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나 자라

by 기묭


그건 제 취향이 아니에요. 그럼 다른 걸 보여드릴게요. 아니요. 그걸로 주세요. 취향이 아니라면서요. 네. 취향이 아니라서 제 취향이에요. 그게 무슨 말인가요. 제 취향은 제 취향이 아닌 거라고요. 전 제게 어울리지 않는 게 좋아요. 아, 그러시구나. 혹시요. 네, 말씀하세요. 애초에 그 무언가가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러시는 건가요? 애초에 그 무언가 라니요? 애초에 그 무언가가 뭔가요? 음, 평범한 거? 남들이 입는 거? 잡지에 나오는 그런 거요. 네? 당신은 제가 자신이 없기 때문에 일부러 지금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럴 수도 있으니까요. 아니요, 확실히 말하지만 전 취향이 아닌 게 취향입니다. 네, 알겠어요. 근데 의심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네요. 아니, 확실하게 선을 그어주세요.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는 부분에서 기준이 누구인가요. 본인인가요 타인인가요. 당연히 제 기준이죠. 그럼 만약 타인이 보기에 본인과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어.. 본인의 기준과 타인의 기준을 분리하기란 쉽지 않지 않나요? 뭐, 그건 그렇지만. 아니, 제가 그렇다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세요. 제 취향이라서요. 네? 전 취향이 아닌 게 취향이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게 취향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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