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커넥트 Jun 04. 2021

로컬크리에이터가 완성하는 마을생태계 미국 포틀랜드


로컬크리에이터와 지역민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할 때 그 도시만의 독특한 문화와 경쟁력이 커지고 마을생태계가 도시 단위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포틀랜드. 참여자들의 자발성으로 마을의 생명력이 더욱 돋보이는 포틀랜드 사례를 살펴보자.

. 윤주선 건축공간연구원(auri) 부연구위원




로컬푸드 생태계의 중심 파머스마켓(PSU파머스마켓)

함께할 때 지역 경쟁력이 되는 로컬크리에이터
중소벤처기업부의 로컬크리에이터(Local Creat“or”) 사업을 보며 기뻤던 것은 정책 방향이 마을만들기, 도시재생과 같은 장소 중심에서 운영자 중심으로 전환되는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운영자를 중심으로 하는 마을재생 접근이 정책적으로 시작된 것에 큰 의의를 두면서 한편으로는 그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다. 정책 연구자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뉴타입 연구자를 지향하는 나로서는 그 방향을 현장에서 직접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효과적이라 믿고 있다. 로컬크리에이터 사업이 지역 내 몇몇 플레이어들을 발굴하고 이들을 스타로 키우는 것에 그치면 안 된단 생각이 든다. 특히 이들 스타 로컬크리에이터가 지역을 넘나들며 각 지역의 스타급 플레이어들끼리 교류하고 지역에서 멀어지게 되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로컬크리에이터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하고 대자본과 경쟁할 수 있는 무기는 마을 생태계 구축이다. 마을은 개인 스포츠가 아닌 팀 스포츠다. 혼자 빛나려 하지 않고 생태계를 구축하고 그 일부가 기꺼이 되려 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지속 가능성이 좌우될 것이다.


주거지에 위치한 지역소통의 허브 호손북스

생태계의 핵심 개념 ‘호혜성, 연쇄성, 자발성’
생태계는 1935년 아서 탄스리(A.G. Tansly)에 의해 처음 제안된 개념이다. 탄스리는 『The use and abuse of vegetational terms and concepts』라는 저서에서 생태계 개념을 처음 제안했다. 그가 제안한 생태계는 “상호 작용하는 유기체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무기체 환경의 통합을 말하며 모든 생명이 그물(web)처럼 연결되어 있는 상태”이다. 생태계가 구축되면 균형 잡힌 물질과 에너지 순환으로 장기간에 걸친 자기 유지 상태가 지속된다. 생태학적 입장에서 보면 모든 구성요소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전체 관계의 그물망 속 관계의 일부로 작동하는 것이다. 제임스 무어(Moore James F)는 1993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Predators and prey: A new ecology of competition”에서 생태학에서의 생태계 개념을 경제·경영학에 처음 도입했다. 이후 산업생태계, IT생태계, 기업생태계, 창업생태계 등에서 연결과 자원의 순환이라는 생태계 개념의 도입이 이뤄졌다. 

생태계의 핵심 개념은 호혜성, 연쇄성, 자발성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호혜성은 각 구성요소가 특별한 이익을 바라지 않고 하는 행위가 종국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Give First와 가장 어울리는 활동이다. 연쇄성은 상호 행위가 하나의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그 효과를 여러 단계로 이어가는 것을 말한다. 자발성은 각 주체의 행위가 문화와 놀이의 일부가 되어 스스로 즐거운 상태에서 시작되는 것을 말한다. 마을 안에서 다수의 로컬크리에이터가 호혜성, 연쇄성, 자발성에 따라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끊임없이 주고받을 때 마을의 생명력이 살아나게 될 것이다.


철저한 관리로 음식 이전에 식재료를 브랜딩하는 포틀랜드


로컬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소우주
마을생태계가 작동하는 대표적인 도시로 포틀랜드를 들 수 있다. 포틀랜드를 이해할 때 힙한 커피 로스터리, 맥주 브루어리, 독립서점 등을 로컬크리에이터 관점에서 개별적으로 바라본다면 포틀랜드를 절반만 이해하는 격이다. 포틀랜드의 진짜 가치는 이들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작은 소우주를 이루며 줄기차게 교류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마을생태계 구축이다. 마을생태계를 생각하면 2018년 포틀랜드 출장에서 만난 포틀랜더 중 에그프레스(Egg Press)가 먼저 떠오른다. 에그프레스는 1999년 설립된 레터프레스 업체이다. 레터프레스는 가장 오래된 방식의 인쇄기법으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포틀랜드, 일본 등의 젊은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에그프레스가 창업한 1999년에는 레터프레스를 쓰는 곳이 없어 무료로 기계를 받아올 정도였으나, 2000년대 후반부터 포틀랜드와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레터프레스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고 있다. 지금은 감도 높은 젊은 층들 사이에서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어 음반 표지, 가게 메뉴판, 엽서 등에서 레터프레스가 널리 쓰이고 있다.

에그프레스 창업자 Tess Darrow는 나이키 텍스타일 디자이너 출신으로 레터프레스를 통한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결을 가장 중요한 기업가치로 생각한다. 작은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결과 이를 통한 문화적 공감대 형성이 결국 비즈니스로 이어진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회사에 있는 모든 기계는 업무 시간 외 레터프레스 취미반 주민들과 지역 학생들에게 무료로 대여해 준다. 레터프레스의 매력을 지역 주민에게 퍼트리지 않으면 수요자가 없어지기 때문에 사업적으로도 불리하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레터프레스를 진정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일을 해야 매력적이고 위트 있는 상품이 나온다는 생각으로 에그프레스 직원에게도 근무시간을 포함한 모든 시간에 취미로 스스로 만들고 싶은 레터프레스, 스텐실 등의 작업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해준다. Give First를 통한 마을생태계 구축이 문화와 사업으로 이어지는 좋은 사례이다.


문화생태계 기반 레터프레스 전문업체 에그프레스


연결에서 오는 지속 가능성 ‘호손북스’
또 다른 사례로는 호손북스(Hawthorne Books)를 들 수 있다. 호손북스는 2001년에 포틀랜드로 이주한 독립출판사이다. 호손북스의 대표 리즈 크레인(Liz Crain)은 포틀랜드에서의 모든 아티스트는 경쟁자이자 동료라고 말한다. 포틀랜드 세계관의 중심에는 공간운영자들의 자연스러운 연결과 거기서 나오는 지속 가능한 새로움이 있다. 호손북스는 출판사이지만 5년째 로컬푸드 페스티벌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출판사가 로컬푸드 페스티벌을 기획·운영하는 이유는 호손북스가 음식 관련 서적을 다수 출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 관련 서적을 지속적으로 출판하기 위해서는 포틀랜드에 흥미로운 셰프들이 많아야 한다. 때문에 로컬푸드 페스티벌의 대상은 관광객보다는 실력 있고 개성 있는 타지역 셰프들이다. 포틀랜드에 이토록 다양하고 좋은 재료들이 있으며, 획기적이고 도전적인 요리를 하는 셰프들과 그런 음식을 즐기는 시민들이 있다는 메시지를 타지역 셰프들에게 전해 이들을 포틀랜드로 유입하는 것이 목적이다.

호손북스는 페스티벌 이외에도 로컬 셰프들과의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주기적으로 셰프들과 소통하고 지역 내 셰프들과의 네트워킹을 도모한다. 오프라인 모임을 정기적으로 개최해 창의적인 음식을 개발하도록 독려하고, 로컬 쉐프들이 새로운 레스토랑을 오픈할 때는 함께 힘을 모아 팝업 레스토랑이나 마이크로 레스토랑을 열어 신규 점포 오픈 자금을 지원하는 모금행사도 기획한다. 호손북스의 출판업을 중심으로 하는 로컬푸드 생태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포틀랜드 특유의 DIY 문화를 적용해서 각 셰프들과 이웃들이 각자 기르는 신선하고 잘 관리된 고품질의 채소, 닭, 달걀, 소, 돼지 등을 셰프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교환하고 이를 피클, 머스터드, 김치, 와인 등으로 만들어 나눠 쓸 수 있게 지원한다. 또한 이러한 식자재와 상품을 파머스마켓을 통해 유통하게도 도와준다. 로컬푸드의 생산-유통-제작-소비 전 과정을 출판사가 중심이 되어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창의적 셰프들의 소자본 도전무대 푸드트럭

돈독한 상호네트워크로 남다른 마을생태계 구축
각자 커뮤니티 단위 소우주에서 작동하는 마을생태계는 소우주끼리 연결되기도 한다. 자원순환 생태계의 중심인 리빌딩센터에서 복원된 폐가구가 호손북스 페스티벌을 통해 이주한 도전적 셰프의 레스토랑에 쓰이고, 그 레스토랑의 팝업 행사에 에그프레스의 레터프레스 메뉴판이 등장하는 식이다. 이런 호혜성, 연쇄성, 자발성 토대 위의 마을생태계가 도시 단위로 작동할 때 그 도시만의 독특한 문화와 경쟁력이 지속 가능하게 작동할 수 있다.

이때 공공의 역할은 로컬크리에이터(운영자)의 발굴·육성과 더불어 마을생태계의 근간인 상호네트워크를 돈독히 하는 다양한 위계의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다. Give First 정신을 가진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의 J-Connect Day는 마을생태계 구축을 위한 공공역할의 좋은 사례가 된다. 이 네트워크 파티가 점차 지역 내 주체들이 중심이 되어 구성되고, 이들이 친목 이상의 업무적 연결을 이루고 자원의 순환의 토대가 되고 문화적 확산 거점이 될 수 있다면 제주도는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마을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다수의 독특한 로컬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육성하고 있는 제주도이기에 그다음 단계로 사람, 자원, 돈이 순환할 수 있는 호혜성, 연쇄성, 자발성 원칙의 마을생태계 구축 선진도시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작가의 이전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제주의 공적 공간 커피파인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