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 경영, 그리고 책임에 대하여 (28)

by Jace

대기업을 떠난 2020년 초부터 지금까지,

중견기업에서 매월 결산을 하며 재무 실적을 집계해 왔다.

어느덧 6년이 흘렀다.


이 시간을 거치며 점점 더 분명해진 생각이 하나 있다.


숫자는 늘 정확하다.

그리고 숫자는 변명하지 않는다.


우리는 실적을 이야기할 때 흔히 외부 요인을 먼저 떠올린다.

경기, 환율, 금리, 물가, 시장 환경, 채널 구조, 소비 심리.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그 모든 설명을 더해도,

실적은 그것만으로 완전히 설명되지는 않는다.


숫자는 원인이 아니다.

숫자는 결과다.


매출, 이익, 성장률, 재고 회전율, 현금 흐름.

우리가 매일같이 들여다보는 이 모든 지표들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의사결정과 선택,

그리고 반복된 실행이 시간 속에서 누적된 결과다.


정리하면 구조는 단순하다.

x는 활동(Input), y는 실적(Output).

그리고 y = f(x).


수식은 단순해 보이지만,

현실의 경영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상품 기획, 원가 관리, 생산 리드타임, 물량 배분,

가격 정책과 프로모션 운영,

영업 현장의 실행력, 재고 관리,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까지.


수많은 ‘x’ 변수들이 동시에 움직인다.


여기에 자본력, 브랜드 파워, 기술력, 인력 구조 같은

제약 조건까지 더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원칙은 하나다.


더 나은 실적을 만들고 싶다면,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만들어낸 ‘활동’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문제는 숫자에 있지 않다.

그 숫자를 만들어낸 활동의 설계와 실행에 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실적 관리란

숫자를 관리하는 일이 아니다.


어떤 활동에 집중할 것인지 선택하고,

무엇을 우선순위로 둘 것인지 결정하며,

그 선택이 끝까지 실행되도록 관리하는 일이다.


실적이 나쁠 때 던져야 할 질문은 사실 많지 않다.

• 무엇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가?

• 무엇을 끝까지 하지 않았는가?


전략은 방향을 정한다.

그러나 실적은 전략에서 바로 나오지 않는다.


실적은 운영에서 나온다.


계획은 보고서에 남지만,

성과는 현장의 실행 속도와 밀도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누적된다.


특별한 한 방은 거의 없다.

실적을 바꾸는 것은 늘 반복이다.


잘 정의된 몇 개의 핵심 활동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일관되게,

그리고 얼마나 집요하게 밀고 가느냐의 문제다.


숫자는 그 결과를 냉정하게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그 숫자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누가 무엇을 선택했고,

누가 무엇을 관리했고,

누가 무엇을 방치했는지를

정확하게 드러낸다.


이번 결산을 마주하며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이것이다.


“이 숫자는 외부 환경의 결과인가,

아니면 나와 우리 팀이

관리하지 않은 것들의 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