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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종찬 Apr 02. 2016

컬러드코인이란?

What is coloredcoin?

컬러드코인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통해 현물자산을 디지털 형태로 표현하는 일종의 자산 발행 레이어다. 오픈 에셋 프로토콜(Open Asset Protocol)이라고도 불린다. 비트코인의 스크립트 언어는 구조적으로 소량의 메타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입력하게끔 하는데, 이 기능을 통해 주식, 부동산 등기, 지적재산 등을 비가역적(immutable)이고, 위조가 불가능한(non-counterfeitable) 토큰 형태로로 나타낼 수 있다. 


이런 기술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비트코인의 투명성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최초의 거래(Genesis block)부터 현재까지 모든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있다. 만약 다수의 사람들이 특정 비트코인 트랜잭션에 "자산적" 의미를 부여하고 그 자산의 소유와 이전에 대한 권리를 인정한다면, 그 사람들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탈중앙 네트워크 동의(decentralized network consensus)를 통해 그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하고 투명하게 추적하며 매개 기관 없이 P2P 형태로 거래할 수 있다.


물론 중앙기관 없이 기술로서 소유권을 증명한다고 해서 컬러드코인이 법적인 지위를 가지는 건 아니다. 내가 소유한 부동산의 등기를 컬러드코인으로 토큰화하여 제삼자에게 넘기더라도, 실제로 그 거래가 법적 정당성을 가지지 않는다. 즉 컬러드코인 기술이 실생활에 쓰이려면 규제기관의 인증이 필요하다. 


물론 규제 밖의 자산을 이전하는 서비스라면 딱히 문제야 없을 거다. 예를 들어 아이유가 앨범 작업을 위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아이유코인 1000개를 컬러드코인으로 발행하고 크라우드펀딩으로 개당 1만 원씩 판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아이유는 자신의 지적재산, 즉 음원에 대한 미래 수익의 일정 부분을 구매자들이 보유한 코인에 비례하여 배당한다. 아이유의 신규 앨범 수익률, 배당금, 미래 기대가치에 따라서 아이유코인의 가치가 시장에서 변동된다. 즉 지적재산의 자산화라고 볼 수 있다.


위의 서비스의 경우 (법률전문가가 아니기에 100% 확신할 순 없지만)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이 컬러드코인을 통해 규제되는 자산을 발행, 분배할 경우 여러 문제에 직면한다. 






문제점

1. 비트코인의 보안은 전적으로 네트워크 동의를 이뤄냈을 때 얻는 채굴자들의 인센티브가 네트워크 동의를 이루지 않았을 때 얻는 인센티브보다 높다는 가정에 기초한다. 즉 룰을 따르는 것이 룰을 어기는 것보다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이론의 아버지, 존 내쉬(John Nash)


지금까지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공격당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매년 5000억 원에 가까운 채굴 전기비용이 네트워크 보호에 사용되는데, 그 많은 비용을 감수하고 네트워크를 공격할 만한 인센티브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조 원이 넘는 금융자산들이 컬러드코인으로 표현되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거래를 뒤집는 것(reversing)이 네트워크를 보호하는 것보다 더 금전적으로 이득이 되는 시나리오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나스닥이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상장기업들의 주식을 컬러드코인으로 구현해 비트코인 블록체인 위에 올렸다고 가정해보자. 수백조가 넘는 이 기업들의 주식가치가 시총 7조 원 정도의 비트코인 전체 네트워크보다 훨씬 가치 있게 된다. 비트코인의 게임이론(Game theory)이 무너지는 것이다.


**실제로 나스닥은 컬러드코인 기반 개발을 진행하다가 컬러드코인의 문제점을 발견한 후 Chain.com과 함께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전환했다.






2. 두 번째 문제점은 바로 거래증명의 주체다. 비트코인 위의 레이어인 컬러드코인의 거래는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증명한다. 즉 검열 저항적(Censorship-resistant) 비트코인 네트워크 안에서 익명의 증명자들(anonymous validators)이 금융기관의 자산을 검증한다는 뜻이다. 


중국의 채굴장


예를 들어 증권사 A가 증권사 B에게 삼성전자 주식을 팔았는데 예탁결제원과 같은 중앙 인증기관이 아닌 전 세계에 분포된 익명의 채굴자들이 그 거래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거래에 필요한 소량의 수수료까지 그 채굴자들에게 인센티브로 주어진다. 좀 과장하자면, ISIS와 같은 테러집단도 인터넷만 있다면 충분히 삼성전자 주식이전에 대한 작업 증명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뜻. 이는 단순히 법률을 개정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3. 컬러드코인의 마지막 문제점은 "SPV client"로 구동될수 없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노드들은 크게 풀 노드 클라이언트(Full node client)와 SPV 클라이언트(Simple Payment Verification client)로 나뉘는데 이 두 노드가 거래를 확인하는 방식이 다르다. 

출처 Mastering Bitcoin by Andreas M. Antonopoulos


풀 노드의 경우 이전의 모든 거래내역의 정보를 복사하여 보관하고 거래를 확인한다. 즉 트랜잭션의 "깊이"가 거래증명의 기준인 셈이다. 반면 SPV노드는 이전의 거래내역(블록)을 보관하지 않고 컨펌(confirmation)의 수를 거래증명의 기준으로 삼는다. 스마트폰이나 많은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지 않는 디바이스들은 무거운 풀 노드 대신 SPV노드를 이용한다. 


네트워크의 현재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선 자산의 최초 발행 시기부터 모든 거래 역사를 스캐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만약 컬러드코인을 통해 자산을 발행하면 수십 기가바이트, 미래엔 테라바이트가 넘는 블록체인을 모두 다운로드하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클라이언트의 보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물론 Coinprism과 같은 회사들이 제공하는 자산 추적 API이나 Coinspark의 연합형 자산 추적 서버(federated asset tracking) 같은 외부 서비스를 이용할 순 있다. 





우리 주변의 삶을 개선해준 많은 발명품들은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명됐다. 인류가 바퀴를 발견한 후 자전거, 자동차, 기차로 기술을 확장해나간 이유는 각각의 제품들이 서로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자전거로 갈 수 없는 거리를 가게끔 만들었고, 트럭은 일반 자동차로는 옮길 수 없는 큰 물체를 옮기도록 개발되었다. 


전자레인지는 군사용 레이더에 사용되는 마그네트론이라는 장비를 만들다가 우연히 개발됐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용도로, 다른 형태로 이용된다. 음식을 대피는데 최적화되어 재탄생한 것이다.

비트코인 백서 by Satoshi Nakamoto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은 탈중앙화 된 P2P 전자화폐시스템이다. 개발 당시 금융기관들을 위한 청산결제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반대로 그 금융기관들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다. 


금융기관들을 위한 블록체인은 금융기관들을 위해서 재탄생해야 한다. 컬러드코인은 기술적으로, 법률적으로 금융기관에 적용하기에 문제가 너무 많다. 무조건 "Permissionless innovation을 받아들이라!"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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