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uting JTBC debaters on Cryptocurrency
지난 1월 19일, JTBC에서 흥미로운 긴급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자로는 알쓸신잡에 출현했던 카이스트 뇌공학과 정재승 교수, 전 정치인이자 작가인 유시민,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의 창업자인 김진화, 경희대 한호현 교수가 참석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시민의 압승이다.
유시민의 논리가 맞아서가 아니라, 그에 대항하는 자들의 부족함 때문이다. 방송을 지켜보면서 각자의 논리에 굉장히 실망했고, 주장과 반박의 연속이 아닌 준비해온 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느껴질 정도로 흐름이 끊겼다. 이번 포스팅은 이번 토론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발언을 반박하는 글이다.
한호현 曰 (9:00~10:10)
"암호화폐는 가격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가치척도의 역할을 할 수 없고, 발행량이 정해져 있어서 경제발전에 다른 화폐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어 화폐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국가경제의 문제(?)가 발생하고, 화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
유시민 曰 (10:10~11:00)
"화폐는 교환의 매개 수단과 안정된 가치척도가 필수이고, 부수적으로 자산의 축장(저장)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비트코인은 실제 거래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으며, 자체 가치가 변하기 때문에 가치 측정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반박 : 누군가에게는 통화량을 임의로 증가시키고 소비를 촉진시키는 게 옳은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누군가는 통화조차도 가치저장의 수단 (store of value)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는 경제학적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통화량에 대한 주장은 비트코인의 탄생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다. 물론 주류 경제학 관점에서 일리는 있지만, 이 논제와 상관없는 이유는 A의 문제를 해결하는 B를, 여전히 A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무분별하게 화폐를 찍어내는 것에 대한 문제로부터 탄생했다. 사토시가 남긴 메시지 (The Times 03/Jan/2009 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권력자들은 대중이 아닌 그들의 이익 (은행 구제금융, 전쟁 등)을 위해 통화 발행권을 이용했고, 사토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통화량을 제한한 알고리즘 기반의 디플레이션 기반 화폐 (Deflationary currency)를 만든 것이다. 반대로 알고리즘에 의해 통화량을 늘리는 인플레이션 기반 암호화폐도 존재한다. 발행량의 제한은 철학/사상적 차이이지 기술적 결함이 아니다.
유시민 작가의 주장처럼, 가치 변동성에 따른 가치척도의 어려움 때문에 '현재' 암호화폐가 (법정화폐와 유사한 규모의) 화폐로서 역할을 하기 어려운 것은 맞다. 다만 화폐가 결코 '될 수 없다'거나 화폐가 '아니다'라는 주장은 틀렸다.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커머스에 사용되고 있다. 내가 사용하지 않고, 주위에서 목격할 수 없다고 해서 사용 자체를 부정해선 안된다.
비트코인 결제업체인 BitPay의 통계를 보면, BitPay의 2017년 결제량은 2016년에 비해 326% 증가했고 매달 1억 개의 결제를 체결하며, 거래량은 연 10억 달러다. 내가 암호화폐는 화폐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버리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의 적용은 결코 논리의 영역이 아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 때문에 '현재 상황만 보고' 미래 가능성을 배제한다.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 아이디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지불하고 숙박할 수 있게 하는 아이디어'를, '영화와 드라마를 인터넷에서 보게 하는 아이디어'를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 미친 아이디어들이 아마존, 에어비엔비, 넷플릭스를 만들었고, 그 기존 사업자들은 다른 살길을 찾아야 했다. 지금이야 범용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 당시에는 말 그대로 '미친' 아이디어였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벤처투자자의 길로 가시길...)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2008년 익명의 개발자가 컴퓨터 하나로 시작한 고작 3천 라인의 코드에 한 명 한 명 동참하기 시작했고 (버블이겠지만) 수백조 규모의 금융이 탄생했다. 아니나 다를까 보수적인 금융기관까지 들어오기 시작했다. 논리적이든 아니든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하고, 그 규모 (투자규모가 아닌 거래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시장 적용의 비논리성은 비즈니스, 패션, 의료, 종교 등 모든 영역에서 존재한다.
정재승 曰
"일부가 암호화폐를 화폐로 보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물물거래를 직접 겪지 않고, 거래소의 숫자로만 접했기 때문에 화폐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만약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라면, 코인을 발행해서 올라온 글의 좋아요에 따라 화폐(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양질의 글과 광고효과를 높일 것이다." "만약 페이스북 코인을 받은 사람은 아마존 코인으로 바꿔 물건을 살 수 있게 된다면, 가격 변동성이 줄 것이다고, 그렇게 되면 가치를 저장하고 매개로 사용할 수 있으며, 누구나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화폐로서 가치를 충분히 가진다."
김진화 曰
(암호화폐가 현재 투자가 아닌 화폐로 사용되고 있느냐는 유시민 작가의 질문에) 나는 화폐를 세 세대, 즉 상품기반 화폐 (금속화폐), 금 태환을 중단한 불환화폐 (정치화폐), 그리고 알고리즘 기반의 화폐 (암호화폐)로 나눈다." "현재 정치기반의 화폐가 하는 일을, 암호화폐가 못하기 때문에 화폐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은 근대적 개념에 갇혀있는 것이다."
반박 : 이건 무슨 소린가 싶었다. "내가 저커버그라면 ~을 하겠다"가 무슨 반박인가. 페이스북 코인이 아마존 코인과 교환되고 사용되면 가치 변동성이 줄어든다는 것 역시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더구나 누구나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화폐로서 가치를 가진다니..
법정화폐는 국가가 통화량을 '통제' 하기 때문에 가치 변동성이 적다. 암호화폐의 가치는 시장이 '판단'한다. 시장 가격의 안전성과 사용의 증가는 관련이 적고, 오히려 사용자가 증가하면 가격은 오르게 되어있다.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수요가 많아지는 반면에 그만큼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진화 대표의 말도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았다. "화폐로 사용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근대적 사고에 갇혀있다는 답은 전혀 토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캐치할 수 있는 논점은 "현재 화폐로 사용되고 있다"라고 암호화폐 업계 사람들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많은 사람이 암호화폐를 화폐가 아닌 금, 즉 가치보존의 수단으로써 가치만 가진다고 생각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암호화폐는 분명 화폐로 사용되고 있다. 법정화폐와 비교했을 때, 또 투자로서 거래규모와 비교했을 때 적은 것뿐이다.
유시민 曰 (17:00~18:10)
"현재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하려면, 1000 사토시를 수수료로 내게 돼있고, 현재 15배 정도의 수수료를 내야 결제가 체결된다." "이러한 기술적 결함으로 비트코인은 '현재' 화폐가 될 수 없다." "비트코인이 '현재' 화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미래에 화폐가 될 수 있는가를 논하면 쉽게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진화 曰
"나는 재작년부터 비트코인이 소비자 화폐 (consumer currency)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정재승 曰 (18:20~19:46)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기술적 한계로 인해 확장성이 떨어진다. 다만 이 기술적 한계는 빠른 속도로 극복되고 있다." "현재 암호화폐는 화폐로서 역할을 할 수 없지만, 암호화폐가 가지는 기술적인 기능을 잘 다독여서 실제로 매장에서 거래되게 한다면, 많은 사회적 혜택이 있을 것이다."
유시민 曰 (17:00~18:10)
"비트코인이 성장시킨다고 화폐가 될 수 있냐는 게 질문이다."
김진화 曰
"비트코인은 될 수 없다." "비트코인은 다른 용도로 개발되었다. 애초에 개발자가 1초에 7번 거래되도록 제한해놓았기 때문에 다른 암호화폐가 화폐가 될 것이다."
유시민 曰 (17:00~18:10)
"지금까지는 화폐가 아니라는 것은 알겠다. 다만 미래에 비트코인이 화폐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반박: 유시민 작가가 리서치를 많이 한 듯하다. 다만 복잡한 비트코인 확장성 논란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고, 이를 산업 밖에 있는 사람이 완전히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도입하려는 비트코인 코어와, 블록 사이즈를 올린 비트코인 캐시 간의 경쟁구도가 있는 상황까지 유시민 작가가 이해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으니 그렇다 쳐도, 유 작가의 질문에 대한 답이 총체적 난국이다.
비트코인은 확장할 수 없고, 다른 암호화폐가 화폐가 될 것이며, 애초에 비트코인은 디지털화폐로서 개발된 게 아니라는 말까지 나왔다. 비트코인 백서의 제목은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다. 백서의 초록만 읽어봐도, 금융기관 없이 개인 간 화폐 (Cash)를 주고받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나온다.
비트코인이 초당 7회의 거래밖에 처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블록 사이즈를 1MB로 제한해 놓은 이유는) 참여자가 별로 없던 초기 네트워크의 상황을 반영한 결정이었고, 블록 사이즈를 올려 초당 거래수를 올리는 건 처음부터 계획되어있었다. 확장시키지 않으려고 제한해놓은 게 아니다. (사토시가 사라지고 새로운 개발팀이 라이트닝 네트워크 등의 외부기술로 해결하고자 강제로 1MB 블록 사이즈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따른 반발로 비트코인 캐시가 나왔다.)
"현재는 화폐가 아니지만, 암호화폐의 기술적 기능을 잘 다독여서 실제로 매장에서 거래되게 하면 사회적 혜택이 있을 것이다"라는 정재승 교수의 주장 역시 그냥 던지는 말이다. 어떤 기술적 기능을 잘 다독여서 매장에서 거래되게 하는가. 시장의 기본 법칙은 합의다. 암호화폐가 화폐로서 기능하려면, 사용에 대한 수요가 있어야 적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