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쓰는 게

by 제이언

참 좋다.

어린 시절 장래 희망 0순위였던 대통령도 해볼 수 있고

국내 최초 가수이자 성우이자 사회복지사이자 작가인 최연소 대통령으로 타임 주간지에도 실릴 수 있고

그지 같은 법, 동물보호, 각종 세금 문제 등 정치의 정자도 모르지만 왠지 개혁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세계 최초 대통령이 Global Music Awards 무대 인사도 올리고 그게 아시아인 최초이기도 하고 또 은근 잘생겨서 틱톡 실검 1위도 될 수 있고


나는 글을 쓰는 게 참 좋다.

죄지은 것도 없는데 예쁜 여자, 아니 보통의 여자 앞에서 눈 하나 못 마주치고 바닥 패턴만 분석하고

그게 남중남고 군대 때문이야~ 라는 낡은 핑계만 들이밀고

학창 시절 때부터 말 더듬던 버릇 현재까지 완전히 고쳐지지 않은 나의 허물을 벗어 던지고

드디어 보상 심리에 비가 내리며 우중충한 삶의 가뭄이 그치고,

자세히 묘사하기 쪽팔리니 간단명료하게 정말 말도 안 되게 예쁜 여자랑 연애도 하게 되고

밥 먹기 전에 키스, 밥 먹고 나서 또 키스하려다 이 좀 닦으라는 그녀의 잔소리조차 달콤하게 들리게 되고

실시간으로 상상하면서 끄적이는 한심한 입꼬리가 귀에 걸려 내려올 줄 모르게 되고


나는 글을 쓰는 게 참 좋다.

누나처럼 언변이 뛰어난 상대 앞에서 기죽지 않고 우리 애정 행각 할 거니 나가! 라고 큰소리칠 수 있게 되고

불합리한 직장 상사의 군대식 내리갈굼이나 복종 요구에도 큰소리칠 수 있게 되고

그랬는데 오히려 짤리는 건 그 자식이고

간단한 질문조차 주변의 시선이 쏠리면 어버버하게 되거나 화장실 가고 싶다고 말을 못 해 그대로 앉은 자리에서 실례하던 어벙한 초등학생 때의 나를

잊고 나는 안 그랬는데 그 직장 상사 초등학생 때 그랬다! 는 식으로 마음껏 왜곡도 할 수 있게 되고

아직 대통령은 아니지만 정치질이 뛰어나 그 자식 담가버릴 수도 있고


나는 글을 쓰는 게 참 좋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집 나간 아버지와 재회할 수 있고

그 흔한 공놀이 한 번 못 해서 남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어눌한 학창 시절 탓할 수 있고

하나뿐인 아들은 30살이 되어서도 모쏠인데 도대체 여자를 어찌 그리 잘 만나는지 조언도 구할 수 있고

그렇게 여자가 좋았냐며 턱주가리에 시원하게 한 방 아니 최소 백 방은 꽂아줄 수 있고

퇴직 후 당장 생활비가 부족해 쿠팡이나 각종 까대기, 당근 단기 알바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아들과 달리

이대 나온 여자랑 부족함 없이 잘 살고 있을 지금은 만족하는지 물어볼 수 있고

사는 게 이리 힘든 건 줄 알았으면 안 태어났을 텐데, 내 동의도 없이 왜 날 낳았냐고

죄 없는 어머니랑 세트로 철없는 원망을 한 스푼 아니 두세 스푼은 면전에 뱉어낼 수 있고

오래도록 내 삶의 목표였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한 자전적 소설 쓰기도 언젠가 완성해 볼 수 있고


나는 글을 쓰는 게 참 좋다.

상처받지 않은 척, 웃긴 척, 상관없는 척하는 위선을 내팽개치고

그 자식 같은 다른 자식들 앞에서 죄송합니다, 하는 반사적인 사과의 허리 접기를 되돌려줄 수 있고

접다 못해 척추를 곱게 빻아서 분필로 만들어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방식의 기괴하고 엽기적인 살인과 기행을 해볼 수 있고

감옥에도 갈 수 있고, 천국과 지옥도 갈 수 있고, 섹스도 내키는 대로 할 수 있고

식은땀으로 이불을 적시게 되는 추격전 악몽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병원이나 식당에 눈치 보지 않고 갈 수 있고

죄송합니다를 잊을 수 있고

연애도 해볼 수 있고

아버지도 볼 수 있고

하지만

어쩔수가없다.


나는 글을 쓰는 게

어쩔수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