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상영관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먼저 온 사람들이 삐뚤삐뚤한 의자에 앉아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난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배짱은 없어 멀찍이 거리를 둔 채 자리를 잡았다. 영화 시간이 다가오자 빈자리가 조금씩 메워져 갔고 내 오른편에도 한 여성이 앉았다. 그녀는 가방을 살피다 우산을 떨어트렸는데 둘 곳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발로 벽 가까이 우산을 밀어 넣었다. 난 잠시 곁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시선을 휴대폰으로 옮겼다. 곧 상영관 입장 시간이 되었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일어나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화장실로 향하던 아르바이트생이 나를 보며 의아해했다.
내겐 아직 한 시간이 남아있었다. 기다림은 익숙했다. 그래서 괘념치 않았다.
'괘념치 않다'는 말은 마음에 두고 걱정하지 않고 또한 잊는 것을 말한다는데 잊는 것은 아니니 괘념치 않은 건 아닌 것 같다. 괘념치 않은 것이 참인지 따져보다 보니 내 시간이 되었다. 한 시간을 내가 온전히 붙잡고 있었고 이젠 두 시간을 내어줄 차례다. 내 시간을 온전히 앗아갈 수 있을까. 조금 기대를 안고 상영관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