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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숲 Jun 15. 2022

일회용의 노예

일회용컵보증금제에 대한 제로웨이스트 샵 사장의 의식의흐름


오늘아침(20220614) 문득 난 일회용의 노예가 아닌가?

그런생각이 들어 예전에 쓰다만 기록을 다듬어 발행한다.

난 저렴한것 싼것 중독자이다.

싼것은 오랜기간 재사용이 힘들다.

그럼에도 싼것을 구매하는 이유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재화 안에서

내가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은 결정되어 있는데, 원하는것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원하는것이 많기 때문' 은

나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난 현금구매 못지 않게 신용카드 구매도 하고 있고

갖고싶지만 당장 목돈이 들어가는것들은 특히 무이자 할부의 유혹에 넘어가

신용카드를 긁어 버린다. (요즘은 한몫 더 쿠팡도 자체 분할납부가 되는 세상)


절약하려는 정신이 가성비를 따지는것이 아니라

원하는것이 많은 욕망이 나를 가성비를 따지고

저렴한것 싼것을 찾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이 생각은

오래전부터 가슴한켠에 묻어두었던 생각이었는데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덕분에

일회용이라는 단어 때문에

묻어두었던 생각이 뽈뽈뽈 딸려 올라오게 되었다.


그렇다면 난 손쉽게 구매하는것

지금 당장은 일회용이 아니지만

잠재적 일회용을 구매하는것의

노예가 되어가는건 아닐까?


손쉽게

구매하는것을

다시한번 고민하는것!

좋은제품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오랜 고민끝에 어렵게 구매하는것

그런 습관을 들이는것

그런 삶을 이제 살아야 하는것 아닌가?


이제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한다.


일회용컵이 꼭 필요한가?

에 대한 물음을, 오늘도 일회용컵에

커피를 사들고 간편하게 쓰레기통에 버리는 보편적인 문화에

안타까워하다가 '일회용' 이라는 단어에 함몰되어 버린

제로웨이스트 샵 사장의 주절주절








첫번째 커피 :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부모님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집안에 흐르는 공기는 늘 불안했다.

가장오래된기억중에 하나가 아빠가 밥상을 엎는모습이었다.

(아빠는 하지만 우리에겐 한없이 너그럽고 좋은 아빠였다?)

매일 싸우는 두분이었는데

유일하게 두분사이의 공기가 여유롭고 따스해지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 순간이 커피를 마시는 순간이었다.

그때 느껴지는 그 따스한 공기의 느낌과 커피향은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게 나의 커피에 대한 기억과 느낌이다.


커피는 나에게 그런 존재이다.

취향의 문제가 아닌것이다. 커피는 나에게 따스함 그자체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가고 싶었지만 집안사정이 좋지 않았다.

난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했고, 내가 학교에서 배운것들은 취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바리스타가 뜨기 시작하는 시절이었는데 바리스타 학원은 비쌌다.

그래서 난 스타벅스를 들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에대해 공부도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두번째 커피 : 나의 젊음 자체였다


다양한 과를 전공하고 있는 혹은 갓 대학을 졸업한 커피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20대 친구들이 그득그득했다.

커피를 마시는것도 배우는것도 손님들을 상대하는것도 청소하는것도

모두 너무 재미있었다. 우린 서로를 파트너라 부르고 서로를 존중했다.

커피는 나에게 문화이며 친구였고 나의 젊음 그 자체였다.

처음들어가면 커피제조하는것을 배우는게 아니라

스타벅스의 브랜드 매뉴얼과 청소하는 방법을 배운다.

수십가지 체크리스트를 시스템화시켜 어렵지않게 채워나갈 수 있었다.

그시절 우리는 마감을 할때 쓰레기통을 뒤져 오만가지 쓰레기들 사이에서  

일회용플라스틱 컵과 종이컵을 분리했다.

하루에도 몇봉지씩 나오는 쓰레기통을 모두 뒤진다는건 정말 구역질이 나는 일이었다.  

(그안에서 아기기저귀라도 발견하면 정말 그날은 울고싶었다....)

뒤져서 나온 일회용컵은 물로 씻어 헹구어 겹쳐 놓으면 누군가 가져갔다.

그 컵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텀블러는 비싸 잘 사용하지 않던 시절 일회용컵은 얼마나 편리한도구였는지....


스타벅스를 처음 우리나라에 알리기 위해

초기멤버들은 스타벅스일회용컵을 들고 버스와 지하철을 누비는걸로 홍보를 했다.

그 방식은 먹혔고 스타벅스가 성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세번째 커피 : 우리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마지막 세대


제로웨이스트 샵을 운영하며 강화도 소창 커피필터를 만들고

강화도 소창을 이용한 커피내리는 방식은 커피맛을 어떻게 좌우하는가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소창커피필터는 융드립과는 다른 개념이다. 소창커피필터는 종이필터를 대체하기에 적합한 도구이다.)

그러다가 유튜브의 알고리즘으로 #프릳츠 의 #박근하 바리스타를 알게되고

기후위기로인해 어쩌면 우리가 스페셜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는 영상을 보았다.

https://youtu.be/c0CKf2Shotk

아침에 출근을 하면 물을 끓이고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 마신다.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하는건 아니지만 커피원산지들에 불어닥친 기후문제는 곧 우리 일상을 바꿔 놓을 수도 있으므로 한잔의 커피가 예전보다 더 감사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네번째 커피 : 왜 커피는 일회용 컵에 담기게 된걸까?


일회용컵보증금제도! 꼭 필요한가? 에 대한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회용컵보증금제도는 어쩌면 나는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생각 한걸지도 모른다. 나의 입장에서 보면 일회용컵을 길거리에 버리는 사람들이나 담배꽁초를 길바닥에 던지는 인간들(!)이나 다 이해가 안되고 한심하다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내 눈앞에서 그런행동을 하는 쌩판 남인 사람들에게 "버리지 마세요!" 라고 말은 하지 못한다. 나에게 그럴 권리가 있을까? 쓰레기를 투기하는건 명백한 불법임에도 괜한 싸움이 될까 두려워서 이다.

폐기물의 투기 금지: 폐기물관리법 제8조제1항 위반

과태료 5만원 : 담배꽁초, 휴지 등 휴대하고 있는 폐기물을 버린 행위

일회용컵은 일회용 플라스틱의 난발에 대한 문제 뿐만아니라, 이런 투기되는 쓰레기의 문제도 심각하다. 쓰레기를 투기하는 문화도 바꾸어야 하고 일회용컵을 공짜로 이용하는 문화도 바꿔야 한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는 일회용컵사용 난발에 대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300원가지고 뭐가 바뀌겠어?' 나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중에 하나인데 바뀐다고 한다. 예를들어 대형마트에 카트도난횟수가 100원짜리 동전하나 넣는 시스템으로 바뀌며 많이 줄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

왜 우리는 커피를 일회용컵에 마시기 시작한걸까?????

누가 일회용 문화를 만들고 정착시킨걸까? 궁금해졌다.


일회용컵의 역사

종이컵이 뭣인가요?

일회용컵 재활용률 5% 미만

일회용컵 재활용이 안되는 이유?



그리고 생존의 문제


일회용컵보증금제도의 제대로된 정착을 위해 2020년 환경부는 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우선적으로 보증금제도를 시행하기로 하였고 2년의 준비기간을 가졌다. 그럼에도 6월에 시행되기로 한 제도가 12월로 유예된 이유가 뭘까? 생존이 걸리지 않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잘못은 아닐까?


환경운동가들은 인류의 생존을 걱정한다.

프랜차이즈 카페 가맹점주들은 사업체의 생존을 걱정한다.

두 집단은 진지하게 서로가 생각하는 생존의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


나와는 상관이 없는일 아닌가???

난 왜 여기에서 둘을 대변하는 뉴스들 정보들을 보며 눈물을 흘릴까????(주책이다...)

난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제로웨이스트샵 사장은 모두 환경운동가 여야 할까? 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환경운동가와 자영업자의 중간 어디쯤에 포지션을 둔 나는 카페자영업자의 마음도 이해가 되어 양쪽으로 눈물을 흘리는것이다.


분명한것은

일회용컵보증금제는 시행되어야 하며 다수의 소상공인이 포함된 카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무엇인가요?

일회용컵 보증금제 자영업자들 죽이기

2년전 법재정되었는데 왜 유예되었나요?

• 25억개 라고요?


일회용컵 보증금제도에 대한 모든자료를 볼 수 있는곳




일회용컵보증금제도가 일회용문화를 사라지게 할 수 는 없다.

일회용컵대신 시즌마다 출시되는 새로운 텀블러를 사다 모은다면 이 또한 탄소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지금 미세플라스틱과 탄소문제의 무게보다 더 나에게 다가오는건 낭비하는 삶에 대한 고민이다.


난 일회용의 노예로 언제까지 살아갈것인가......

가성비를 따지는 나의 소비패턴은 정말 낭비없이 살려는 방법이었을까?

누군가가 파놓은 덫에 빠진것은 아닐까?

싸고 저렴하고 편리해서 당신의 삶을 윤택하게 해줄거라는 덫


어 ~~ 이 덫 뭔가 익숙하다.

내가 플라스틱을 사랑했던 이유 아니었나???



https://brunch.co.kr/@jejariro/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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