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오르고 있습니다. 웬 줄 아십니까?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오르다 보면 가까워질 수 있을 테고, 오르다 보면 끝내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반대로 이야기하신 것은 아닙니까? 저는 오르면서 자꾸만 그런 의문이 듭니다. 오르면 오를수록 주변은 점점 희미해져 갑니다. 혹시 반대로 이야기하신 것은 아닌지요. 혹시 내려가는 것들이 한데 모이는 게 아닙니까? 고개를 돌려 내려다보면 손짓하고 있는 수많은 인영이 보입니다. 혹시 내려가는 것들이 한데 모이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당신을 만나려면 내려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몸을 맡기면 내려가는 건 금방입니다. 자꾸만 고개를 돌려 내려다보게 됩니다. 그러나 당신은 오르고 있겠지요?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는 말은 당신이 제게 해 준 말입니다. 당신은 아마 오르고 있겠지요. 그러니 당신을 만나려면 올라야 하겠지요. 사실 알면서도 투정을 부렸습니다. 오르는 것이 힘들어서 그랬습니다. 지쳐서 그랬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오르고 있겠지요? 저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오늘도 오르고 있습니다. 잠시 쉬었다 가더라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