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트와이스의 도쿄돔 콘서트를 보러 간 친구를 기다리며 도쿄돔 옆에 붙어있는 조그만 스타벅스에서 두 잔째의 커피를 마시고 있다. 한 잔은 야외의 테이블에서. 콘서트 시작 시간인 6시가 가까워 오기 전까지 내부엔 팬들이 가득해 내가 있을 틈이 없었다. 마침내 자리를 잡고 나서 두 잔째의 커피를 마시며 왼쪽 어금니 뒤편에 누워있는 사랑니에서 통증을 느끼다, 뚫은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아물지 않은 귀에 신경이 쓰이다, 어제부터 붓기 시작한 목에서 이물감을 느끼다, 어제부터 아파오기 시작한 오른쪽 고환에서 통증을 느끼다 문득, 애써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게 모르게 애써왔구나. 언제부터 애써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애써 여기까지 왔구나 싶다. 몇 주 전부터 짧게나마 썼던 하루의 기록 옆 감사일기에 나에 대한 감사는 없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는 걸 나는 방금 알았다. 알게 모르게 또 죽이고 있었구나. 나를 죽이는 것에서 내 존재의 당위성을 찾는 것이 나의 습관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나서도 나는 알게 모르게 다시 나를 죽이고 있었구나 싶다. 내가 살면 남도 산다는 말이 내겐 위로와 동시에 커다란 짐처럼 다가왔는데. 몇 주 전, 죽이고 따랐던 동유럽 여행으로 그리고 지금의 일본 여행으로. 결국엔 몸소 경험해야 하는가 싶기도 하다가도 그냥 컨디션이 안 좋아 그런 생각을 하는가 싶기도 하다가도 그렇다. 사실은 투정인가 싶다가도 그냥 트와이스 콘서트가 끝나기까지 시간이 남아서 이렇게 글이라도 끄적이는가 싶다가도 애써 분석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냥 내가 애써왔다는 걸 내가 알게 되었으니 그걸로 되었다. 나는 애써왔고 애쓰고 있다. 많은 날을 애써왔을 텐데도 나는 내게 애썼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그동안 애썼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나.
내 몸과 마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