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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Oct 22. 2020

개인투자조합 결성기
-박일서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

약 1년 전, 광주은행과 지역 경제인,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광주센터)를 거쳐 간 선배 창업자가 출자한 ‘G-IN 개인투자조합’이 결성됐다. 지역 내 초기 창업자를 대상으로, 자금 조달은 물론 창업 선배와 창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본격적인 장이 열린 것이었다. 광주 지역의 투자 생태계 기반을 다져갈 ‘개인투자조합’으로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는 박일서 광주센터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광주센터(센터장 박일서)는 지역의 투자 생태계 기반 마련을 목표로, 2019년 4월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액셀러레이터에 등록했다. 또 지역 스타트업에 활발히 투자하고자 ‘개인투자조합’을 출범시켰다. 현대자동차, 창업 투자회사인 인라이트벤처스, 슈미트 등과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사업 팁스(TIPS) 컨소시엄을 운영하는 등 후속 투자 연계를 위해 정주행 중이다. 그간 광주센터는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육성하는 스타트업 전문 공공 액셀러레이터로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보육기업과 벤처캐피털(VC)을 연계해 557억 원의 투자 유치 지원 성과를 냈다. 광주센터는 지역의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 투자 진행에서 나아가 이들 스타트업이 엔젤투자나 벤처캐피털과의 후속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액셀러레이터이자 투자 허브로 자리매김하며, 선순환 구조의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선도하고 있다. 2019년 12월 광주센터는 ‘개인투자조합’ 결성을 통해 후배 창업가를 위해 광주 지역의 기업인과 금융인의 힘을 모은 데 이어, 2020년 9월 친환경 선박 제조 스타트업 ‘빈센’을 제1호 G-IN 개인투자조합의 투자 기업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G-IN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를 모은 투자 조합은 어떻게 구상했나요?
광주센터는 창립 이래 지역 내 공동 투자 유치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그 결과, ‘투자가 필요하면 광주센터와 협의한다’는 인식이 지역 내 혁신 기관과 스타트업 사이에 확산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도권의 VC에 의존해야 하는 플랫폼 외에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투자 생태계 조성은 시드 투자로 시작하고, 차츰 역량을 키워나가기 위한 첫 단계로 G-IN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투자 주체로는 광주은행, 지역 경제인을 비롯해 광주센터의 선배 창업자들이 참여하고 있다고요. 이들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개인투자조합’ 구상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결성을 준비하면서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를 통해 지역에서의 삶을 한층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결성 취지를 지역사회에 널리 알리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를 위해 출자 최저 금액을 비교적 소액인 500만 원으로 산정했습니다. 그리고 센터장 명의의 편지를 작성해 취지에 동의할 만한 기관과 개인을 일일이 만났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작업을 몇 달간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20억 원 정도의 출자 의향을 표하는 분을 만난 일이 있는데, 시드 투자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 같아 고심 끝에 포기했습니다. 최종적으로 17곳의 LP를 모집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지역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재력가나 대학총장이 있습니다. 앞으로 광주센터가 추가로 투자조합을 결성할 때 큰 힘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광주센터의 선배 보육기업 중 여러 곳이 참여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요소입니다. 수소차·전기차 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이카’와 에너지 절감형 ESS 함체를 생산하는 ‘비에이에너지’는 광주센터의 투자 유치 플랫폼을 통해 30억~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는 기업입니다. 이들은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 창업자를 지원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었습니다.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인 팁스(TIPS) 컨소시엄 운영사로 현대기아차그룹(이하 현대차), 인라이트벤처스, 슈미트가 참여하고 있지요.
광주센터는 팁스 운영사인 현대차와 파트너 관계입니다. 그 때문에 설립 초기부터 팁스 프로그램을 보육기업에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투자 유치 활동 과정에서 전국의 여러 창투사(창업 투자회사)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왔는데, 그중에서도 인라이트벤처스와 슈미트는 광주 지역 스타트업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광주센터의 IR(투자 유치 설명회)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었습니다. 그런 인연이 이어져 자연스럽게 팁스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들과는 매월(올해는 코로나로 개최하지 못하고 있지만) ‘투자 파트너스데이’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 행사는 신용보증기금 광주 스타트업 지점과 쿨리지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하곤 하는데, 투자와 관련한 정보을 제공하고 컨설팅을 겸하는 일종의 멘토링으로 꾸려집니다.

팁스 프로그램을 통한 광주 지역 내 스타트업에 대한 진행 상황과 성과는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팁스 프로그램을 통해 13개 사, 65억 원의 투자가 이루어졌습니다. ‘투자 파트너스데이’는 광주센터 보육기업을 포함한 지역 내 혁신 기관이 추천한 기업들 중 스타트업을 선정해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합니다. 창투사가 투자를 결정할 때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고려하는지, 발표 자료인 피칭 데크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정보를 얻는 중요한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멘토링을 넘어서서 좀 더 준비된 스타트업에는 미니 IR을 실시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9개 사, 39억 원의 투자로 연결되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2019년 4월, 광주센터는 지역 공공 최초로 중기부 액셀러레이터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후 G-IN 개인투자조합으로 이어졌고요. 장차 민간투자자가 자발적으로 찾아오고, 참여할 수 있게 하려면 광주의 투자 플랫폼으로 보완할 사항은 뭘까요?
광주 지역에는 총 다섯 곳이 액셀러레이터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광주센터는 유일한 공공 액셀러레이터입니다. 민간 부문과는 달리 공적 이익에 대한 기여, 즉 공신력이라는 핵심 자원을 활용해 민간 부문의 자원과 연결해 성과를 내는 것이 우리 역할일 것입니다. ‘개인투자조합’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투자 실적으로 보면 아직 미미한 상황입니다. 지금까지는 직접 투자보다는 강점 분야인 투자 유치 플랫폼 운영 사업에 더욱 많은 역량이 투입되었기 때문입니다. 내부 자원의 분배가 적절치 않았던 셈인데, 여력이 주어진다면 우선적으로 이를 해결할 생각입니다. 따라서 광주센터의 조직원 역량 강화 교육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으며, 외부 충원 역시 고려하고 있습니다. 광주센터는 광주의 스타트업에게 연간 약 10회 정도의 IR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점차 수도권 투자자가 광주 스타트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큰 규모의 행사 외에 업종이나 주제별로 특화된 중소 규모의 IR 행사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에 이어 2020년 제2호 G-IN 개인투자조합을 진행 중인데, 진행 상황이 어떠한가요? 3호, 4호, 연이어 진행할 계획인지요.
1호 개인투자조합은 광주센터가 보유한 6000만 원의 출연금을 바탕으로 설립했습니다. 이후 파트너사인 현대차로부터 10억 원의 투자 펀드용 출연금을 확보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개인투자조합’이나 벤처 투자조합을 추가로 만들려고 준비 중입니다. 1호 개인투자조합 결성에서 축적한 경험을 살리는 방향으로, 지역 내에서 뜻을 같이하는 이들을 모으고 모태펀드도 유치할 생각입니다. 몇 호 조합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시드(1억 원 이하) - 프리A(5억 원 내외) - 시리즈A(30억 원 내외) - 시리즈B(100억 원 내외)로 연결되는 투자 생태계에서 프리A 단계까지 광주센터가 직접 담당하고, 나중에는 팁스 운영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시리즈A 투자를 담당할 창투사가 광주 지역에서 설립되는 데 광주센터가 주춧돌을 놓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역의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스타트업 허브 역할을 한다는 데서 같은 길을 가는 제주센터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제주센터는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비롯해 투자 부문에 대해서도 상당히 앞서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광주센터는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을 활용한 투자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을 때 제주센터는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을 보고 젊은 센터장님의 추진력과 진취적인 구성원들을 보며 정말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광주센터가 초기 투자 규정을 만들 때 제주센터 규정을 참고한 바 있습니다. 제주센터의 강점은 일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목적과 방향성을 분명히 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또 법률과 회계 실사 등 기초에 충실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모든 것이 취약한 스타트업에는 액셀러레이터의 이런 지원을 활용해 기업의 역량을 높일 기회가 되는 것이죠. 투자로 마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성장을 위한 후속 지원을 탄탄히 구축하는 점 역시 제주센터의 장점입니다.

수도권 지역의 스타트업과 광주 스타트업, 수도권의 스타트업과 제주의 스타트업을 봤을 때 가장 구별되는 점은요?
양적 측면에서 봤을 때 수도권에 비해 지역 창업자가 매우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분야를 들자면 지역 창업자는 생활 창업이 많은 반면 기술 창업은 상대적으로 취약합니다. 학생 창업 외에 직장 경력을 바탕으로 한 30~40대 창업 팀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광주 지역에는 과학기술원 등 10개 대학과 각종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전문 연구원 등 연구 기관이 포진하고 있어, 이들과 연계한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 분야에서 큰 잠재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속속 출현하고 있습니다.

혹시 제주의 스타트업 가운데 눈여겨보는 곳이 있나요?
작년 서울 성수동에서 가졌던 ‘로컬크리에이터페스타’에서 ‘콘텐츠그룹 재주상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삶의 가치를 찾아 제주로 이주한 고선영 대표의 스토리가 흥미로웠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작업하면서 그들의 감수성과 생활방식에 호응하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탄탄했고요. 개인적으로는 <J-Connect 매거진>을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콘텐츠그룹 재주상회가 제주센터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은 줄로 아는데, 더욱 번창하기를 바랍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광주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무엇이고, 투자자를 움직이게 하는 제주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꼽는다면요.
광주는 전국에서 두 번째 가는 자동차 도시이자, 인근의 나주혁신도시에는 한전(한국전력공사)이 위치합니다. 또 작년에는 예타면제사업으로 AI산업융복합단지 조성을 추진했습니다. 따라서 수소와 친환경 모빌리티, AI(인공지능) 같은 분야의 스타트업은 많은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광주센터는 기술 창업 외에 소셜 벤처 육성 사업을 3년째 추진 중입니다. 임팩트 투자는 아무래도 이러한 분야를 눈여겨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맥주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 에너지바를 만드는 ‘리하베스트’, 장애인 작가를 위한 마켓을 여는 ‘디스에이블드’, 아파트 단지의 자원 리사클링을 보상 체계와 연결해 사업화한 ‘오이스터에이블’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팀이 여럿 있습니다. 제주는 기본적으로 수도권이나 광역시 단위와는 다른 지역의 자연과 역사, 문화 자원을 활용한 스타트업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전국 어느 곳보다 지역성(locality)이 두드러지는데, 로컬 크리에이터의 개념이 제주에서 정립된 것으로 압니다. 제주의 스타트업 가운데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다자요, 모노리스와 같이 제주의 자원에 깊이 연결된 이들을 보며 무궁무진한 매력과 동력을 봅니다. 앞으로 이러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확장되거나, 지역 내에서 구심력을 갖고 고객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다면 더욱 성장할 겁니다.





박일서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 광주 출신으로, 한국산업은행 지점장과 본부장을 거쳐 쌍용양회공업 부사장·사내이사 등 금융·경제 분야에서 활동했다. 광주센터의 특화 분야는 친환경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 육성으로,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그룹과 맞춤형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에 부응하고자 AI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을 위해 경진 대회, AI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역 청년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실제 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 수도권 VC 관계자가 지역 기업에 주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IR과 해외 전시회 참가를 통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지원해지역창업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들어 혁신 성장의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기획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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