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진 Jun 23. 2024

제주의 비


빗소리에 잠이 깼다


하루 중 가장 깊은 밤의 시간이다


도로의 불빛만이 비에 젖어


요란한 빛깔을 만들고 있다


사위가 고요한 가운데


토닥이는 빗소리만이 경쾌한 경음악이 되고 있다


달아난 잠과 아늑하게 다가오는 소리들


생각의 끄트머리를 잡고


가장 한가한 때를 가지고 있다


온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시간,


언어론 형용하기가 어려운 


기이한 기분에 놓인다


이런 시간이 지속된다면


그것이 영원으로 이어져도 좋겠다는 마음이 된다


제주에서 맞이하는 장마,


그 빗줄기가 대단한 노래가 되어


이 밤, 내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아침에는 제주에 흔히 있는 물이 없는 개울


가운데, 내가 기거하고 있는 바로 옆에 있는 


한천에 가봐야겠다


서귀포에 있는 엉또폭포처럼


물이라도 흘러내리는가


만나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올레길에서 만난 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