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어설픈 나의 생각들 011
거대한 물소의 등에 올라앉아
물소와 일체가 되는 상상을 해 본다.
이 물소는 나이고, 나는 물소이다.
물소가 걷는 이 길이 내가 걸어야 할 길이고,
물소의 눈에 비치는 저 거대한 산이 바로 나의 꿈이자 넘어야 할 벽이다.
김남효, 리커란, LI KERAN (1907-1989), Boy and Buffalo in Spring. 그림 참고하여. 새로 작품.
나는 지금 물소의 등에 걸터 있지만, 동시에 나는 저 산 위에 서 있는 나 자신을 상상해 본다. 그 산은 너무 높고 거대해서, 나는 결코 오를 수 없을 것만 같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이미 그 산 정상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내 존재를 의식하게 된다.
물소 등 위에서 산을 올려다보는 나와, 산 정상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내가 양자 중첩되어 있는 것이다.
나의 삶은 바로 이 그림과 같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있지만, 동시에 나는 무수히 많은 다른 가능성의 세계에서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직면하고 있다. 물소처럼 묵묵히 나의 길을 걸어가는 나, 산 정상에 올라 환호하는 나, 그리고 저 거대한 산 앞에서 절망하는 나. 이 모든 '나'들은 서로 다른 시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나 존재 안에서 동시에 중첩되어 존재하는 것이다.
이 그림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너는 지금
어떤 모습이든 괜찮다고.
너는 이미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존재라고.
물소의 등에 앉아
느릿느릿 걸어가는 너의 모습 또한,
산 정상에서 빛나는
너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