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사랑은 너무 선명해. 나를 드러내야 하거든. 드러내다 보면 나의 작은 안락이 드러날지도 모르거든.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나만의 작은 안락. 사랑은 너무 짙어서 나의 작은 안락, 작은 공간을 물들이거든. 나는 흐릿한 사람이거든. 나는 지우개로 지우고 난 후 짓눌린 종이 위에 여릿한 흔적 같은 사람이거든. 그래도 괜찮다고 나를 납득시킬 수 있는 사람이거든. 그래서 짙어져야 하거든. 사랑을 하고 싶다면 짙어져야 하거든. 너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짙어져야 하거든. 너는 아주 짙은 연필이거든. 너는 짙은 연필로 짙게 그어놔서 지우고 지워도 남는 자국이거든. 그래서 너와 함께하려면 나도 짙어져야 하거든. 짙은 연필로 짙게 그어서 자국을 남겨야 하거든.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을 자국을 네 곁에 남겨야 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