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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Nov 22. 2019

시민 중심의 재생에너지 커뮤니티 펀딩 플랫폼

[루트에너지]

지구온난화, 온실가스, 미세 먼지, 대기오염 등은 환경문제를 이야기할 때 흔히 나오는 단어다. 지구온난화의 각성은 수십 년 전부터 논의되고 있었다. 한반도를 위협하는 미세 먼지의 위험성도 두 번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힌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92%가 대기 오염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해마다 6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있다(참고 1).  대기오염의 원인에는 일상생활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 배출도 있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화석연료 발전 시설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오염 물질이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재생가능 에너지(이하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취약한 48개 개발도상국의 고위급 회담인 기후 취약성 포럼(Climate Vulnerable Forum)에서는 각 국가가 2030년에서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독일, 포르투갈 등 일부 국가는 하루 혹은 며칠간 100% 재생에너지만으로 국가 전체 전력을 공급해 성공한 바 있다(참고 2). 한국 정부는 2017년 우리나라의 주요 전력원인 원자력, 석탄 화력발전을 줄이고 청정에너지 발전을 늘리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발표하고 2018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제주에서도 ‘카본프리 아일랜드 제주 2030’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100% 에너지 자립 실현을 위해 에너지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 중이다(참고 3).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정책과 함께 필수적인 과제는 시민 중심의 상향식 혁신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 필요성을 체감하고 시민 중심 재생에너지 전환에 앞장서는 스타트업이 있다.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에너지 솔루션을 가속한다’는 비전으로 2013년 창업한 환경형 예비 사회적 기업, 루트에너지다. 



시민이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주인이 되는 세상


루트에너지 윤태환 대표

루트에너지 윤태환 대표는 재생에너지 선진국 덴마크에서 풍력에너지공학(전기공학)을 공부한 에너지 전문가로, 덴마크에서 공부하던 시절 시민 중심의 상향식 혁신을 통해 에너지 전환이 안정적으로 진행되며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반면에 한국의 재생에너지 환경 시설은 유럽 등에 비해 낙후되어 있으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시민의 인식 역시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다. 윤태환 대표는 시민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만들기 위해 2013년 루트에너지를 창업했다.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이산화탄소로, 이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이 석탄 화력발전입니다. 그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시급한 문제인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석탄 화력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1인당 석탄 소비량 2위,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 3위의 국가로,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공급 비율은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세 먼지, 폭염 등 일상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산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루트에너지에서 현재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재생에너지 커뮤니티 펀딩 서비스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과 핀테크를 접목한 커뮤니티 펀딩 서비스는 임팩트 투자 기반의 재생에너지 시장에 특화된 P2P 투자 플랫폼이다. 개인이나 법인 투자자는 발전소 시공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고, 발전소 운영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커뮤니티 펀딩으로 발전소 시공에 투자한 시민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루트에너지가 커뮤니티 펀딩에 주목한 이유는 재생에너지 전환에 큰 허들이 되고 있는 ‘지역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낮은 이유는 재생에너지 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이 환경 훼손, 지역이기주의 등의 이유로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립 자체를 반대하는 ‘낮은 지역 주민 수용성’, 재생에너지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법 제도’, 정보 비대칭 및 관리의 사각화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는 ‘낙후된 시장 생태계’ 등이 있습니다. 루트에너지는 이중 가장 핵심적 문제인 ‘지역 수용성’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재생에너지, 금융, IT를 융합한 ‘재생에너지 전문 온라인 금융 플랫폼’으로 ‘커뮤니티 펀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낮은 지역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이 일부 자산 규모가 큰 투자자와 사업체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지역의 개인 투자자가 직접 발전소 건립에 투자할 수 있는 방식을 제안한 것. 루트에너지 커뮤니티 펀딩 플랫폼의 발전소 투자 상품은 최소 10만 원부터 가능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큰 제약 없이 투자할 수 있다. 여기에 해당 발전소가 건립되는 지역 주민은 우대 금리를 받게 된다. 최근 펀딩에 성공한 거창파워솔라발전소의 경우 일반 예상 수익률이 11%라면 발전소가 건립되는 거창 주변 지역인 경상남도, 부산시, 울산시 지역 주민과 법인은 이웃 투자자로 일반 수익률보다 1% 높은 12%의 수익률을 제공받는다. 2017년 현재 커뮤니티 펀딩 서비스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고 2019년 본격적인 서비스 론칭 이후 2019년 8월까지 루트에너지의 커뮤니티 펀딩 플랫폼에서 40개 프로젝트에 2052명의 시민 투자자를 유치해 누적 펀딩액 123억 원을 달성했다. 시민 투자자의 참여로 서울, 의성, 합천, 영월, 연천 등지에 17개의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건립되었다. 

루트에너지 커뮤니티 펀딩으로 조성된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연간 발전량은 14,119MWh다. 서울 지역 가구의 월평균 전력 소비량을 217kWh로 봤을 때 5422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의 발전량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 여기에 온실가스 6354톤을 감축하고 대기오염 물질 6.5톤을 감축하는 효과도 낸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준공은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데, 10MW급 재생에너지 발전소 중 태양광발전소는 20년간 운영되기 때문에 건설·운영·유지 보수 분야에서 337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셈이다.

양천햇빛공유발전소



재생에너지 발전소 투자 허들을 낮추기 위한 노력 

커뮤니티 플랫폼에 시민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또 다른 과제는 ‘재생에너지’와 ‘발전 사업’, 그리고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일반 시민 투자자에게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루트에너지는 이를 위해 펀딩 플랫폼의 투자 상품 소개 콘텐츠부터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홍보 채널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소 확대의 중요성과 투자 가치를 알리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루트에너지의 재생에너지 전환 방식은 시민 참여이기 때문에 에너지 사업에 대해 처음 접하는 일반인에게 낯설게 들릴 수 있는 발전 사업 용어나 수치들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펀딩 상품에서 해당 발전소가 만들 수 있는 환경적 성과를 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고, 발전량이나 예상되는 환경 성과 수치들을 나무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 자동차가 배출하는 대기오염 물질, 약 몇 대의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는 발전량 등으로 일반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를 이용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루트에너지 블로그에는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건립될 부지 현장 실사부터 건립 과정까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실제 재생에너지 발전소 부지의 적합성, 투자 적합성 등을 시민 투자자에게 확인시켜주는 것. 벼락도끼포천햇빛발전소, 양천햇빛공유발전소 등 이미 건립을 완료하고 운영 중인 발전소는 애뉴얼 리포트로 발전 시간과 발전량, 수익까지 이해하기 쉬운 그래프와 설명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매년 발전소에 투자할 지역 주민을 유치하고 마을 공동체의 에너지 자립을 지속 가능하게 하고 있다. “2017년 11월부터 운영 중인 양천햇빛공유발전소는 서울에너지공사 옥상에 위치한 95.85kW의 작은 발전소로, 준공식 이후 양천구 마을 공동체인 ‘강서양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에 발전소를 양도해 운영 수익을 공동체 기금으로 활용하도록 했습니다. 100% 시민 투자로 만들어졌고, 발전소를 운영하며 발생한 발전 수익으로 발전소를 만드는 데 소요된 대출금을 매년 균등하게 상환 중인 프로젝트로, 마을 공동체의 에너지 자립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양천햇빛공유발전소는 시민이 1년 상환 기준으로 투자하고 만기 시 발전소의 잔여 대출금과 동일한 금액을 추가 펀딩 하는 재생에너지 장기 투자 상품으로 매년 7월경 오픈한다. 2019년까지 3차 펀딩이 진행됐고, 발전소가 건립되는 지역 주민 투자자 28명을 포함해 총 182명의 시민 투자자가 함께하고 있다. 루트에너지는 시민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시민 투자자로서 확인해야 할 투자 결과를 투명하게 보여주고, 추가 펀딩을 유도하는 등 지역 발전소와 시민 투자자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있다.


양천햇빛공유발전소 현장 방문 모습


‘시민 중심의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발전소 건립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한 많은 시민들의 임팩트 투자를 이끌어냈음에도 P2P 플랫폼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루트에너지의 주요 고객들은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다른 투자처보다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루트에너지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심리적 허들보다는 오히려 더 많이 투자하고 참여하려는 적극적인 고객들이지만, P2P 가이드라인에 의해 적용받는 투자 한도 제한으로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다행히 올해 4월부터 루트에너지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 서비스에 선정되어 P2P 투자 한도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받게 됐다. 앞으로 2~4년간 루트에너지의 커뮤니티 펀딩 플랫폼에서 공공성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투자하는 지역 주민들의 투자 한도는 발전소당 4000만 원, 루트에너지 플랫폼에서는 최대 1억 원까지 상향 조정되어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크라우드 펀딩 투자 금액이 누적 5조 원을 넘어서고 있는 시대입니다. P2P 금융의 법제화가 진행되고 있고, 법제화가 이루어지면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는 물론 루트에너지의 재생에너지 커뮤니티 펀딩 플랫폼도 더욱 대중화될 것으로 봅니다.” 



루트에너지가 그리는 에너지 산업의 미래 

루트에너지의 커뮤니티 펀딩은 2019년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누적 펀딩 금액 100억 원을 달성하고 금융위원회 혁신금융 서비스에서 선정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루트에너지 커뮤니티 펀딩 서비스로 건립·운영되는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거두는 환경적 성과와 지역 일자리 창출 등 간접적 효과까지 고려하면 루트에너지가 만든 혁신의 크기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성과에도 루트에너지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움직임이 이제 시작된 것이라고 말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큰 규모의 자본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시민의 참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루트에너지는 개인 투자자와 법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온·오프라인 접점의 고객 참여 프로그램을 기획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재생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알리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직접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또 글로벌 트렌드인 ‘임팩트 투자’의 장점을 강조하고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 연대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법인 투자자도 확대할 예정이다. “개인과 법인 투자자 모두 환경 및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분들을 직접 만나며 그들의 커뮤니티를 더욱 공고히 할 예정입니다.” 


루트에너지가 그리는 에너지 산업의 미래는 중심의 변화다. 화석연료 중심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그리고 중앙 집중형 대형 발전소에서 분산형 소형 발전소 시스템의 중심으로. 그런 면에서 제주는 에너지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좋은 위치적 조건을 갖추었다. “제주도민들의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육지에서 조달하는 에너지원은 비싸고 친환경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최근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자체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적이고 저렴한 에너지원을 늘리고 있으며, 중소형 에너지원이 분산되어 확산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환경과 기후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제도와 정책의 변화, 시민의 수용성 증대, 관련 산업의 확대 등 민·관 협력으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의 밝은 미래를 그리며 시민 중심의 재생에너지 전환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는 루트에너지의 내일이 더욱 중요한 까닭이다. 

벼락도끼포천햇빛발전소


(주)루트에너지 

https://www.rootenergy.co.kr/

https://www.rootenergy.co.kr/



*참고문헌 

1 세계보건기구WHO ‘대기오염으로 해마다 전 세계 어린이 60만 명 사망’, 연합뉴스, 2018.10.29.

2 ‘지금은 재생가능에너지 시대’(국가/지자체 편), 이진선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 에너지 캠페이너, 그린피스 코리아, 2017.9.14.

3 ‘에너지 자립도 실행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통합 보완 CFI 2030 계획 수정 보완’, 제주특별자치도, 2019.6.



*J-CONNECT 매거진 가을호(Vol.11)의 내용을 온라인에 맞춰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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