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by 이성진
IMG_20210817_105028.jpg



왜 이름이 없겠느냐만

이름을 불리지 않고 그렇게 왔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풀꽃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의미가 되고 꽃이 된다고 말했는데

이름까지 알리지 못하고 스러진 풀꽃


오늘은 풀잎들의 마을에 놀러 갔다

많은 풀잎들이 습기를 머금고

꽃을 만들고 있었다


자신들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도 아니요

우뚝 서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생명을 잇고자 하는 뜻으로


풀꽃은 그렇게 서로 어울려서

기대고 받침대가 되고 고갤 숙이며

햇살을 조금이라도 받고자 했다


그것이 꽃을 피우는 길이기에

그것이 생명을 이어가는 길이기에

그것이 유일하게 이름으로 남는 일이기에

작가의 이전글꾸지뽕의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