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장담

by na지윤서

돌보고 있는 아이 덕분에 요즘 다시 도서관을 드나들고 있다. 금요일마다 나들이를 하는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 아이도 나도 만족도가 높다.


주로 다니는 도서관은 마을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구립도서관이다. 3층 짜리 단독 건물인 도서관은 규모가 꽤 커서 1층에는 카페도 입점해 있다. 이 카페 덕분에 아이와 나는 자료실에서 책을 읽는 대신 책을 대출해 카페에서 읽는다.


카페에서 책을 읽는 맛을 알게 된 아이는 이제 자연스럽게 그림책 10권을 골라 대출 기계에서 스스로 대출 절차를 마친다. 그러고는 5권을 내게 건넨다. 너무 무겁다며. 주도적인 아이의 모습이 보기 좋아 나는 언제나 거드는 시늉만 낸다.


공간을 구경하길 즐기는 아이는 처음에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실내 중앙에 있는 계단을 이용해 3층에 있는 어린이자료실로 향했다. 자료실로 가는 동안 서가를 구경하고 다양한 유형의 좌석을 기웃대기도 했다. 하지만 대출을 시작한 이후로는 무거운 책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어린이자료실에서 책을 대출하면 우리는 곧장 카페로 향한다. 아주 넓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그곳에서 아이와 나는 쫀쫀한 거품이 내려앉은 따듯한 우유를 주문해 곁에 놓고 책을 읽는다. 아이는 자신이 선택한 그림책을, 나는 내가 가져간 책을. 1시간 정도 카페에서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그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내게는 충만함으로 가득한 시간이다.


아이와 도서관에 가야겠다 생각한 것은 사실 작가별로 그림책을 읽어가던 와중에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책을 도서관에서 마저 찾아 읽히면 좋겠다는 생각을 떠올리면서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이에게 읽히려던 그림책을 도서관에서 만날 수는 없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도서관에는 구간보다는 신간 위주로 책이 구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움은 나만의 것이었다. 보여주고 싶었던 그림책이 없다고 하자 아이는 괜찮다며 책장을 둘러보더니 이내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제법 흥미로운 그림책을 골라내는 아이의 안목에 오히려 신간 그림책을 읽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코리나 루켄, 이세 히데코, 그렉 피졸리, 윤동, 명은주, 에즈기 베르크, 에임 디크먼, 헬렌 도허티, 콘도우 아키 등의 작가가 아이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그림책 작가들이다.


겨울에 접어들며 도서관을 계속 다녀야 하나 고민 중이다. 하지만 도서관에 가는 날이면 아빠와 함께 산 교통카드를 챙기고, 입고 갈 외투를 고르는 아이를 보노라면 아이가 가지 말자고 하지 않는 한 계속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빠랑 편의점 가서 샀어요. 버스 탈 때 이제 이거 쓰면 돼요."


두 번째로 도서관 나들이에 나선 날, 아이는 주머니에서 교통카드를 꺼내 보이며 설렘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만의 카드가 생겼다는 사실이 신기했던지 아이는 버스를 타고 내리며 몇 번이고 교통카드를 들여다보곤 했다. 그러면서 어른이 되어서도 교통카드만 가질 거라고 장담했다. 아이의 순수한 장담에 나는 웃기만 했다.


그 카드를 쓸 수 있는 기회를 뺏을 수는 없는 노릇(나 역시 아이 덕분에 도서관 카드가 새로 생겼다). 날씨가 아주 험하지만 않다면 도서관 나들이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겠다 싶다. 책을 읽는 시간은 내게도 아이에게도 소중하니까.



작가의 이전글AI와 협업하는 시대? AI를 표절하는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