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아직 준비가 덜됐다.

by 기묭


알바 면접을 보고 나오는 길에 면접관의 말이 내내 선하다. 원래 말이 없으신가요. 성격이 차분하신 편인가 봐요. 의욕이 없어 보여서 걱정되네요. 생각을 떨쳐 내려 카페에 들어가 책을 꺼내 든다. 책 속의 우연한 문장이 다시금 생각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직업인이라면 맡은 임무가 맘에 들지 않아도 자기 일을 완수할 수 있는 법이다. 나는 아직 준비가 덜됐다. 기껏해야 면접관의 말일 뿐이고 기껏해야 소설의 한 문장일 뿐이고 친구의 말마따나 그래, 기껏해야 아르바이트일 뿐이다. 물론 생계유지를 위한 아르바이트이기에 기껏 할 일은 아니지만서도 그래, 나는 그렇게 의욕이 없다.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삼아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얼마나 많은 유혹과 얼마나 많은 좌절을 감내해야 하는지를. 면접 후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다는 갈망에 괴로워하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걸. 시작하기도 전에 중요성을 과하게 부여해서는 될 일도 안 된다는 걸. 나는 면접관의 말들을 떨쳐버리기 위해 글을 쓰다 합격 통보를 받는다. 그리고 첫 출근 전까지 끙끙 앓며 괴로워하다 그래, 막상 가보니 괜찮은 걸. 다들 열심히 살고 있구나. 다들 자기 꿈을 키우며 당면한 생계와 적절한 간격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구나. 사실은 낯설음에 대한 두려움인 걸. 한동안 익숙한 환경 속에서 몸은 힘들더라도 마음은 편하게 지냈으니까. 적응 중이다. 주변에선 나를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하는 사람으로 본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래서 그런 환경을 피하고 싶다. 적응해버릴 테니까. 나는 적응과 낯설음의 간격 조절을 통해 꿈을 지켜나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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