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 리더십: 주기와 받기

by 누룽지조아

존경받는 아빠보다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아빠가 되고 싶다. 존재감을 감춘 아빠다. 애들 인생은 애들이 무대의 주인공이다. 아빠는 애들 인생에 티 나지 않는 무대의 배경으로 남고 싶다. 애들에게 공기 같은 존재다. 맛, 냄새, 소리, 촉감이 없어 평소에는 있는지 잘 모른다. 아빠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순간 주인공인 애들이 존재감 있는 아빠에 치일 것 같다. 애들이 아빠의 존재감을 못 느끼고 사는 게 부모 노릇을 가장 잘하는 것 같다.


애들에게 교육 안 시키는 아빠는 아니다. 교육시키고, 환경 조성에 힘쓰며, 도와준다. 애들은 강압적으로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느껴서 한다.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자기라고 생각한다. 잘되든 안 되든 남 탓할 수 없다. 아빠는 많이 넘어졌다가 일어나는 애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웃는다.


애들에게 존경할 만한 롤모델을 따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아빠도 아니다. 다만, 롤모델을 따라만 하는 게 아니라 참고하여 주체적으로 사는 아이로 자라도록 조용히 교육한다. 롤모델처럼 안 되어도 실패가 아니다. 나는 나일 뿐이다.


사람들은 보통 존경받는 리더, 두려워하는 리더, 존재감 없고 존경해 주는 리더 순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노자의 생각은 다르다. 존재감 없고 존경해 주는 리더, 존경받는 리더, 두려워하는 리더 순으로 생각했다.


소통, 자발성, 만족 측면에서 비교한다. 두려워하는 리더는 소통 안 하고 명령과 지시로 따르게 하는 리더이다. 리더와 구성원 간의 소통이 일방적이다. 힘으로 통제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그 리더를 무서워한다. 카리스마 내뿜는 리더로 권위적이고 강압적이다. 무서운 리더가 시키고 구성원은 억지로 하므로 불만이 쌓인다.


존경받는 리더와 존재감 없고 존중해 주는 리더 중 누가 리더십을 더 잘 발휘할까?


‘존경받는 리더는 앞에서 구성원을 끌어준다.’ 존경받는 리더가 롤모델이 되어 앞에서 구성원을 끌어주고 구성원이 뒤에서 따라간다. 존경받는 리더는 남들 보기에 완벽하고 화려하다. 주관이나 자아 정체성이 뚜렷하고 결단력이 있다. 리더는 구성원이 자기만큼 못하면 그 일을 왜 못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구성원이 처한 환경이 다르고, 능력 등이 잘난 리더를 뒤에서 따라가야 하므로 구성원에게 부작용이 있다. 따라가기 버겁다. 하늘 같은 리더와 같이 있는 게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스스로 하는 게 아니고 롤모델이라는 외부 자극이 행동을 유발하므로 자발성이 낮다. 외부동인에 의한 동기 부여로 단기적이고, 결과 중심적이다. 구성원은 리더 같이 꼭 되고 말 거라는 집착을 한다. 구성원이 열심히 노력해도 뛰어난 리더를 뒤에서 따라가기 쉽지 않다. 몸에 힘이 들어가고 제풀에 지쳐 만사에 흥미를 잃고 중도 포기한다. 실패하는 경우 리더보다 못난 자기를 원망하고 좌절한다. 실패를 두려워한다. 리더라는 롤모델은 환경이 변하는 경우 구성원에게 지속적인 자극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마음의 무게 중심이 자기 밖의 리더에게 있다. 실패하면 넘어지고 혼자 못 일어난다. 주인공인 구성원이 돋보이는 배경에 묻힌다. 구성원은 일을 잘하더라도 스스로 해낸 게 아니라 리더를 따라 했을 뿐이라고 생각하여 만족감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부모가 명문대를 졸업하였고, 주변 사람들은 그 집 부모가 훌륭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자녀도 부모를 존경했으나, 나도 부모만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밀려왔다. 자녀는 부모를 따라 하려고 무던히 애썼지만 부모만큼 성적이 안 나와 실망했고 자기가 못났다고 자책했다. 존경하는 부모와 같이 있으면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잘하는 부모를 넘기 어렵고 부모의 수준에 도달해도 아주 신나지 않는다.


‘존재감을 감추고 존중해 주는 리더는 구성원을 뒤에서 밀어준다.’ 존재감을 감춘 리더는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하도록 뒤에서 밀어준다. 구성원은 훌륭한 리더가 존재감을 감춰 훌륭한지 모른다. 존재감을 감춘 리더는 남들 보기에 어눌하고 소박하다. 모호하고, 느슨하며 조심성이 있어 우유부단하다. 구성원에게 허공 같은 존재다. 존재감을 감춘 리더는 구성원이 자기만큼 못해도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고 도와준다.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 구성원은 소박한 리더와 같이 있으므로 편안하고 부담스럽지 않다. 리더는 뒤에서 지켜보고 도와주며 스스로 하도록 놔둔다. 구성원이 스스로 하므로 자발성이 높다. 자기주도 학습과 유사하다. 길게 볼 때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이다. 구성원은 리더와 비교 자체를 하지 않으므로 리더만큼 못한다고 좌절감이나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다.


구성원은 스스로 해낼 때 즐거움을 느낀다. 리더가 보상과 처벌을 사용하면 오히려 문제 해결 능력을 감소시킨다. 자발적으로 하던 구성원이 보상과 처벌에 신경을 쓴다. 잘할 때 보상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못할 때 왜 자꾸 이런 것까지 시키냐고 반발한다. 리더는 과정에 대해 칭찬을 하며, 실패하더라도 너무 뭐라고 하지 않는다. 구성원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응원해 준다. 실패하면서 한 단계씩 성장한다. 이런 리더와 있는 구성원은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를 느끼며, 자율적으로 살 수 있다.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하므로 지속 가능하다.


구성원은 마음의 무게 중심이 자기에게 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난다. 주인공인 구성원이 부각된다. 배경인 리더는 존재감을 감추고 있어 티 나지 않는다. 일이 잘되면 구성원은 리더가 아니라 자기가 잘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좋아하므로 만족도가 높다.


리더 관점에서 존재감을 감춘 리더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한다. 반면 구성원 관점에서는 존재감 있는 구성원이 아름답다. 구성원 각각 색깔, 소리, 냄새, 감촉이 달라 매력을 발산하며 전체에 어우러진다.


도력이 높은 구성원만이 존재감을 감춘 리더를 존경할 수 있다. 구성원이 도력이 높아야 리더의 훌륭함을 알아볼 수 있고, 그런 리더가 구성원의 자율성을 최대로 보장해 주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십 발휘 측면에서는 존경받는 리더로는 부족하다. 존재감을 감춰 존중해 주는 리더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한다. 또한, 존경받는 것은 리더 마음대로 할 수 없으나, 존경해 주는 것은 리더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어렵지만 리더가 존재감을 감추고 구성원을 존중하고, 구성원이 그런 리더의 가치를 알고 존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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