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일기

by 기묭

비가 많이 온다. 장마철이라 그렇단다. 나도 그렇다. 눈물이 많이 난다. 비가 와서 그렇단다. 오늘이 맑은 날이었다면 나는 울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조금 견딜 수 없어질 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나는 오늘 비가 와서 슬픈 것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모두 비에 씻겨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비가 오는 것이 좋은 건지 싫은 건지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비가 오면 나는 슬프다는 것이고 다른 이유는 사라진다는 것이다. 나는 핑계를 댈 수 있다는 것에 안심해야 하는 것일까 비겁해진다는 생각에 다그쳐야 하는 것일까. 모르겠다 모르겠고 그냥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이 생각들도 결국 씻겨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