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기 vs 익숙해지지 말기

by 제주아이

제주도에 오고 꼬박 한 달 동안은 정말 벌레와의 전쟁이었다.

싱크대 서랍장에서 튀어나온 제주도에서 그 유명하다는...

날아다닌다는...

마치 작은 새를 연상케 하는...

바퀴벌레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비만 오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잠자리채로 잡았던 손바닥만 한 시커먼 왕거미.

길바닥에 널려있는 식용? 달팽이들.

고등학교 '생물' 공부하는 학생 때 마음으로 차이점을 비교하며 뿌듯함까지 주었던 지네, 노래기, 돈벌레

이름을 알 수 없는' 기타 등등' 벌레들까지

이사오자마자 마트 가서 제일 먼저 사온 3만 원대 텐트형 방충망은

(그땐 이리 허접해 보이는 게 뭐 이리 비싸냐고 했지만)

우리의 안전한 잠자리를 책임져준 1등 공신이 되었다.


결혼 10년 만에 거의 처음으로 남편만을 의지하고 살게 해 준 소중한 한 달 ^^;;

연막탄이라는 것도 피워보고 벌레가 싫어한다는 계피나무 잘게 잘라서 옷장 구석구석에 넣기도 하고

덕분에 한 달 동안은 방역작업에만 집중하느라

뭘 해먹고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걱정, 근심도 없이 바쁘게 지냈다.

언제쯤이면 이 환경에 익숙해질지

언제쯤이면 내가 사는 집, 내가 사는 곳이구나.. 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지

어서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라는 마음뿐 일 때

산책길에 본 하늘.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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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는 왜 이런 하늘을 보기 힘들었을까.

높은 아파트들 때문에 안 보였던 건지

아이들 챙기고 아줌마들하고 수다 떠느라 하늘까지는 볼 시간이 없었던 건지

이유야 어쨌든 제주도의 하늘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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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에 구름 걸친 하늘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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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양탄자 깔린 초원 위 하늘도 그저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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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감귤밭 위 하늘은 청량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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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지는 하늘은 감동.



내 마음에 두개의 마음이 생긴다.

어서 빨리 익숙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영원히 익숙해지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제주도에서 태어났지만 한라산 한번 가보지 않았다는 사람들처럼

이런 하늘을 보고도 아무 감흥이 없어져버림 어쩌지.

그러고 보니 이사한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왕거미를 본 나를 보고 동생이 한마디 했었다.

" 누나, 이제 놀라지도 않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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