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수목장 방문
시온아
따뜻한 봄날에 네가 있는 수목장을 가기로 했어.
5월은 어린이날도 있으니까, 그것도 기념할 겸
시온이에게 줄 꽃, 시온이 뒤편에 계신 너의 증조할머니께 드릴 꽃
두 종류의 꽃을 며칠간 고민했어.
저번처럼 생화 꽃다발을 사갈까 하다가.. 내일부터 비가 온다는 소식에 조금 더 오래가는 조화를 사기로 했지
시온이는 노란색이 참 잘 어울렸었지?
너의 백일에 노란색 한복을 입혔었는데 너무 잘 어울려서 깜짝 놀랐지 뭐야.
그래서 엄마는 고심 끝에 노란색 튤립을 골랐어.
그리고 할머니께는 작은 꽃봉오리들이 모여있는 연한 주홍빛 꽃다발을 샀지.
시온이가 좋아했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이번에 같이 갔어.
아빠는 운전을 했어.
아빠는 웬일인지 말이 별로 없더라.
시온이 생각이 많이 나서 그러는지.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았어.
수목장에 도착했는데,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날씨가 너무 화창한 거야.
시온이 나무가 있는 곳에 가니 나뭇잎들이 떨어져 있어서 먼저 그걸 정리했어.
전에 두었던 꽃다발과 목화 꽃바구니는 많이 낡아져서 그랬는지 치워주셨더라.
그 후에 시온이 이름을 깨끗이 닦아주었지.
잘 정돈된 뒤에 너를 닮은 노란 튤립을 깊이 꽂았어.
그리고 할머니 자리에는 주홍색 꽃을 심었어.
심고 보니, 수목장에는 연한 빛깔 꽃보다는 너의 튤립처럼 밝고 화사한, 선명한 색의 꽃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
수목장은 야외라 햇빛이 강하다 보니.. 연한 꽃은 빛이 바랜 느낌이 들거든.
다음번에도 선명하고 밝은 꽃을 사 와야겠어.
우리는 네 앞에 서서 한참 동안 인사를 했지.
시온이가 심심하지는 않았을지, 엄마 아빠가 이곳에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지는 않았을지..
미안한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인사를 건넸어.
네가 만약 수목장이 아니라, 예전처럼 우리 곁에 있었다면
올해 어린이날에는 어떤 선물을 받고 싶어 했을까?
작년엔 엄마가 콩순이 인형을 선물했었잖아.
넌 그걸 업어주고 잠도 재우고 참 좋아했었는데.
올해는 어떤 걸 좋아했을까?
그 생각을 하니 자꾸 눈물이 났어.
시온이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 즉 나의 엄마 아빠가 나를 보고 계시니까.. 엄마는 더 많이 울 수는 없었어.
대신 너의 이름이 새겨진 나무 명패를 열심히 쓰다듬었지.
집에 돌아가려는데 자꾸 뒤돌아보게 되더라.
엄마가 다음번에는 더 예쁜 꽃을 들고 올게.
그리고 뽀로로 음료수도 사 올게.
엄마가 많이 보고 싶으면 꿈에 나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