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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Jun 03. 2021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제주의 공적 공간 커피파인더

지준호 커피파인더 대표

지준호 커피파인더 대표


선한 영향력을 지역사회를 위해 행사한다면 이런 게 아닐까? 지역 주민들이 문화 콘텐츠를 어디서나 부담 없이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주의 ‘공적공간’을 지향하는 카페 ‘커피파인더’를 창업한 지준호 대표는 지역의 인재가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면서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모범 답안을 보여줬다.




제주에서 자라 외지로 나가는 청년들이 많잖아요. 대표님도 제주에서 육지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셨고요.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저는 중문이 고향이고, 대학까지 제주에서 나왔죠. 이십대에 고민이 많았어요. 전공은 건축디자인이긴 한데, 내가 어떤 걸 잘할 수 있을까 생각도 많이 하면서 일부러 여러 분야에 도전도 많이 했어요. 2009년쯤에는 서울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의류사업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일상화됐지만 당시만 해도 너무 빨랐죠. 당연히 잘 안됐어요. 대신 그 즈음 서울에서는 커피가 막 붐이 일기 시작했어요. 로스터리 카페가 생겨나기 시작할 때였죠.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카페에서 일을 3년쯤 했어요. 그리고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면서 제주에 다시 돌아와 자리 잡았어요. 사실 전공을 살려 건축디자인을 다시 시작할지, 하고 있던 커피 일을 계속할지 고민이 됐는데 당시에 커피 일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커피의 세계가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그래서 ‘그렇다면 제주에서 커피를 제대로 해보자’하고 결심을 했죠.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에 와서 바로 카페를 창업하셨어요?
2012년 무렵만 해도 제주 해안가에 지금처럼 카페가 줄지어있지 않았어요. 부모님도 제가 카페를 한다고 했을 때 시원치 않아 하셨죠. 커피 시장이 이렇게 크고 사업적으로 가능성이 있는지 몰랐던 시기였으니까요. 저도 바로 창업을 하지 않고, 우선 제주의 카페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그때 <건축학개론>이라는 영화가 개봉을 했는데, 영화 촬영지 중 하나인 주인공 서연의 집이 제주에서 카페로 재탄생하면서 아주 큰 사랑을 받았어요. 그곳에서 매니저로 2년 정도 일을 하면서 카페 운영의 큰 흐름을 좀 더 익히게 됐어요. 그러고 나서 내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창업을 했습니다.


고향인 중문에서 창업을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제주 시내에 카페를 열었어요. 그것도 ‘제주의 대학로’라고 불리는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에 말이죠.
커피가 다른 나라의 문화잖아요. 그러다 보니 지역 주민들에게 이 낯선 문화를 이해시키고, 전달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저는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세대인 지역 주민들에게도 커피를 소개하고, 수많은 커피의 매력과 종류, 맛을 선보이고 나누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전통적인 식문화에 익숙한 어른들에게는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적고, 호기심이 많은 젊은 세대에게 소개해봐야겠다고 생각을 바꿨죠. 그래서 2016년에 지금의 자리에 커피파인더를 열게 됐어요.



그런데 커피파인더가 그동안 지역에서 자리 잡을 걸 보면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으로서도 기능하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불리기에는 아직 부족한데요. 여러 가지 가능성과 기회를 열어두려고 해요. 이 공간을 활용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무료로 대관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고요. 예술 작품 전시를 원하는 분들이 계셔서 그림 걸 수 있도록 레일도 따로 설치했고, 음악 공연을 할 때는 공연에 적합하도록 매장 세팅을 새로 하죠. 전시를 하는 날은 매장을 카페로서 100% 활용하지는 못하죠. 전시 공간을 확보하고 손님을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운영을 합니다. 오늘은 한 아이돌 그룹 멤버의 생일이라 팬들이 이를 축하하는 이벤트를 열고 싶다고 문의가 와서 그러자고 했어요. 팬들이 직접 제작한 컵과 스티커 등을 카페에 비치하고, 많은 팬들이 이곳에 와서 그것을 나누면서 이야기도 하고, 축하하는 작은 잔치인 셈인데, 이런 것들을 하고 싶다고 문의가 오면 장르를 불문하고 가능한 받아들입니다.


카페로 들어서는 골목에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작은 현수막을 걸어두셨더라고요. 매장 카운터 옆에도 노란리본을 가져갈 수 있게 비치해두셨고요.
네, 그건 특별히 어떤 이벤트는 아니고요. 7주기를 맞아서 기억하고자 저희가 제작해서 걸었어요. 이런 것들은 제가 운영자로서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를 표현하는 거죠.

이런 활동에 적극적인 이유가 있나요? 경제적인 걸 떠나서 어찌 보면 번거로운 일이기도 한데요. 카페로 영업하는 매장에서 행사를 위해 내부 시설을 새로 세팅하고 다시 복구시키고 하는 것들이요.
제가 건축디자인을 공부한 게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또 제가 제주 사람이라는 것도요. 건축학에서 볼 때 제주에는 공적 공간이 별로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문화적 혜택을 누리고, 공감하고 할 만한 공간이 부족해요. 물론 이런 공간이 아주 없는 건 아니죠. 미술관, 예술회관, 공연장이 제주에도 있긴 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져요.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이런 문화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접근성이 중요하거든요. 아무리 좋은 공간이 있어도 자주 찾아가서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하잖아요. 커피파인더가 그런 부분을 채워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내부적으로는 직원들과의 유대와 노동환경에 대해서도 노력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2009년에 노동존중가게로 지정되기도 했어요.
혼자 성공하는 건 불가능해요. 함께 하는 친구들에게 최대한 잘해주고 싶어요. 지켜야 할 것은 당연히 지키는 거고, 제 파이가 좀 줄어들더라도 복지를 늘려주고 싶은 마음이 크죠.


커피파인더에서 열린 ‘함께 만드는 제주마을책’ 전시 모습

커피파인더가 어떤 공간으로 남고, 앞으로 어떤 것들을 더 이루고 싶으세요?
손님 한두 분이라도 이곳에 와서 뭔가 얻어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카페에 왔다가 뜻하지 않게 않게 본 전시에서 영감을 얻을 수도 있고, 느낄 수도 있는 거고요. 그리고 사업적으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운영을 하면서 보니 이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한계가 있어서 로스터리나 베이킹 쪽은 분리하는 걸 고민하고 있어요. 각 파트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공간의 재구성이나 확장을 고민 중이에요. 그래야 제가 이 공간에서 추구하는 것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연히 수익성도 높아질 수 있을 거고요. 올해 카페파인더 5주년을 기념해서 수익금의 일부를 곶자왈, 어린이재단에 기부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사업이 좀 더 성장하면 기부금도 더 커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아주 크게 봤을 때는 제 고향 제주도에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런 신념을 잘 지키고 실천하면 이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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