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21년 전에 아이를 잉태하고 낳았다. 그녀는 아이를 낳은 후 다시는 잉태할 수 없다는 말을 의사로부터 들었다. 그녀는 아이를 품어 소중히 길렀다. 아이는 성인이 되자 그녀의 품을 떠났다. 그녀는 아주 많이 슬펐다. 허전함을 느끼던 그녀에게 친구는 신을 권했다. 친구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했다. 함께 신의 품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그녀는 허전했다. 그래서 고민했다. 고민이 다다른 곳에서 그녀는 결심했다. 그녀는 친구와 신의 품으로 돌아가는 대신에 신을 잉태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신을 잉태했다. 그래서 그녀는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21년 만이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그녀는 배를 쓰다듬으며 신에게 속삭였다. 잘 잤니? 혹시 악몽을 꾸지는 않았니? 오늘도 잘 지내보자. 일어나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볼 때마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거울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매일 아침 산책을 했다. 산책을 하다 이웃을 마주할 때면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신을 잉태하고 있었다. 그녀는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었다. 좋은 것만 느끼고 싶었다. 산책을 마치면 시장에 나가 장을 봤다. 신에게 신선한 음식을 먹이기 위해 그녀는 냉장고를 버렸다. 매일 먹을 만큼의 재료만을 구입했다. 신을 잉태한 후 몇 달 간은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겐 문제가 있었다. 신에게 위협이 될 아주 큰 문제가 있었다. 그녀는 돈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옆 동네의 조그만 식당에 일자리를 구했다. 그녀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했고 그녀의 일상에 노동이 많은 시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녀는 걱정이 됐다. 일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가 신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신경을 곤두 세운채 일을 하다 보니 그녀는 점점 날카롭게 변했다. 그녀는 고민했다. 이대로 가다간 무너져버릴 것 같았다. 그녀는 고민했다. 신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했다. 그녀는 돈이 없었다. 그녀의 부모도 돈이 없었다. 그녀의 부모는 가난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남겨줄 것이 없었다. 다행인 것은 남겨줄 것이 없었기에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의 부모가 품었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그녀는 조금 더 멀리 보기로 했다. 일을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즐거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조그만 식당을 그만두고 더 조그만 식당으로 들어갔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즐거운 일을 찾는 시간을 만들었다. 그녀는 좋은 일, 재밌는 일, 스스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아다녔다. 너무 많았다. 찾으면 찾을수록 눈독 들이게 되는 일이 아주 많았다. 그녀는 한 가지만을 선택하지 못했다. 선택한다는 것은 어느 하나를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걸 당시의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녀는 선택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일에 동시에 손을 뻗히다 어느 하나 잡지 못해 좌절하게 되는 날이 많았다. 불안한 날이 많았다. 사실은 매일매일이 불안했다. 그녀는 신을 잉태한 일이 잘 한일인지 고민했다. 회의하고 걱정했다. 그런 날이면 그녀는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불안은 숨겨둔 채 가벼운 이야기를 나눴다.
시간은 흘러 그녀가 아이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 줄었다. 그녀는 안정을 찾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알맞은 일을 찾았다. 보람을 느꼈고 삶의 매 순간이 고양감으로 가득했다. 그녀에게선 자애로움이 뿜어져 나왔고 그녀가 풍기는 따스함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친구도 그녀의 곁으로 돌아왔다. 친구는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친구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는 없다고 말했다. 안정을 찾은 후부터 그녀는 태동이 조금씩 강하지는 걸 느꼈다. 태어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좋은 것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일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던 어느 날 그녀는 진통을 느끼고 주저앉았다. 그녀는 통증으로 신음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차를 몰아 병원으로 향했다. 연락을 받은 사람들이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계속해서 통증을 느끼고 신음했지만 점점 가득 차오르는 고양감에 황홀한 기분도 느꼈다. 통증과 황홀함이 극에 달했을 때 그녀는 신을 낳았다. 그녀는 희미해져 가는 시각 안에서 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는 웃고 있었고 신 또한 웃고 있었다. 그녀는 신을 잉태하기로 했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