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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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비가 내렸다. 산 아래까지 구름이 내려와 있다.
더욱 짙어진 세상에 괜스레 기분이 착찹하다. 그런데 나는 이런 날이 더 익숙하고, 또 촉촉한 눈으로 아름다운 순간들을 더 많이 만났던 걸 기억한다.
우울이 나의 일부라는 것을 이해해 가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커피를 여러 잔 마시고 날씨를 느낄 수 있는 건 아주 큰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지나갈 구름에 와르르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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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건강해지려고 노력하면 찾아오는 고요함이 있다.
무엇을 하던 어딘가 부족한 기분, 반복해 같은 음악을 듣고 무기력하게 보내는 시간 안에서 내 안에 뿌리 깊은 권태감을 느낄 때가 있다.
자학적인 순간들에 더욱 깊이 공감하며 한편으로 부정적인 감정에 더 몰두하기도 하지만 그곳으로부터 돌아왔을 때, 내 나름의 생활과 관계를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다.
때때로 나의 어둠과 우울이 나를 불안하게 하더라도 그것으로부터 삶이 동요되길 원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기억하고 자기만의 방을 쓸고 닦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