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딸이 노랑 운동화를 샀다고 식탁에서 자랑했다. 운동화 색깔을 바꾸는 마술을 부릴 수 있다고 했다. 운동화를 허리 뒤로 숨기고 거실의 형광등 불빛 아래로 갔다. 그곳에서 운동화를 비추니 하얀색으로 변했다. 그 운동화는 사실 하얀색이었다.
인간은 노랗게 보이면 노란색 물건이라고 인식한다. 하얀 운동화에 노랑 조명을 비추면 노랗게, 하얀 조명을 비추면 하얗게 보인다. 노랑 물건은 원래 노란 물건이 아니다. 다른 색깔은 흡수하고, 노란색만을 반사시키는 물건이다.
인간은 의식에 객관적인 사물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눈, 귀, 입 등을 통해 얻은 감각자극을 신경세포를 통해 대뇌에 전달하고 자의식에 의해 자극을 분별하고 편집하여 재해석한다. 그 후 집중하는 사물에 한정하여 의식에 저장한다. 감각기관의 한계와 자아의 관심에 따라 세상을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 새로운 사물을 창조하여 두뇌에 저장한다. 착시, 환각, 환청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다.
인간은 너무 작거나 크면 보거나 느낄 수 없다. 인간은 380~750nm 가시광선, 20~2만 Hz 소리, 10㎛(1㎛는 1/1000mm) 이상의 크기, 700만~ 800만 화소의 물체만 보거나 들을 수 있다. 안 보이는 사물들의 관계, 온도, 강도, 밀도 등을 볼 수 없다.
인간 눈으로 본 세상의 모습이 실재 세상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인간은 X선이나 적외선을 볼 수 없다. X선을 볼 수 있는 경우 버스는 뼈대만 있는 딱딱한 물체로 보이고, 인간은 해골로 보인다. 또한 인간이 적외선을 볼 수 있는 경우 세상은 열로 이루어져 열 분포도처럼 보인다.
인식한 소리는 절대적인 소리가 아니다. 도로변 집으로 이사 온 사람들은 처음 며칠은 차 소리가 시끄럽다고 느낀다. 며칠 지나면 익숙해져 차 소리가 안 들린다. 사람은 소리를 선택적으로 듣는다. 귀로 들은 음파는 두뇌에 전달되어 의식이나 무의식에 저장된다. 익숙한 소리는 머릿속 다른 소리와 비교하여 해가 없으면 의미 없는 자극으로 받아들여 의식되지 않는다.
인식한 맛도 상대적이다. 두 잔에 같은 양의 설탕을 넣는다. 그리고 한쪽에만 소금을 약간 넣는다. 소금 넣은 설탕이 더 달게 느껴진다. 미각은 소금이 들어간 설탕물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다른 맛과 상호작용하여 강화작용이나 약화작용을 일으킨다. 즉, 관계에 따라 느끼는 맛이 달라진다.
감각적 쾌락을 만족시키는 것으로는 행복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멀어진다.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폰이 있다.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시각 자극을 받아들이는 후두엽이 활성화된다. 전두엽, 측두엽의 기능이 떨어지고 신호 전달 역할을 하는 뇌 백질의 밀도가 낮아진다. 존중, 집중력, 기억력, 대인 관계 능력, 통찰력이 떨어져 행복지수가 하락한다. 스마트폰 사용량에 따라 엄마와 자식의 행복이 크게 달라진다.
감각에 기반한 경험과 관찰로 증명하는 과학에는 한계가 있다. 과학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감각기관의 한계와 관찰하는 세계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없음’처럼 존재하거나 볼 수 없는 세계를 간과할 수 있다. 또한, 사물을 구성 요소별로 쪼개 분석할수록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사물의 본질과 멀어진다. 과학이 명료할수록 앞과 뒤가 꼬여 모호한 현실 세계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감각기관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감각자극이 있고, 인지한 감각자극은 고정관념, 관심, 자의식 등에 영향을 받아 실상과 다르게 인식하며, 차원이 다른 세상을 볼 수 없다. 또한 감각적 쾌락은 외부 사물에서 오는 자극으로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고, 감각적 쾌락을 만족한다고 행복해지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눈, 귀, 코, 입의 감각기관을 닫고 조용히 내 마음에 집중하고 바라보는 수양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