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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 Jun 17. 2016

어떤 드라마를 보던 아침

- 끝내지 못한 드라마들


티비를 안 본 지 꽤 오래 되었다. 일 주일 동안 같은 프로그램이 반복 되어도 채널 한 번 바꾸지 않고, 그저 적당한 소음이 필요해서 전원만 켜고 끄는 일상이다.


일정한 시간에 집에 있다가 가끔 운좋게 드라마를 이어서 봤던 것도 몇 달 전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난 그 드라마의 결말을 모른다. 마지막 회 즈음에는 "운좋게도 시간이 맞는" 행운이 언제나 없어졌기 때문이다.


얼마든지 찾아서 볼 수도 있지만 그러진 않았다. 우연히 시작했지만 꽤나 즐겁게 봤던 드라마인데도, 결말이 제법 궁금한 이야기들인데도.


그렇게, 잠깐이나마 몰입했던 세계는 미완성인 채로 남는다. 그 안의 인물들도 미완성의 세계를 부유하다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런 식으로 끝내지 못한 드라마가 여럿이다.


그러다 가끔은 한참이나 지나서 예상치 못한 재방송 덕에 놓쳐버린 결말을 확인할 때가 있다. 대체로는 이미 본 부분의 재생인 경우가 훨씬 많지만 말이다.


강태하와 한여름이 다시 만날지 궁금했던,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봤던, '연애의 발견'이 하고 있었다. 보지 못한 이야기였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었지만 티비를 껐다. 그냥 더는 궁금하지 않았다. 아니 궁금하기야 했다 사실은,

하지만.


무언가를 놓치는 것은 삶에서 너무 흔하고 대부분은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놓쳐 '버리는' 경우들인데,


확인하지 않는 것, 모르는 척 하는 것, 미련을 두지 않는 것, 잊어버리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하고 싶었다. 그거라도.


이미 알아버린 어떤 이야기들은 놓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으니, 그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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