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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Jun 08. 2021

제주의 어제를, 내일로 이어가다

리노베이션스쿨 in Jeju

리노베이션스쿨 in Jeju는 참가자가 혁신 주체가 되어 활력을 잃은 도내 지역의 문제점을 찾고 원도심 내 유휴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프로그램이다. 제주의 사람과 지역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지역이 다시금 살아 움직이도록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제주 원도심의 잠재력을 깨우다
‘리노베이션스쿨 in Jeju’는 인구감소와 고령화, 산업의 쇠퇴, 공동체 붕괴 등으로 인해 발생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4일간의 단기 집중형 공간 중심 창업교육이다. 지역 내 사용하지 않는 건물 및 공간자원을 대상으로 주변과의 관계성에 기반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한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원도심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러한 문제를 현재의 자원을 활용해 해결하고, 스타트업의 거점으로 삼아 지역 재생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형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며 지난 201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1회 리노베이션스쿨 in Jeju를 개최했다. 지난해 제3회 리노베이션스쿨 in Jeju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며 지역 유휴 공간에 새로운 매력과 가치를 더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다
리노베이션스쿨은 앞선 세대에게 물려받은 다양한 문화·역사적 자원을 재발견, 재해석, 재편집하여 지역의 미래를 바꾸어나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참가자들의 창업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화로 진행될 수 있도록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업체계를 구축하여 지원하고 있다. 참가자는 지역 혁신가로서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건설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유닛마스터와 한 팀이 되어 원도심의 유휴공간을 둘러보고 지역 문제를 해결할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도출한다. 연구와 조사, 현장탐방, 토론, 실습 일정은 함께 상의하여 자유롭게 운영하며, 유닛별 논의와 피드백을 거친 비즈니스 아이디어는 리노베이션스쿨 마지막 날 지역 주민과 건물주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공개 발표한다.


지역 재생을 넘어 문화를 만들다
리노베이션스쿨은 2018년 제주에서 처음 열린 이후 2019년 9월 부산, 2020년 7월 순천, 2020년 11월 공주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했으며,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지역 혁신 교육의 선진사례로 꼽힌다. 2020년 리노베이션스쿨 in Jeju를 통해서는 4건의 비즈니스 모델이 발굴되었으며, 이 중 실제 2건이 실제 창업으로 이어졌다. 제주시 서부두길에 위치한 미친통닭 공간에서는 RTBP 얼라이언스가 제주조선소 옛터에서 아이디어를 출발시켜 제주 브랜드 자원 아카이빙 및 콘텐츠 복합 문화 공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제주시 관덕로에 위치한 의령소바 건물에서는 캠쓰루가 제주캠핑을 위한 장비, 음식, 샤워, 날씨 고민을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숍을 운영할 예정이다.





리노베이션으로 공간과 시간을 재발견하다

권오상 퍼즐랩 대표 [스쿨 마스터]


권오상 퍼즐랩 대표는 충남 공주에서 ‘봉황재’ 한옥 호텔을 운영하며 마을의 크고 작은 업체들과 함께 원도심 활성화에 주목하고 필요한 플레이어를 지역으로 이끌어 이들과 함께 매력적인 소도시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제2회 리노베이션스쿨 in Jeju에 지역 비즈니스 전문가인 유닛 마스터로 참여하여 참가자들과 팀을 이뤄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함께 했다.




2019년 열린 제2회 리노베이션스쿨 in Jeju에 유닛 마스터로서 참여하게 된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2회 리노베이션스쿨 in Jeju에 앞서 2018년 11월에 있었던 J-Connect Day에 참여해 제가 운영하는 봉황재 한옥 호텔에 대해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유심히 들어주셨던 분들이 기회를 주셔서 리노베이션스쿨도 함께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참가하기 전에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이경호 팀장님과 박은하 주무관님, 리노베링코리아 이승민 대표님이 직접 봉황재에 방문하셨고, 리노베이션에 관한 저의 생각과 활동 내용을 직접 확인하고 검증하셨어요. 리노베이션스쿨이 추구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적임자를 찾는다는 과정이 정말 인상 깊었죠. 이렇게 깊이 있는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인 만큼 결과물이 가져올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당시 ‘시간과 공간을 탐험하는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제안했던 ‘무근성 타임스퀘어’ 사업화 모델은 어떤 아이디어인가요?
정말 재미있는 과제였습니다. 무근성 타임스퀘어의 대상 건물은 제주시 삼도2동에 있는 전통가옥입니다. 방치된 지 오래되어 수리가 필요했고, 일부는 불에 타버려 전면적인 리노베이션이 필요했어요. 다행히 건물주의 유년 시절 추억이 깃든 장소라는 점과 지역의 아이들과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공항 근처에서 편하게 시간을 보낼 장소가 필요하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기존 건물과 수목을 최대한 활용해서 누구나 시간을 보내고 추억에 잠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제안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리노베이션스쿨 in 공주에도 스쿨 마스터로서 참여하셨는데요, 제주 리노베이션스쿨의 경험이 공주에서 프로젝트들을 하는데 영향을 준 부분이 있나요?
앞선 J-Connect Day나 리노베이션스쿨 in Jeju에 함께하면서 청년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큰 영향을 받았어요. 지역 청년들이 주체성을 가지고 자신의 사업 계획을 직접 수립해보는 게 큰 자산이 되거든요. 이러한 경험이 공주에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역의 재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리노베이션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얻은 기회였습니다. 이전에는 경험만을 바탕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게 맞을까?’라는 고민이 많았는데 제주에서 진행한 ‘무근성 타임스퀘어’ 프로젝트의 성과를 확인한 다음에야 방향이 명확해졌고,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어요. 이 확신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공주에 숙박과 전시가 결합한 공간을 만들어 볼 생각인데, 제주에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겁니다.


무근성 타임스퀘어는 현재 퍼즐랩에서 운영하고 있는 봉황재 한옥 호텔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봉황재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지역의 역사와 색채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기도 합니다. 봉황재는 1960년대에 지어져 공주 원도심 특성을 잘 드러내는 생활한옥을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예요. 공산성, 무령왕릉 등 공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에서 좀 떨어져 있는 주택가에 있으며 식당, 카페, 책방, 공방을 함께 운영하는 ‘마을스테이’ 브랜드로 알려져 있죠. 공주는 아내의 본가라는 점 외에는 특별할 것 없었지만 지난 2018년 우연히 봉황동을 방문하면서 1960년대의 시대적 특성을 머금고 있는 한옥을 발견했어요. 경기관광공사에 다니고 있을 때인데, 방 4~5개 규모의 숙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만 한다면 경쟁력이 있겠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생겨 바로 계약하고 퇴사한 후 공주로 내려왔습니다. 리모델링 공사 기간에는 주변에 많은 역사 자원과 근대건축물 등이 밀집해 있는 것을 보고, 투어코스로 만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봉황재 운영 시작 이후 봉황동은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전과 후를 비교한다면 마을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요?
사실 봉황동은 상업시설이 거의 없는 주택가였습니다. 슈퍼나 편의점이 거의 없어 생활이 불편할 정도였고, 상주인구가 적어지면서 쇠퇴해가는 동네였어요. 그런데 최근 공주를 방문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카페와 책방, 기념품점 등 작지만 정체성은 강한 상업공간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든 변화가 봉황재 때문은 아니겠지만 시기적으로 봉황재 오픈 이후에 빠르게 변화한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마을 내에서 지역 자산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기 때문에 더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마을의 정체성을 이어나가고 주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노력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해요. 변화의 속도까지 통제하기는 어렵겠지만 투숙객에게 동네 분위기와 주의사항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골목 안 방문은 도슨트 투어를 통해서만 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솔루션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들어보니 리노베이션을 이루는 과정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고민해야 할 점들이 많아 보입니다.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좋은 리노베이션을 위해서는 좋은 건물주, 설계자, 시공자, 운영자와 이용자들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런 부분들이 가급적이면 지역 내에서 완결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을 유명 건축가나 잘 알려진 팀들의 작업물로만 채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동네에 있는 인테리어 사무실, 지역 내의 시공업자들이 건물주의 예산 한도에 맞춰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앞선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지역 내에 물리적으로 남아 다른 프로젝트에 영향을 주지요. 따라서 도시재생 혹은 리노베이션의 지향점과 가치가 일부의 생각으로 남아서는 안 되고, 지역 내의 주민과 사업자에게 공유되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런 의미에서 제주센터의 리노베이션스쿨이 지역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과 의미가 상당히 큽니다.


앞으로 제주도 지역의 리노베이션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더 좋을까요?
리노베이션스쿨 과정에서 주민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며 아쉬웠던 것이 있었는데, 오래된 역사적 장소와 유적 그리고 가까운 과거의 흔적이 쉽게 사라진다는 점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지난 시간을 기록하고 이어가는 방향으로 리노베이션이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널리 알리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 리노베이션스쿨이라고 생각하고요. 실제로 해를 거듭하며 참가자들과 주민들의 인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제주는 이미 여러 차례 유연하게 변화했어요. 최근 10년 정도만 돌아봐도 제주 한 달 살기, 이주 러시 등의 붐이 일어났고, 운영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세심한 취향을 반영하는 매력적인 공간들까지. 외지인들이 제주를 찾아야 할 이유가 많아졌죠. 이런 점에서 제주의 리노베이션은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향상하는 것에 더해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방문객, 관광객들보다는 주민들의 니즈와 라이프 스타일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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