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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종찬 Nov 20. 2015

장외주식 시장과 블록체인

Blockchain for pre-IPO stock market

국내 비상장 주식 거래는 한국 금융투자 협회가 운영하는 K-OTC 시장(비상장 공개회사 대상)이나 38 커뮤니케이션(비상장 비공개회사)과 같은 사설 온라인 채널에서 게시판 형태로 거래된다. 상장 주식처럼 거래소가 없고, 게시판에 주식 매수/매각 의사를 밝힌 후 이메일이나 전화로 확인 한 다음 거래하는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개인 간의 신뢰가 필요한 만큼 사기도 많다.


현재 시스템에선 구매한 주식을 인증,  보호하기 위해 또 투표권 행사나 배당금 분배를 위해 주식 발행자가 투자자의 신원과 주소를 관리해야 한다. 증권의 발행과 유통이 전자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고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자화된 증권 시스템 위에 기업이 주식을 자유롭게 발행, 분배, 관리할 수 있고 기업 내부 또는 외부에서  조작할 수 없으며, 배당금도 투명하게 배분되는 시스템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로 블록체인 기술이 언급된다.


핀테크 핵심 '블록체인'…전자증권법 통과되면 탄력 받을까 - 머니투데이

장외주식 거래 활성화, 블록체인 기술이 ‘키’  - 디지털 데일리

나스닥, 비트코인 핵심 기술 "블록체인" 품는다  - 블로터


금전 가치를 가지는 주식 문서를 전자화하는데 필요한 요소는 두 가지다. 소유권을 증명 및 인증하고 자유롭게 이전하는데 필요한 신뢰와, 증서의 조작이나 이중 이전(double spending)을 방지하는 보안.



먼저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어떻게 증권을  전자화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chain)  예. Bitcoin

    1. 컬러 코인(Colored coins)

    2. 메타 코인(Metacoins)  예. Omni, Counterparty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

    3. 컨소시엄 블록체인(Consortium blockchain)  예. R3CEV

    4. 기업형 블록체인(Fully private blockchain)   예. Eris industries


컬러코인

퍼블릭 블록체인(편의상 이하 비트코인) 기반의 컬러코인은 소량의 비트코인에 “색”을 입혀 현물자산(off-chain asset)을 디지털 자산(on-chain asset)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자산의 개인 키 보유자는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통해 제 3자의 간섭 없이 직접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어느 정부 및 금융기관도 컬러코인을 법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다. 내 자산을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입력한 후 개인 키를 다른 사람에게 이전했다고 해서 그 자산 이전이 법적 효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컬러코인 기반의 스타트업: ChromaWay, Coinprism, Colu, Coinsciences


메타코인

내장형 동의 시스템(Embedded consensus system)이라고도 불리는 메타코인은 비트코인 블록체인 위의 자산 발행 레이어다. 컬러코인이 특정 UTXO(unspent transactions output)와 연결됐다면, 메타코인은 주소(addresses)에 입력된 메시지다.


컬러코인과 같이 이 시스템은 비트코인의 채굴(Proof of Work) 시스템의 네트워크 보호와 증명을 받는 동시에 자체 통화 시스템을 가지고 자유로운 자산 발행이 가능하다.

*주요 메타코인 플랫폼으로는 Omni(전 Mastercoin)와 Counterparty가 있다.


컬러코인과 메타코인이 개발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새로운 네트워크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둘째,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7년간 쌓아온 네트워크의 신뢰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컬러코인과 메타코인의 문제점

5개월 전 대형 증권거래소인 나스닥(Nasdaq)이 컬러 코인 기반의 스타트업인 Coinprism과 협력하여 장외주식 거래소 개발을 진행했었다. Pre-IPO 기업 주식의 해쉬를 컬러코인을 통해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입력하여 인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나스닥은 블록체인 개발 API 기업인 Chain과 컬러코인이 아닌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통한 장외주식 시장을 개발 중이다.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왜 그럴까?


문제는 인센티브다. 채굴자들은 컬러/메타코인과 같은 형태의 자산 거보호하고 인증할 인센티브가 없다.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메타코인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 트랜잭션을 블록 재조정(block reorganization)과 이중 송금(double spending)으로부터 보호한다. 실제로 지금 컬러코인이나 메타코인이 잘 운영되는데 뭐가 문제냐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는 아직까지 공격의 대상이 될만한 가치 있는 자산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메타코인을 통해 주식을 발행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삼성전자 주식으로 발행된 메타코인의 가치가 네트워크 공격을 위해 감당해야 할 비용보다 높다면 공격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블록 재조정과 이중 송금으로부터 컬러/메타코인 자산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비트코인 네트워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비트코인은 익명의 사람들이 허가 없이 비트코인 거래증명 과정(채굴)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개 무허가형 네트워크(Public, permissionless network)다. 즉 ISIS나 북한처럼 외부세계와 금융거래가 단절된 곳에서도 전기와 인터넷만 있으면 누구나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다. 때문에 한국과 미국 간의 비트코인 거래를 ISIS 대원이 증명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컬러/메타코인을 통해 발행된 자산은 명목상 소량의 비트코인을 통해 송금되는데, 만약 삼성전자 주식을 송금하였을 때 생성되는 비트코인 트랜잭션 수수료나 삼성전자 정보가 포함된 비트코인이 ISIS나 이란과 같은 금융제재(sanction) 국가로 송금된다면 어떻게 될까? 어떠한 법률적 해석이 이와 같은 현상을 적법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게 퍼블릭 블록체인의 한계다. 주식 발행은 물론, 기관 금융거래로는 부적합한 기술이다. 비트코인은 은행 계좌 없는 20억 명을 위한 P2P 화폐, 국제 송금 채널, 소액결제 채널, 비금융 문서 인증 정도로만 사용돼도 충분하다.



컨소시엄 블록체인

컨소시엄 블록체인은 미리 선정된 여러 기관이 컨소시엄을 이루고 기관들이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를 복사하여 보관하는 방식이다. 각 기관이 한개의 노드씩 담당하고 이 노드들이 동의를 이루어야 거래가 생성된다. 


여러 증권회사들과 블록체인을 설계한 기업, 또 가능하다면 정부기관이 참여한다. 해커가 장부를 조작하려면 컨소시엄에 가입된 기관들의 과반수 이상을 모두 공격해야한다.



기업형 블록체인

한 개체가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기업형 블록체인(Fully private blockchain)은 사실 암호 감사(cryptographic auditability) 기능이 추가된 기존의 중앙 데이타베이스라고 봐도 무관하다. 금융 예탁결제원이나 증권회사가 자체적으로 인증하고자 한다면 이걸 쓰면된다. Eris industries, openchain 등의 회사들이 프라이빗 블록체인 개발 툴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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