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감

by 기묭


기시감.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소꿉친구? 아니면 더 이전일지도. 같은 섬에서 지낸 적이 있으니 마주쳤을 지도. 우주적으로 보면 먼지 만한 작은 별 출신이니까 아는 사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상대적인 걸까. 나는 10년을 알고 지낸 친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10년을 보고도 모르겠는 사람과 1년 반 남짓을 보고도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친근한 느낌을 주는 사람. 말해줘 이건 데자부일까. 과거의 망각한 경험이나 무의식에서 비롯한 기억의 재현이 아닌, 그 자체로서 이상하다고 느끼는 뇌의 신경화학적 요인에 의한 걸까. 비슷하지만 다른 어딘가의 세계에서는 너와 소꿉친구인 내가 있지 않을까.

사람을 볼 때 여러 세상에서의 모습이 겹쳐진 채로 보인다. 정정, 보려고 한다. 미지수. 무엇이 대입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값. 그런 각각의 알고리즘 = 개인.

너와 오래 알고 지낸 세계가 있다면 죽을 때까지 모른 채로 지내는 세계도 있을 거라는 생각. 그래서 감사할 수 있는 지금. 타인의 삶이 그린 궤적에 나의 그것을 포개어 놓으려는 이상한 갈망과 단념 사이 어딘가에서 써 내려가는 마음. 기분 좋은 기시감 안에서 보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