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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에 대하여
by 백종찬 May 10. 2018

토큰 이코노미에 대하여

About Token Economy

블록체인 산업의 키워드는 항상 빠르게 변해왔다. 이번엔 토큰 이코노미 (Token Economy)다.  


행동심리학 (Behavioral Psychology)
토큰 이코노미는 사실 행동심리학에 시초를 둔 용어다. 어떠한 행동을 이끌기 위해 ‘토큰’을 보수로 주고, 그 토큰은 무/유형의 가치와 교환됨으로써 그 행동을 강화하는 방법을 뜻한다. 예를 들어 아이의 수학교육을 위해서 문제를 풀면 그에 상응하는 토큰을 제공하고, 그 토큰은 음식, 장난감 같은 ‘유형의 보상’ 또는 텔레비전 시청, 자유시간 등의 ‘무형의 보상’과 교환된다. 특정 행동을 강화하기 위해 충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하고 그 보상과 토큰의 교환 역시 합리적이어야 한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에서 얘기하는 토큰 이코노미의 개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보상과 교환되는 토큰이 부여되는 게 아니라, 토큰 자체가 금전적 가치를 지니고, 시장에서 가격이 정해진다. 즉 내가 기여하는 만큼 받은 토큰 자체에 환금성과 유동성이 생긴 것이다. 토큰 자체에 시장이 생기다 보니, 사용자는 세 가지 옵션이 생긴다.

1. 토큰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그대로 보유 (Hold)

2. 토큰을 비교적 안정적인 화폐로 교환하여 원하는 상품과 재화를 구매 (Exchange)

3. 다른 블록체인 서비스의 토큰과 교환하여 그 서비스에 사용 (Use)


블록체인 기술 자체의 장점과 이를 통해 생겨난 사용자의 세 가지 옵션은 행동심리학의 토큰 이코노미의 문제점을 해결했는데, 그 문제는 아래와 같다.


위 4가지 문제점은 토큰의 발행/지불/교환가치/비율을 정하는 주체가 중앙 주체기 때문에 발생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이코노미에서 토큰의 가치는 시장의 수요공급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에 현실의 서비스/재화의 교환가치 및 비율이 합리적이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상 모든 거래/이체 내역이 원장에 공개되고, 특정인의 권위가 아닌 공개된 알고리즘으로 구동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공정하면서 중앙 주체를 신뢰할 필요가 없는 구조이다.   



인센티브

궁극적으로 토큰 이코노미가 하고자 하는 건 인센티브를 통한 네트워크의 확장이다. 사용자들이 네트워크를 사용하도록 (행동강화) 인센티브를 주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함으로써 나은 사용성과 범용성을 이루게 되면 (이론적으로) 토큰 자체의 가격이 올라서 더 많은 인센티브를 얻는다. 초기에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이 더 많은 인센티브를 얻어갈 확률이 높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구성하려는 자들이 처음 겪게 되는 닭과 달걀의 문제 (사용자 유입과 네트워크 가치)도 어느 정도 해결된다.  


비트코인이 좋은 예다. 채굴자들은 비트코인 네트워크 보안을 유지하는 대신 비트코인 발행을 통한 이득 (Seigniorage)과 거래를 검증하여 얻는 수수료 (Transaction fee)를 인센티브로 얻는다. 사용자는 비트코인을 이용함으로써 사용가치 (utility value)를 얻는 대신 네트워크 자체를 유용하게 만들고, 투자자는 수익창출의 기회를 얻는 대신 나은 사용성을 위해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한다. 비즈니스 역시 사용자들을 위해 더 나은 사용가치를 만들어내고 네트워크를 확장시킨다. 즉 각자의 인센티브가 전체 네트워크의 인센티브로 직결된다.



교환경제 (Barter Economy)

토큰 이코노미는 다른 말로 물물교환 경제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온 괴상한 현상은, 교환경제의 비효율성을 해결한 화폐경제 (Money economy)를 다시 교환경제 시스템으로 되돌린 것이다. 먼저 교환경제와 화폐경제에 대해 알아보자.

기본적으로 교환경제가 구현되려면 '상호 간 욕구의 이중 부합 (Double Coincidence of Wants)'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환이 거래자 간의 욕구가 정확히 일치해야만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위 사진처럼 철수는 쌀을 가지고 있고 영희는 달걀을 가지고 있을 때, 철수가 계란 프라이를 먹고 싶으면 영희도 밥을 먹고 싶어 해야 하고, 철수와 영희 간의 욕구가 서로 부합되지 않을 경우 교환할 수 없는 게 교환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다.


상호 간 욕구의 이중 부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철수의 쌀과 영희의 계란을 모두 원하는 길동이가 필요하다. 길동이는 우유를 가지고 있고, 쌀과 달걀 모두 교환하고 싶어 한다. 만약 영희와 철수가 길동이의 우유를 원할 경우 철수의 쌀과 영희의 달걀은 욕구의 이중 부합이 없어도 거래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형태의 거래가 일어나려면 각 참여자들이 재화 간의 교환비율 (exchange rate)를 알아야 하고, 길동이가 생산할 수 있는 우유가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길동이의 우유가 교환되려면, 우유의 보관비용(demurrage)과 쌀과 달걀의 '미래'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화폐'는 길동이의 우유와 동일한 역할을 한다. 우유가 가진 생산성의 제한과 보관비용을 줄인 것뿐이다. 또한 궁극적으로 화폐는 교환비율을 정해야 하는 기준을 하나로 정함으로써 단위체적 (unit of account)의 역할을 하고, 국가는 재화 간의 교환이 범용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법적으로 (강제적으로) 매개수단 (medium of exchange)의 역할을 부여한다. 이렇게 교환경제의 비효율성을 화폐경제로 대체했고, 우리는 현재 국가가 화폐를 특정 자산을 기반으로 발행하지 않는 신용경제로 발전했다.



블록체인과 교환경제

블록체인의 토큰 이코노미는 곧 교환경제다. 철수의 쌀과 영희의 달걀이 토큰화 된 것뿐이다.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술이 가진 특성인 범국가성 (borderless), 탈중앙성 (decentralization), 무신뢰성 (truslessness) 등이 전 세계 어디든 이러한 토큰을 받아들이고 교환될 수 있게 만들었다.


블록체인은 토큰을 디지털화하기 때문에 기존 교환경제의 문제점인 교환비율의 (exchange rate) 복잡성 문제를 해결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탈중앙거래소(DEX), 원자적 스왑 (Atomic Swap) 등으로 시장에서 교환비율 (가격)을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다. 사용가치 (utility value) 또는 미래가치 (security value)가 디지털 토큰의 형태로 환금성과 유동성을 가지기 때문에 교환경제가 가능해진 것이다.

결국 두 경제형태를 구조상으로 비교하면, 현재 화폐(신용) 경제는 허브모델 (Hub model)으로서 단일의 법정화폐만이 재화/서비스와 교환비율 (가격)을 가진다. 블록체인 토큰 이코노미는 완전 그래프 (Complete graph) 형태로서 모든 재화/서비스가 연결될 수 있다. 토큰 (재화/서비스) 간의 유기적인 연결이 가능하다.



산업의 방향성
위에서 토큰 이코노미에 대해 설명해봤지만, 과연 이게 바람직한 모델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ICO라는 자금 유치 방식을 통해 서비스 사용에 필수요소가 아닌 토큰들이 무분별하게 발행되는 것이 블록체인 플랫폼 자체를 희석시키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리 거래소를 통해 시장적으로 교환을 효율화한다고 해도, 허브모델의 사용자 경험이 근본적으로 나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 다양한 서비스들이 각 서비스에 특수한 화폐가 발행하여 통화로서 사용되게 하는 것보다, 플랫폼에서 통용되는 기축 암호화폐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확장시킨다. 비트코인 플랫폼 위에서 거래소, 지갑, 소셜네트워크, 커머스, 결제서비스 등이 생겨나면서 비트코인 네트워크 자체의 가치를 올리고 확장했던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어떤 형태로 생태계가 꾸며질지는 모르겠지만, 참 빠르고 다이내믹한 산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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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금융, 블록체인/분산원장에 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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