쓴 소녀를 먼저 떠올릴 것 같다.
누구나 어리숙하고 창피한 어린 시절을 겪는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시간을 잊거나 지워버리고 싶어 한다.
완전하지 않았으니까.
지금의 내가 그때보다 더 나아 보이니까.
나 역시
학창 시절부터 20대 후반까지를
스스로 ‘내 인생의 흑역사’라 부르며
때로는 당시의 미숙함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마음은 조금은 달라졌다.
그때가 없었다면 더 단단해진 현재의 나도 없었을 것 같아서다.
오늘.
유리벽 너머 마주한 클림트의 초상화는 내게 이렇게 속삭였다.
“그냥 품어버려"
"네 안의 수줍고 미숙한 어린 시절까지 끌어안아."
"있는 그대로 네 모습, 모두를 담아야
그래야 진짜 너의 초상화가 완성되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