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언어

by 이성진
20200422_123447.jpg

주말이 되면 책을 신청하는 즐거움이 있다. 주말에 주는 예스상품권이 그렇게 하도록 만든다. 이왕 책을 구입할 것, 똑같은 조건이면 상품권이 주어지는 주말을 이용하자는 것이 나의 관점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한다. 그 말은 거의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는 사람 쪽으로 마음을 준다는 말이다.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도움이 되는 이유도 그런 일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신입사원을 뽑는다고 할 때 아무리 공정하게 하고자 하나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면 어떻게 뽑겠는가? 조금이라도 아는 쪽으로 손이 가지 않겠는가? 책을 구입하는 것도 나에겐 그런 의미라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사람들 사이의 시간을 보는 일이라 여겨진다.


아침이 빨리 흘러간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하다. 나갈 사람은 나가고 집에 남을 사람은 남고, 하루가 계획대로 흘러간다. 나간 사람들은 정신없이 움직임 속에 흘러가리라. 남아있는 사람들은 또 정신적으로 열심히 움직이리라. 그렇게 사람들의 삶이 이루어지고, 그것은 시간이 된다. 시간은 그리 열심히 흘러가는 것이다.


그 시간을 오늘 이렇게 부여잡고 있다. 시간을 붙잡는 길은 다른 방법이 별로 없다. 그럴 수 있는 방법은 활자다. 물론 그림이나 악보도 가능하리라. 하지만 직설적으로 시간을 붙들 수 있는 것은 언어뿐이다. 이 언어를 통해서 난 이렇게 시간과 함께하고 있다. 그것은 즐거움이다. 시간을 내 안에 두고 있다는 얼마나 즐거움이 되는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렇게 언어는 시간을 멈추게도 한다. 감사하다. 이렇게 시간과 놀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우리들에게 기회도 주지 않는 시간보다야 나의 이 시간이 정말 고맙다. 스스로의 운용에 따라 다양한 값어치가 될 수가 있으니까. 난 그 시간을 이렇게 언어에 담아 놓고 있다. 주말이 되어 책을 사는 것도 시간을 잡는 한 가지 방법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집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