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에 쓴 글이다. '오늘 같은 날은' 감사의 마음이 가득히 담겨 있다. 비가 내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동안 참으로 많이 가뭄이 들었던 듯하다. 그러기에 비가 오자 이렇게 기쁜 마음이 되어 언어를 조각했는 것으로 읽힌다. 지금의 상황과 많이 맞닿아 있다. 겨울 가뭄이 진하게 찾아와 있다. 이 시간, 비가 내린다면 이 언어로 표현한 마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마음 상태가 되고 싶다.
오늘 같은 날은
가을 가뭄이 너무 짙었던
남녘의 대지들
그 위로 단비가 내린다.
숨 죽이고 숨 죽이고
목말라하던 초목들 위에
생명의 양분이 내린다.
각다귀보다도
벌레들보다도
귀찮았던 파리, 모기보다도
더 마음을 메마르게 하던,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게 하고
가진 것을 챙기게 하며
앞만 보고 걸어가게 하던
그 대지 위에
삶의 여유가 내린다.
나무들이 다시 파랗게 산다
땅이 일어서서 걸어간다
길에는 꽃들이, 꽃들이 현란한 손짓으로
무리를 부른다.
우린 그 무리 속에 그냥 머물면 된다.
가을 가뭄이 너무 짙었던
남녘의 대지들
그 위로 단비가 내린다.
숨 죽이고 숨 죽이고
목말라하던 생명들 위에
삶이 거룩하게 일어선다.
얼마나 기뻤으면 삶이 희열이 되어 다가왔을까? 그때의 마음의 생생하게 느껴진다. 하염없이 바라보던 빗줄기, 그 아래로 재생되는 여러 사람들의 노래, 정말 행복함이 가득히 밀려왔던 때다. 비가 그런 기쁨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을 느끼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모든 생명들이 일어서 잔치를 벌이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당시의 나에게 비쳤다. 그것은 은혜요 축복이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글이 나의 기우제를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