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위에 떠 있는 방주교회, 하나님의 임재가 머무는 자리

가본 곳 <제주 방주교회>

by 제이바다

▷ 위치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762번길 113 (http://www.bangjuchurch.org

▷ 가볼만한 시기 : 연중 (외부는 상시개방, 내부는 화~금 09~17시/수 13~17시 개방)

▷ 함께 가볼만한 곳 : 오설록 티 뮤지엄


하나님을 예배하는 집을 우리는 성전(Temple) 또는 교회(Church)라고 부른다. 그러나 신약시대의 성전과 교회는 단순한 건축물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 그분 자체이며, 그분을 따르는 성도들의 신앙 공동체를 말한다. 그렇기에 교회의 본질은 외관의 아름다움에 있지 않다. 진정한 교회의 ‘교회다움’은 그 안에 하나님의 임재가 드리워져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역설적으로 교회 건축의 아름다움이란, 바로 그 임재가 어떻게 공간 안에 담기고 형상화되었는가에 있다.


오각형의 질서가 만든 하나님의 임재

제주 방주교회 예배당 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박공지붕을 떠받치는 서까래와 벽체를 지지하는 나무기둥들이다. 이들은 신도들이 앉는 장의자와 함께 정확한 직각오각형의 연속을 이루며, 예배자의 시선을 제단을 향해 안정감 있게 머물게 한다. 그 반복되는 오각형 아치는 흡사 교토 후시미 이나리 신사의 주홍빛 도리이를 떠올리게도 한다.


자리에 앉아마자 저 멀리 제단에 이르기까지 공간을 가득 채웠던 무거웠던 공기는 순식간에 걷히고, 오롯이 잿빛 제단 벽면에 놓인 십자가가 예배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의 평면으로 만들어 낸 원근법은, 복잡한 내면의 감각들을 단순화시켜 버린다. 눈을 감자 묵직하게 내려앉은 고요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이 미세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노아의 방주, 물 위에 띄운 교회

방주교회는 노아의 방주(창세기 6~7장)를 모티브로 지어졌다. 예배당은 인공 수조 위에 떠 있는 듯 자리하고, 그 물은 해자(垓子)처럼 교회를 둘러싸고 있다. 과거 세상을 심판하던 홍수는 이제 잔잔한 물이 되어 교회를 보호하는 방어막이 되었다. 성과 속은 자연스럽게 구분되었고, 제단과 벽면의 창을 통해 햇볕만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되었다. 예배당 의자에 앉으면, 허리 높이의 투명 유리 너머로 인공 수조가 펼쳐진다. 바람이라도 이는 날이면 흔들리는 물결에 마치 배가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든다. 교회 지붕은 물고기 비늘을 닮은 삼각형 금속(아연) 패널로 뒤덮여 있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제주 하늘을 담아낸다.






제주의 자연과 하나님의 임재가 빚어낸 성전

제주 방주교회는 이렇게 ‘햇빛, 물, 바람, 하늘’과 같은 제주의 자연 요소들이 하나님의 임재와 어우러져 이루어낸 건축물이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자연과 교회, 인간과 하나님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방주교회를 설계한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은 아마도 이런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인간과 자연, 그리고 하나님은 본래 분리될 수 없는 존재임을. 그곳에 앉아 있노라니, 물 위에 떠 있는 교회가 아니라 하늘 위에 떠 있는 교회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래서 이 방주교회를 '하늘의 교회'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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