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
제주도로 내려온지 6개월... 그리고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제주도로 이사 간 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들은 하나같이 "도대체 왜??"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만한 그럴듯한 이유를 말해주고 싶었으나
나도 나에게 '도대체 왜...'라고 묻고 있는 중이었다.
요동치는 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입꼬리는 12도 정도 살짝 올려주고 최대한 담담한 표정으로
어떤 이들에겐 대충 얼버무리고
어떤 이들에겐 남편이 발령받았노라고
어떤 이들에겐 도망치듯 말도 없이 와버렸다.
봄비 내리는 날 폴폴 땅에서 올라오는 흙냄새는
나를 봄바람 난 처녀처럼
돈도 없으면서 전원주택 전세나 매물을 기웃거리게 하고
아침마다 논두렁 달리기를 한다는 시골학교를 찾아가게 하고
그러다 또 여름 태풍이 오기도 전에
역시 돈도 없고 남편 직장도 너무 멀어 안 되겠다며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 사는 동네가 난 너무 좋다며
그러기를 몇 년째 하다 보니
문득... 봄만 되면 찾아오는 이 고질병을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도 안고 살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시골 가서 살아보고 싶다...라고 말은 하지만
은퇴 후.... 우리에게 은퇴가 있길 할까
돈을 모으면.... 만족할 만큼 돈이 모이기는 할까
나이 들어서.... 어쩌면 난 도시의 큰 병원을 끼고 살아야 하는 할머니가 되어있을지도
다행히도...(다행이라 여기고 싶은)
내가 5년,10년 살고 싶었던 집은 전셋값이 7000만 원 올랐고
남편은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도... 억대 연봉 대기업 회사원도 아니고...
남편 회사는 출퇴근이 2시간 걸리는 곳으로 이사까지 가버리고
아이들은 잘 때 아빠가 출근하고 잘 때 아빠가 퇴근하는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더 늦기 전에 더 아프기 전에 또 여름이 오기 전에
이제 한번 해보라고 나를 떠미는 것 같았다.
우리의 생명줄과도 같은 직장과 월급은 사실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썩은 동아줄이다.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희생할 수는 없다.
이것이 진리라 믿으며 혹시라도 마음이 흔들릴까
나에게 남편에게 수시로 세뇌시키며
2달만에 직장과 집을 모두 정리하고 이사를 했다.
제주도에서의 나의 시간은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의 시계처럼
어떤 날은 너무 빠르게 어떤 날은 너무 느리게 흐른다.
1년 살아보자... 하고 왔는데
벌써 반년이나 지났네 하고 초조해질 때가 있고
아직 6개월 밖에 안 지났네 하고 작은 여유가 생길 때도 있다.
인적성검사처럼 귀촌적응력 검사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하루에 만난 사람이 가족 말고는 골목에서 인사드린 할망 한분이 전부라는 사실이
아무렇지 않게 익숙하게 느껴지다가도
여름이면 다시 한번 치를 벌레전쟁이 벌써부터 두려워지는 것을 보니
제주에서의 시간처럼 나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남편도 다시 일을 시작했고
나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가끔씩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딜 가나 마찬가지이지만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조금 더 집중하며 살고 있고
아직은 누구 하나도 육지로 가고 싶다고 말하지 않고
(에버랜드 때문에 다시 용인 가고 싶다는 아이들 말은 무시하고)
6개월 동안 병원 몇 번 가지 않고 마트 몇 번 가지 않고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니
이것으로 되었다
6개월 뒤에 다시 짐을 싸고 있다 해도
다시는 시골 가서 살고 싶다는 말은 하지 않을 테니
봄마다 머리에 꽃 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을 테니
그것만으로도 되었다
나 이 정도면 제주에서 6개월
잘 살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