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도 들을 줄 아는 용기
쓴소리를 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
지난 8월은 여러모로 힘든 달이었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이유였고, 그 외에 부가적으로 스트레스가 더해져서 톡 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고였다. 정말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눈앞에 있으니 마음이 갑갑하고 버텨야 하는 삶이 참 서글펐다. 그때 내 마음을 가장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P 뿐이었다.
P에게 내가 왜 힘든지 어떤 상황인지 얘기하다 보면 어느새 꺼이꺼이 울고 있었다. 그러면 P는 휴지를 건네주고서는 한참 동안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속이 어느 정도 시원해지고, 마음이 진정이 되었을 때 P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가 힘든 것도 다 알고 이해는 하지만 너의 어떠한 행동들이 결국 너에게 해가 될 수도 있어. 그건 네가 고치는 게 맞아."
불쑥 화가 났다. 나도 그걸 모르는 게 아니었다. 내가 실수하고 있는 부분,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다 알고 있어서 힘들었던 거였다. 서러움을 주체할 수 없어서 P에게 날 선 말을 마구 쏟아냈다. "내가 그걸 몰라? 그냥 내 편 들어주고 공감만 해주면 어디가 덧나? 나한테 필요한 건 그런 잔소리가 아니야."
그러자 P가 말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너를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야. 네 주위에 이런 얘기해주는 사람이 있어? 아무도 없을 거야. 너한테 굳이 싫은 소리를 왜 하겠어.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어쩌면 고마운 일일지도 몰라. 나는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어."
00아, 그러니까 때로는
쓴소리도 들을 줄 알아야 해.
그 순간에는 감정이 너무 앞서서 그 말이 잘 수긍되지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니까 P의 말이 마음에서 맴돌기 시작하면서 온갖 생각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맞아, 내가 이런 식으로 행동했다가는 큰일 날지도 몰라, 이 행동은 고쳐야 되는데, 내가 이런 행동을 할 필요도 있는 것 같아....' P의 말을 토대로 자기반성의 시간을 마주하게 되었다. 결국 P의 말이 틀린 말도 아니었다. 나는 듣기 싫은 말을 방어적으로 쳐내고 있었다. '나는 지금 이런 상황이라 힘들어, 그래서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거야.'와 같은 식으로 나 자신을 합리화하기에 바빴다. 싫은 소리는 듣지 않고 그저 좋은 말만 들으려고 했다. 나는 쓴소리를 듣고, 현실을 직시할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나에게 진짜 필요한 건 P처럼 쓴소리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조언을 듣고 내 행동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었다.
지금도 P에게 고민을 얘기했을 때, 그리고 P의 쓴소리를 들었을 때, '어쩌라고!! 네가 그렇게 말하거나 말거나 나는 힘들다고! 그냥 공감해 주고 편들어 달라고!'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이제는 조금 듣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물론 입은 삐죽 나와있겠지만.
내 화를 받아주면서도 계속해서 쓴소리를 해주는 P에게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