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언어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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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많이 만나고 있다 보니

리듬은 차츰 안개처럼 물러가고

사설이 자꾸 발목에 걸린다

지난 유년의 시절, 미닫이로 이뤄진 아랫방에서

옆방의 아버지, 그 사설을 받아내던 기억이

부담으로 작용해

나는 늘 리듬이 있는 언어를 옆에 두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 때까지

리듬을 타고 살았다

헌데 어느 때부터인가

내가 아버지의 의식이 되었는지

언어의 리듬이 자꾸만 끊어지고

그 자리에 풀어진 언어가 다가와 있다

압축과 상징, 생략의 언어가 내 것이었는데

이젠 자잘한 설명이 된다

언어를 많이 만나고 있다 보니

나의 언어는 만연체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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