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뒤의 내가 개입하여 왜곡의 여지가 있게 된 과거~
지금으로부터 거의 일주일 전은 마치 엊그제 같던 누나의 생일. 옛 친구의 늦은 답장을 확인했으나 역시나 답변하지 않았고, K에게 온 새벽 전화도 무응답으로 일관했으며, 예전에 전화 온 P와 S의 청첩 소식으로 짐작되는 연락도 받지 않았던 평소와 같던 날. 포기에 가까운 보조공학사 디지털공학개론과 유아특수교육학 두 과목의 새로운 과제를 미루고 한때 빨간 커버의 아이패드 미니로 즐기던 <Adventure Bar Story>의 Recipes 리스트 및 실제 변호사의 <역전재판> 게임 리뷰 영상으로 덧없이, 그러나 그때는 즐겁게 보내던 새벽. 동이 터오자 1~2시간 잘 바에 잠을 스킵하는 게 낫겠다던 생각을 굽히고 침대에 누웠다가 세 개 중 두 개의 알람을 듣지 못하고 어머니의 부름에 오전 9시 40여 분쯤 눈을 뜨게 된다. 단언컨대 올해에는 절대 없었고, 살면서도 손에 꼽을 법한 미친 듯한 짜증과 예민함이 몰려와 글을 쓰는 현시점 당황과 여전한 분노가 듬뿍 담겨있다.
안구건조증과 밤샘의 피로로 눈을 거의 뜨지 못한 채 주섬주섬 옷만 쟁여 입고 나왔더니 평소에 하지 않던 세수해라, 이 닦아라 등의 말이 유독 명령조로 들렸고 이에 꽂혔다. 다음엔 뭐할까요? 샤워라도 할까요? 손발톱도 깎죠 뭐, 의사에게 불쾌감을 유발할 텐데라는 이 문장은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유리문을 때리다가 떠오른 대목. 어머니는 말하는 꼬라지 보소, 내 예민함에 물을 잔뜩 부어 감정은 더욱 메말라갔다.
오래전 강남 어느 안과의 일을 아무렇지 않게 기억하는 것 보면 역시 치매는 장기기억의 보존에 이상 있는 질환은 아니야. 아니지, 돈이 300 이상 깨졌을 텐데 기억 못 하는 게 더 이상하지. 단기기억의 결함은 누구의 승리로 끝이 날까. 정답은 그 누구의 승리도 아니었다. S수면의원이라, 막상 가보니 강남에서 제일 좋은 곳 같다. 서초에 있던 옛 직장 다닐 때부터 알았지만, 사실 M형님 때문에 눈치챈 거지만 C카페 아아 가격조차 다르니 시세 자체가 타지역보다 월등하고 성형외과 위주의 각종 병원이 쫙 깔린 강남 거리. 1층의 접수처에서 모자간 혈압도 재고, 2층에서 자가 진단 및 무당 관상 같았던 의사 쌤과 간호사 쌤의 말씀 후 주관식이 포함된 500문항 이상의 서류 다발과 20만 원 가까이 되는 금액을 끝으로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연예인들이 곧잘 다녀간 R가게에서 닭갈비를 맛있게 먹었고, 치즈 토핑 추가를 질색하던 어머니마저 계속 드실 정도로 심각하게 맛있었다. 이때까지는 얼추 좋았다고 흐린 눈으로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나의 축복받은 특성 중 둘은 거의 거르지 않는 모닝 쾌변과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금세 가라앉는 단순함. 이게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나는 지독히 예민했다. 예민할수록 상대를 향한 사려심이 깊어야 하는데 정작 그들은 그렇지 않아, 이 말을 자주 주장하던 누나도 심지어 나도 결국 헛똑똑이인 것인가. 어머니와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 모두 헛똑똑이. 어머니는 장점이 많고 배울 점 많은 대단한 사람인 건 맞지만, 줄곧 느끼던 단점들이 있는데 예민할수록 내 스파이더센스가 잘 작동하나 보다. 우선 첫째는 비교. 말다툼이 잦을수록 느낀 건데, 꼭 남의 집 엄마들은 어떻고 저쩌고 야디 야다 혀가 길어진다. 그 외에 평상시에도 해당 음식이 맛있으면 음, 맛있다, 로 넘어가면 되는 건데 꼭 여기가 최고니 BBQ는 상대도 안 된다느니 한국요괴전 같은 걸 누가 돈 주고 볼까, 라는 식으로 죄 없는 가만히 있던 멀쩡한 타사나 제3자를 끌고 와서 폄하를 왕왕한다. 긍정적인 성격인 건 누구보다 잘 아는데, 본인도 알게 모르게 그 긍정의 기반에는 비교와 무시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모양이다. 둘째는 기억 왜곡. 당장 오늘 닭갈비만 해도······. [9일 뒤에 내가 다시 방문해 어마어마하게 긴 문장을 지운다. 이하 생략] 이런 조울증 환자보다는 설거지 안 하더라도 석사 학위 취득한 헛똑똑이가 더 효녀겠지.
(전체 글 작성 완료 후 10분 정도 흘러 다시 읽었을 때, 왜 이 대목을 적었는지 원인이 기억나 추가한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누나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다고 짜증 났던 적 있지 않았냐고, 분명 최근은커녕 올해에도 없던 일인데 내가 푹 자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가 어머니께서 깨우는 거라고 했더니 돌아온 이 답변에 순간 화가 치밀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적고 보니 빼먹어 추가하게 된 배경을 덧붙인다. 그 외에 마유타 -> 나유타 수정 완료) 셋째와 넷째, 다섯째 같은 식으로 넘어가면 나유타째까지 나올지도 모른다. 나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나 어머니가 1나유타면 누나는 최소 2 혹은 3나유타는 될 것이다. 분노한 기념으로 셋째도 이어서 굳이 적어 보자면, 대화 유도. 유독 자꾸 뭘 먹고 있는데 말을 걸거나, 불 끄고 침대에 누워있는데 하필 그때만 부른다거나 하는 등등이 있다. 그러나 이건 내가 유별난 것일 수 있다. 했던 말 자꾸 또 하는 것도 있는데, 이건 둘째와 교집합 영역이기 때문에 이만 마친다.
서소문순교성지성당이었나, 그곳에 가고 싶다고 했던 것을 내가 1~2시간 붕 뜬다는 이유로 누나와 같이 본당 성당에 가기로 했는데, 말다툼이 길어지니 빈자리 생겼을 때 저기 앉아요, 를 끝으로 침묵의 지하철을 타다가 중간에 내가 대신 들고 있던 가방을 채어 퇴장하셨다.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노래가 재생되며 다른 얼굴의 짜증이 유리문에 비쳤다. 누나는 또 얌체같이 자연스레 안 가는 것으로 하게 되겠지, 설겆이도 하지 않는 주제에. 라고 하면 본질을 잊고 설거지가 맞아, 라고 할 사람이다. 본질과 근본의 차이점은 마치 DNA와 RNA의 차이점과 같다. 가로등을 삼키며 다가오는 사내에 대한 문구를 떠올렸을 때 당시에는 멋져 보였지만, 곱씹을수록 흔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자 내 온몸을 씹고 신의 변기 물에 뱉어 버리고 싶을 따름이었다. 아아, 신성한 곳이라 신의 똥조차 나는 만질 수 없다는 것인가. 분노가 창작과 삶의 근간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나의 태만과 습관을 고쳐주는 조교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귀찮아서 쓰려다 만 이런 식의 일기 구상과 꿈 받아쓰기만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했던가. <샌드맨> 작가 닐 게이먼은 역시 천재. 내가 자살해서 누나가 망가지는 건 알 바 아니지만, 어머니가 망가지는 건 조금 두렵다. 헛똑똑이가 누나라면 나는 사이코패스이려나. J를 탓할 때가 아냐. 아까 지하철 유리문을 서류 든 반대편 주먹으로 뚝뚝 때리던 당시의 나는 절대 정면승부로 이길 수 없는 J나 H를 무수히 가루로 만들고 다시 빚어내기를 반복할 정도로 액션계의 신이었다. 강남역에서부터 내 옆집 옥상까지 일거수일투족 감시한 MCU <어벤져스2> 시절의 블랙위도우로부터 덜컥 입사 제안을 받고, 팔콘이었던 샘 윌슨이 아닌 1세대 전성기 캡틴 아메리카가 매직미러 너머로 지켜보다 눈시울을 붉히며 다가와 악수를 요청할 정도. 이제 주관식 섞인 500문항과 AI와의 협업에 가까운 두 개의 과제를 당장 내일까지 해내야 한다. 과연 금일 새벽 4시 마중 콘텐츠는 진행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 시각 오후 2시 51분.
(중간에 비판 항목 둘째에 추가한 괄호에 이어서 적어보는 대목. 혀의 위치가 좋지 않아 정신과 분석도 필요하다는 의사 쌤의 말이 인상 깊어 적는다. 의식하지 않은 평상시의 혀(입 벌리고 메롱했을 때 위치)가 뒤로 갈수록 안 좋다는 뜻이고, 3~4번은 정신과 분석이 꼭 필요하다고 했는데 나는 3번이었던 것 같다. 중비항둘에서 또 하나 추가하자면, 그때 우리는 낮은 목소리로 다퉜지만 조용한 목소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내 바로 앞에 다리 꼬고 앉아 핸드폰 하던 예쁜 강남 여성의 코를 보며 나는 몹시 쪽팔렸다. 우리는 같은 전철에 타고 있지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 인생의 종착지도 다를 것이고, 비록 둘째 이모 전성기보다는 못하지만 저런 예쁜 여성은 무직은 아닐뿐더러 좋은 조건의 남성에게 시집가겠지. 그리고 그건 결단코 나 같은 놈은 아닐 거고. 추석 때 P누나에게 잠시 들었던 사회복지사 친구들의 말로와 신세 한탄 등의 현실이 나를 더욱 무겁게 짓누른다. 세상이 멸망하는 건 옳지 않아. 내가 죽는 걸 원해. 똥 싸면서 마유타 오타가 생각나 구글 검색 후 자연스레 나무위키 <역전재판6> 나유타 비판 항목을 읽고 난 후 괄호 두 대목 추가한 현재 시각 오후 3시 25분)
[중비항둘에 난입한 9일 뒤 시점에서 쓰는 두 번째 문단. ()는 괄호 또는 소괄호, []는 대괄호 또는 꺾쇠라고 불린다고 한다. 꺾쇠로 표기한 부분이 9일 뒤 미래에서 개입된 부분들. 꺾쇠 외 본문은 거의 변한 건 없지만, 본명을 로마자 알파벳으로 전부 교체했고, 지나치게 개인적인 부분만 문장을 다듬거나 삭제했다. 그러나 과연 이게 전부일까? 9일 전의 생생한 분노를 온전히 보존하려다 문장을 다듬는 척, 내게 유리하게 바꾼 건 아닐까? 혼자 읽을 수밖에 없던 날것의 일기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될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내가 좋은 사람으로 비칠 수 있게? 인간은 일기장에서조차 거짓말을 하는 존재라고들 한다. 하물며 미래에서 온 내게 기타 욕심이 없었을까? 수정하고 싶은 작가로서의, 아니 작가 핑계까지 대며 항상 착하게 보이고 싶은 이기적인 나로서의? 예전과 달리 매일은 아니지만 이런 느낌으로 나를 고발하는 일기를 쓴다. 허락이 된다면 종종 수정되어 왜곡의 여지가 있을 장문의 고발을 지속하고자 한다. 현재 시각 9일 뒤 오후 4시 3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