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어설픈 나의 생각들 009
화폭 가득 피어난 아이리스 꽃들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고흐의 붓 터치는 정교한 묘사와는 그 결이 다르다. 꽃의 형태는 명확한 윤곽선보다는 수많은 붓 자국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꽃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한 점에 집중해 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꽃잎의 생생한 움직임과 역동성은 사라지는 듯하다. 반대로, 꽃 전체의 역동적인 생명력을 느끼려 하면, 개별 꽃잎들의 정확한 위치는 모호해진다. 마치 꽃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고 할수록 그 움직임이 불확실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반 고흐 '아이리스' 1889
특히, 배경의 노란색 꽃밭과 아이리스의 푸른 잎사귀들은 서로 뒤섞여 경계가 느슨하다. 어디까지가 아이리스의 잎이고 어디부터가 배경의 흙과 꽃인지 알듯 하면서도 뚜렷이 구분하기 모호하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경계를 찾아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그림 전체의 조화로운 생명력은 흩어지고 만다. 이 그림은 '경계'라는 것이 얼마나 불확실한 개념인지 묵상하게 한다. 모든 존재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명확하게 분리될 수 없는 불확정성의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왼쪽 흰색 아이리스 꽃은 더욱 극적인 불확정성을 보여준다. 주변의 푸른 꽃들과 달리 홀로 존재하는 듯하지만, 그 존재감은 배경의 꽃들과 어우러져 더욱 강렬해진다. 이 꽃은 '흰색'이라는 확고한 정체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환경과의 불확실한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그 의미를 확장시키려는 의지의 구심점이다.
고흐는 이 그림을 그릴 당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다고 한다. 그의 내면은 아마도 격렬한 불안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불확실성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림 속에 서정적으로 담아냈다. 이 그림은 명확하고 안정적인 현실을 묘사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성의 세계를 그만의 독특함으로 표현하고 있다.
고흐의 '아이리스'를 통해 나는 삶의 모든 순간이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음을. 우리가 어떤 것을 정확히 알려고 할수록, 그 외의 다른 것들은 불확실해지는 관계를 생각나게 한다.
이 그림은 불확실함이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의 역동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찬란한 아름다움의 원천일 수 있다는 것을 그림 밖으로 이야기해 주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