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1]
글을 쓰지 않은 지 3주가 넘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에 세 번, 네 번 글을 쓰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쓰는 것도 버겁게 느껴집니다. 글을 쓰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우울하지 않고 마음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저에게 글은 삶에 대한 사유의 도구였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세상 모든 것이 왜 생겨나고 사라지는지 늘 의심하며, 그런 생각들을 통해 스스로 우울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저와 타인, 세상에 대한 의심과 비난이 줄어들수록 제 삶은 평안해졌고, 더 이상 이전처럼 우울할 일도, 질문할 일도 없어졌습니다. 어쩌면,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찾으려는 것이 오히려 저를 괴롭힐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찾은 명쾌한 해답은 모든 것이 이유 없이 존재하고, 그 자리에 잠깐 머무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대상이 무엇이든 의미는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실수도 하고, 그 실수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실수나 제 잘못을 보더라도 짜증이 나긴 해도 그냥 그려려니 하게 됩니다. 그 덕분에 이전보다 세상과 타인, 그리고 저 자신에 대한 불만이 사라졌습니다. 불만이 사라지고 우울함과 괴로움이 없어지면 좋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종이 위에 어떤 글을 적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아 연필을 손에 쥐었다가 필통에 넣기를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쓸 말이 없는 현재 상황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저는 또 불안을 느낄 날이 올 것이고, 질문할 날이 올 것이며,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날이 생길 테니까요. 그때가 되면 실컷 글을 작성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