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사람을 길러내고 있는가 (83)

by Jace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학벌과 시험 성적을 능력의

증표처럼 여겨왔다.

좋은 대학, 어려운 시험 합격,
화려한 스펙은 곧 실력과 품격을
함께 증명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마음에 남는 질문이 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사람을 길러내고 있는가.


물론 전문성과 경쟁력은 중요하다.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인재가 많을수록 사회는 발전한다.

문제는 ‘무엇이 먼저인가’이다.


시험을 통과하는 능력과 공동체를 지키는 품성은 반드시

같은 것이 아니다.

지식이 깊다고 해서 절제가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높은 성취가 곧 책임감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은 오랫동안 성취의 속도와 서열에

집중해 왔다.

그 과정에서 사람됨은 너무 쉽게 ‘당연한 것’으로

간주해 버린 것은 아닐까.



사교육 시장은 거대해졌고,

교육비는 가계에 가장 큰 부담 중 하나가 되었다.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기보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필수 방어 전략처럼 변해가고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기쁨 이전에 계산의 문제가 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교육을 무엇으로 만들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또 다른 장면도 있다.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 등 특정 전공이나 직업으로

과도하게 몰린다.

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회 전체가 ‘안전하고 확실한 길’을 중심으로만

성공을 정의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하려는 용기는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이 모든 흐름의 밑바닥에는

‘어떤 삶이 가치 있는가’에 대한 우리의 기준이 놓여 있다.


우리는 능력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데는 익숙하다.

그러나 공동체에 해를 끼치지 않을 사람,

자신의 능력을 절제할 줄 아는 사람,

타인을 존중하고 법과 규범을 스스로 지킬 줄 아는 시민을

길러내는 일에는

과연 충분히 힘을 쏟아왔는가.


건전한 시민의식은 전문성 뒤에 붙는 장식이 아니다.
그 위에 전문성이 세워져야 하는 토대다.
토대가 흔들리면, 아무리 뛰어난 능력도
공동체를 지탱하지 못한다.


먼저 제대로 된 인간이 되고,

민주 시민이 된 뒤,

그 위에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



그 순서가 바로 서야 한다.

우리는 그 순서를 다시 세워야 한다.


우리는 때때로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들의 선택을 보며

실망한다.

그럴 때마다 그것을 개인의 일탈로만 돌려도 되는지,

아니면 우리가 세워온 기준과 교육의 방향에

문제는 없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교육은 한 사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어떤 인간상을 중심에 두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신뢰 수준도, 공공성도, 지속 가능성도 달라진다.


능력은 사회를 성장시킨다.
그러나 시민의식은 사회를 지탱한다.


우리가 길러내야 할 사람은
경쟁에서 이길 사람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우리 교육은

어떤 사람을 길러내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제

어떤 사람을 길러내겠다고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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