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커넥트 Jun 07. 2021

제주 장인의 가치와 브랜딩이 만나다

로컬브랜딩스쿨


제주 지역의 장인이 가진 가치와 크리에이터의 브랜딩 능력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는 로컬브랜딩스쿨.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각자의 역량과 전문성을 발휘해 장인의 역사와 이야기를 살피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찾아 브랜딩 방안을 모색하며, 제주도의 지역 문화를 발전시키며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장인과 크리에이터, 새로운 로컬과 만나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센터)는 지난 2019년부터 로컬브랜딩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로컬브랜딩스쿨은 제주 지역의 잠재된 가치와 자원·기술을 브랜드 전략을 통해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시키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양성하고, 로컬 비즈니스모델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니즈에 맞는 로컬브랜딩 실행 전략 구축
로컬브랜딩스쿨 과정은 크게 〈브랜딩 교육〉과 〈로컬브랜딩 실무〉 활동으로 나뉜다. 〈브랜딩 교육〉은 분야별 전문 강사를 중심으로 브랜딩 기초와 제주 브랜딩 원론, 기획·디자인·마케팅 전략 등의 정보를 습득하는 시간이다. 〈로컬브랜딩 실무〉에서는 팀을 이룬 로컬 크리에이터와 장인이 매칭되어 상시 소통하며 장인의 니즈에 맞는 로컬브랜딩 실행 전략을 구축한다. 장인은 자신의 작업 세계와 작품을 비롯해 앞으로 지속하고자 하는 활동을 전달하고, 로컬 크리에이터는 로컬 브랜딩 관점에서 장인과 고민을 나누며 로컬브랜딩 아이디어 도출한다. 이후 로컬브랜딩 전략 수립 및 실행, 로컬브랜딩 프로토타입 개발 및 로컬브랜딩 발전 계획 수립한다. 실무 중심의 컨설팅을 돕는 마스터들은 온·오프라인 멘토링으로 로컬브랜딩의 방향을 다듬는다.


프로젝트 수행 후 사업화까지 지원
2020년에는 생태정원 ‘베케’ 김봉찬 장인, 향토자료‧헌책방 ‘책밭서점’ 김창삼 장인, 초경공예 ‘100번 쌀집’ 김석환 장인, 제주 전통주 ‘제주샘주’ 김숙희 장인과 크리에이터들이 팀을 이뤄 4개의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후 3개 팀에 대해서는 사업화를 위한 구체적인 지원을 이어갔다. ‘베케’에는 사업화 자금 5백만 원을 지원하여 온라인 사이트 구축 및 홍보‧마케팅을 지원했고, ‘100번 쌀집’에는 센터가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를 연계해서 공간창업 비용을 지원했다. ‘책밭서점’은 디앤디파트먼트제주를 연결해서 매장에 입점해 중고서적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외에도 센터는 로컬브랜딩스쿨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을 확대하기 위해 도매 매체에 프로젝트와 참가자들을 소개하는 시리즈 기획기사를 연재하고, 일반 대중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스쿨 참가 장인에 대한 인터뷰 책을 출판했다. 또한 스쿨 전반에 대한 아카이브 책자를 제작해서 업계 관계자와 스쿨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고 있다.





지역의 가치를 브랜딩으로 엮어내다
홍어진 스튜디오 32 대표 [100번 쌀집팀]


2020 로컬브랜딩스쿨에 참여하여 제주 초경공예 장인의 잠재 가치를 발굴하고 브랜드로 재탄생시킨 로컬크리에이터 홍어진 스튜디오 32 대표를 만나보았다.



지난해 5주간의 로컬브랜딩스쿨에 참여해 어떤 분들을 만나,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나요?
제주에서 유일무이한 초경공예 대가 김석환 장인을 만나 이해원 맨써컴퍼니 대표님, 김은정 혼디디자인 대표님과 함께 공예품 브랜딩에 나섰습니다. 초경공예는 풀잎이나 짚을 엮어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일이에요. 제주도에서도 생소한 초경공예 장인의 이야기와 작품이 좀 더 널리 알려지고 지역의 명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로서 실무 경험을 활용해 공예품의 생산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상품 개발 및 디자인 제안, 타 로컬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제안, 브랜드의 가치를 나타내는 인테리어 구성, 로고·시안물 디자인 등 다양한 작업을 했어요. 로컬브랜딩스쿨을 주최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도 후속 지원 등 큰 도움을 준 덕분에 운 좋게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를 통해 저희가 고안한 인테리어와 브랜딩 프로토타입이 실제 사업으로 이루어져 ‘엮음’이라는 브랜드가 탄생했습니다. 5월 하순부터 장인의 작업 공간에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으로 브랜딩 실무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도내 초경공예 장인의 가치를 담은 ‘엮음’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로컬브랜딩은 기존 공예품에 한 차원 더 높은 가치를 더하는 일이었어요. 재료의 희소성과 특별한 제작 방식 덕분에 공예품은 충분히 가치 있었지만,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디자인의 관상용 짚신, 지게, 바구니였습니다. 게다가 초경공예와 비슷한 라탄공예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에 장인만의 차별성을 갖춰야 했어요. ‘정통성과 정체성을 보존하면서도 시대에 흐름에 부합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생산성이 높으면서도 충분한 활용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요소를 전부 만족해야 했습니다. 주 재료인 신서란 군락지가 감소하거나 예상외로 공예품 제작 과정이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었지만, 무엇이든 만들어 보겠다는 장인의 열정과 믿음에 좋은 성과로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신서란을 가공하고 엮어 공예품을 만드는 게 쉽지 않음에도 전통적 가치를 현재까지 전승하고 있는 장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스스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메신저가 된 느낌이 들었어요. 장인께서 오랜 세월 초경공예를 지속할 수 있던 이유는, 여러 개의 풀잎이 엮여 공예품이 만들어지듯, 오랜 시간과 인연들이 단단하게 엮여왔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서 나온 ‘엮음’이라는 핵심 단어를 중심으로 장인의 집이자 작업실이며 가게 이름인 ‘100번 쌀집’과 100번을 엮어 만드는 망탱이(‘망태기’의 방언)의 브랜딩이 이루어졌습니다.


로컬브랜딩을 경험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제주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척박하고 부족한 환경을 이겨내며 자연과 순화되어 살아온 조상들의 지혜가 제주 곳곳에 있음을 새롭게 알았어요. 잎이 2~3m 정도 길고 뾰족한 신서란을 엮어 배를 묶는 밧줄과 해녀가 물질할 때 쓰는 테왁, 쥐가 먹지 못하도록 씨앗을 공중에 매다는 망탱이를 만들어낸 발상과 추진력은 거친 환경을 이겨내고자 한 조상들의 삶의 태도와 지혜에서 비롯한 것이에요. 이렇게 만들어진 공예품은 제주만의 정체성이 담긴 희소한 물건이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제주에도 수도권 못지않게 다양한 직업과 가치 있는 일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육지에서의 삶보다 만족도가 낮을 것이라는 편견도 사라졌고요. 이를 계기로 제주에 돌아오기로 마음먹었고 로컬브랜딩스쿨을 진행하면서 만난 인적 자원 덕분에 제가 해왔던 산업디자인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장인의 작업장에 넣을 가구를 알아보던 중 지인으로부터 목수를 소개받았고, 또 그분은 저에게 작업실을 소개해 주었는데 마침 건축설비업을 하시는 분 주인이었어요. 이렇게 제주도민의 특권(?)이라 불리는 괸당*문화에 다시 발을 담그며 제주에 빠르게 정착했습니다. 이후 로컬 브랜딩 스쿨의 마스터인 차재 스튜디오 mmer 대표님의 추천으로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의 ‘칠성로 오각집’ 시공 작업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실무를 시작했고, 디자인 스타트업 ‘스튜디오 32(삼이)’ 창업까지 이어졌습니다.


스튜디오 32는 어떤 곳이며 대표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스튜디오 32는 1인 디자인 기업입니다. 32는 제 나이를 의미하는데, 주체적인 삶을 살기 시작한 순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았어요. 주로 인테리어나 시설 설계 및 도면 제작을 하며 로고·명함·홈페이지 제작, 전시·홍보 부스 디자인도 하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제주도 관광 순환버스의 홍보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편집하는 일도 합니다. 일단은 번듯한 기업으로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업무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지내고 있어요. 주변에서도 저를 믿고 맡겨주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지역 기반의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일에도 관심이 있어, 꾸준히 공부하며 아이템을 찾고 있지요. 이제 막 시작한 창업 새내기이고 대단한 일을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제주도를 이해하며 이곳만의 특별한 정체성이 드러나는 작업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훗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노동자의 능력과 가치가 폄하되지 않고 합당하게 대우받는 일자리 환경을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제주의 청년들이 예전의 저처럼 막막하게만 젊음을 보내지 않고, 업무와 삶의 균형을 이루며 제주의 환경과 가치를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프로젝트와 사업을 추진하면서 로컬브랜딩에서 중요한 것 그리고 발전 가능성에 대해 느낀 것이 있다면요?
제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로컬브랜딩은 일차적으로 지역과 대상을 이해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지역의 생활상과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어떤 이유로 독창적인 생활양식이 생겨났는지를 생각해 보면 좀 더 재밌는 발상과 적합한 해답이 나와요. 이는 제주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에요. 우리나라 각 지역에는 저마다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가 뚜렷하기에 전승 가치가 있는 것들이 많거든요. 여기에 시대적으로 보편적인 관점에서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접목한다면, 로컬의 특성을 잘 활용한 가치 있는 재해석이 탄생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작가의 이전글 로컬크리에이터가 완성하는 마을생태계 미국 포틀랜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