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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 Jun 18. 2017

어떤 기대

- 성수역 고가선로 아래에서, 나의 조금 어린 친구에게

어릴 적 봤던 '은하철도 999'는 철이, 메텔의 이미지와 김국환 아저씨가 부른 주제가밖에 기억나는 게 없는데 성수역 고가 선로 아래에서 지나가는 2호선 열차를 몇 번이고 보고 있으면 자꾸 그게 생각나. 그러다 뭔지도 모를 꿈을 찾아서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싱거운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돼. 나는 잘 모르지만 니가 말해줬던, 그 자유로운 눈빛(이라고 쓰고 창 너머를 바라보며 자유를 갈구하는 눈빛)을 하고서였으려나. 여전하다는 건 이렇게 다행이면서도 조금 서글픈 일 같아.

문득, 빙글빙글 도는 2호선의 많은 역들 중에 그래도 이 곳은 신설동으로 향하는 노선이 한 줄기 일탈처럼 툭 튀어나온 곳이라는 게 떠올랐어. 언젠가 나도 빙글빙글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예상치도 않게 툭 옆길로 들어설 수도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그건, 은하철도 999만큼은 아니어도 신설동행 보다는 좀 더 길고 특별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여름이 시작됐어. 오늘도 밖은 숨 막힐 듯한 날씨인 것 같아 이미. 그런데 나는 뜨거운 계절이 어쩐지 좀 기다려진다. 계절만큼 삶의 온도가 뜨겁기를 기대해본다는게 맞으려나. 그곳의 너도 부디 그렇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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