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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Oct 14. 2021

모빌리티 혁신 대담 ①

초정밀 버스위치정보 서비스로 본 제주의 모빌리티 혁신 가능성

제주의 초정밀 버스위치정보 서비스는 행정기관이 먼저 지역민의 불편함을 발견하고 민간기업과 협력해 서비스를 만들어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번 대담에서는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이 개방직 공무원의 자리에서 민관 협력 사업을 디자인한 노희섭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테크 수석전문위원을 만나 초정밀 버스위치정보 서비스를 중심으로 제주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눴다.





제주에 발을 디딘 IT 전문가


전정환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는 제주 모빌리티 산업의 선봉에서 초정밀 버스위치정보 시스템을 구축한 장본인이시죠. 얼마 전 공직에서 물러나셨다고 들었습니다.

노희섭 네, 제주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다시 민간 영역으로 옮겨 왔습니다.

전정환 위원님도 저처럼 제주토박이가 아닌데 이곳에 정착하게 되셨어요. 제주로 오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나요?

노희섭 대학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한 후 꽤 오래 IT 영역 개발자의 삶을 살았습니다. 벤처기업에서 자연어 처리 엔진을 만드는 개발자로 시작해서 비슷한 기술을 활용하는 검색 영역으로 발을 넓혔습니다. 그때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검색 엔진과 서비스를 만드는 작업을 했어요. 그러다 사용자들의 검색어나 클릭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SK마케팅앤컴퍼니에서 IT와 마케팅을 연결하는 일을 했습니다. 마케팅을 하다 보니까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이 궁금해졌고 신세계그룹에서 물류·유통 영역과 IT를 접목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때 데이터 자체에 흥미가 생겨 어느 곳에 데이터가 많을까, 고민하다가 통신사로 눈을 돌렸고 KT의 빅데이터 전문 자회사 NexR로 회사를 옮겼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빅데이터를 다루기 시작했고 CTO의 자리까지 올랐죠. 당시 처음으로 공공 행정에 빅데이터가 도입되던 시기여서 공무원들과 많은 일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공무원이라는 조직에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는 생각에 제주에 오게 되어 개방직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전정환 다양한 분야를 거쳤지만 늘 IT와 관련된 길을 걸어오셨네요. 2015년이었죠? 저희 둘이 같은 해에 제주에 터를 잡았습니다. 위원님은 도청 공무원으로, 저는 제주센터 센터장으로 새로운 환경에 발을 내디뎠어요. 그전까지 서울에서 살다가 지방 도시에서 지내게 된 건 처음이잖아요. 많은 차이점이 있었지만 저는 특히 이동성에 대한 차이를 크게 느꼈습니다. 위원님이 보시기에 서울과 지방의 이동성에는 어떤 차이가 있던가요?

노희섭 이동성은 도시의 집적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과 지방을 비교해보면 집적도의 차이가 엄청나요. 집적도가 떨어진다는 건 그만큼 거점들이 퍼져 있다는 얘기이고, 이동에 대한 니즈는 큰 반면 이동을 위한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자원의 문제도 있습니다. 버스 대수만 봐도 서울은 같은 노선이 5분에 한 대씩 올만큼 충분한데 제주를 포함한 지방 도시는 그렇지 못해요. 배차 간격도 길고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떨어지죠.
그러다 보니까 지방은 대중교통 대신 본인 소유의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자가 이동 수요가 굉장히 높아요. 각 거점이 퍼져 있는 상황에서 이것들을 연결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할 만큼 충분한 자원이 투입되지 못하니까 자가 이동에 대한 수요가 높은 거죠. 이건 모든 지방 도시의 공통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의 이동성 개선에 주목한 서비스


전정환 위원님은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시죠?

노희섭 저는 차가 없어요. 모빌리티 이야기를 하러 왔는데 차가 없네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전정환 저도 버스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에요. 서울에서는 대중교통이 워낙 잘 되어 있었고 또 버스를 타던 습관이 있어서 제주에 와서도 그렇게 하고는 있는데요. 아무래도 말씀하신 여러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위원님도 제주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불편함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 점이 초정밀 버스위치정보 서비스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나요?

노희섭 제주는 대중교통의 종류가 많지 않아요. 모든 대중교통 이동 수요가 버스에 집중되어 있는데 버스 대수도 많지 않아서 배차 간격 문제가 있고요. 또 버스 운행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제공되지 않았어요. 당시 제주도는 아주 기본적인 버스정보시스템 체계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지방 도시들이 그런 체계를 활용하고 있어요. 전통적인 BIS(버스정보시스템)에서는 정류장과 정류장 간의 이동 시간은 거의 고정 값으로 설정하고 정류장을 통과할 때 출·도착 정보를 업데이트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버스가 빨리 도착하거나 지연되는 사항들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해요. 정류장과 정류장의 거리가 멀고 버스 한 대당 배차 간격이 긴 지역에서는 이 버스가 언제쯤 도착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근데 그런 부분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당히 많은 분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걸 해결해 보자는 접근이 제주 초정밀 버스위치정보 서비스의 시작이었습니다.

전정환 저도 공감해요. 서울에서는 정류장이 굉장히 촘촘하고 많은 버스가 짧은 간격으로 오가고 노선도 다양해서 불편함을 못 느꼈지요. 그럼 위원님은 당시 공무원의 자리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구상을 하셨나요?


노희섭 지금까지의 교통 정책은 트렌스포테이션(이동 수단)의 관점에서 논의되어 왔어요. 그런데 모빌리티라는 건 이동수단을 포함하는 더 넓은 영역이에요. 기존까지는 공급자의 입장에서 이동수단을 어떻게 제공할 것이냐를 주로 다루었다면 이제는 이용자가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나 가능성을 어떻게 택하게 만드느냐로 주제를 바꿔야 됩니다.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면이 아니라 이용자가 대중교통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부분을 해결해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관점으로 접근했습니다.
모빌리티의 여러 영역을 검토하다가 세 가지 결론을 내렸어요. 첫 번째는 규모 있게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거점 이동 수요에 대해 대중교통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생기더라도 대중교통의 역할은 반드시 있다는 결론이 하나 있었고요. 두 번째는 대중교통은 독립적인 수단이 아니라 모빌리티 생태계 속 하나의 요소이기 때문에 다양한 모빌리티 플랫폼과의 연계 구조를 고민해야 된다는 결론이었고요. 세 번째로 모빌리티 비즈니스는 도로나 신호체계 같은 지역 인프라와 지역의 교통정보 시스템과 여러 통신 시설을 포함한 지역 특화 데이터에 기반한 로컬 비즈니스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전정환 공급자 중심이 아닌 이용자 관점에서 이동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제주의 초정밀 버스위치정보 서비스는 사용자 관점에서 무엇이 달라졌나요?


자료출처: 노희섭

노희섭 초정밀 버스위치정보 서비스는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는데요. 버스마다 와이파이가 달려있기 때문에 버스는 항상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플랫폼이었죠. 여기에 위치 센서를 부착해 일종의 IoT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그 위치 정보로 버스가 현재 어디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생산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 서비스를 통해서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할 시간을 훨씬 더 정확하게 측정하고 예측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진 겁니다. 전통적인 BIS에서는 ‘곧 도착’으로 나오는데 10분, 20분 혹은 그 이상 기다린 적 있을 거예요. 또는 ‘10분 후 도착’인데 갑자기 ‘1분 후 도착’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고요. 기존의 BIS가 연속된 데이터가 아닌 정류장 단위로 분리된 데이터를 수집했기 때문에 데이터 업데이트의 신속성이 떨어지는 일이 잦았어요. 저희 시스템에서는 위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기 때문에 버스가 정류장에 언제 도착하는지 이용자가 정확히 알 수 있게 됩니다.


전정환 저는 출근할 때 엘리베이터에서 버스를 검색하곤 해요. 오늘은 7분 남았다고 나와서 뛰기 시작했습니다. 정류장까지 가려면 건널목을 지나야 되는데 횡단보도 초록불이 깜빡거리고 있었어요. 그때 버스를 한 번 더 검색해 보니까 5분 남았다기에 다음 신호에 건너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판단이 불가능했어요. 5분 후 도착이라고 쓰여 있어도 과연 정말 5분일까 의심했었죠.

노희섭 맞아요.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니까 대중교통 사용자들의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어요. 지금 뛰어가서 탈건지 이따가 탈 건지, 관광객이라면 지금부터 기다릴 건지 고기 국수 한 그릇 먹고 올 건지. 이런 것들을 판단할 수 있게 된 거죠.
또 실시간으로 운행 데이터를 수집하기 때문에 사고에 대한 대응도 빨라요.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시속이 높이 오르는데 이런 경우를 감지해서 자동으로 경찰이나 119에 연결되는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용 편의성뿐 아니라 안전 측면에서도 크게 강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정환 이 기술과 연계하여 서비스를 확장할 만한 영역도 있나요?

노희섭 같은 기술을 소방차에 적용했습니다. 실제로 지금 제주에 있는 소방차 140대가 실시간 모니터링 되고 있고 출동할 때는 도로 정보와 신호체계와 연동해서 최적 루트로 가장 빨리 도착하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또 다른 확장모델로 특수학교 통학버스가 있어요. 특수학교 통학버스의 경우 정해진 순서와 루트 없이 그때그때 우선순위에 따라 바래다주다 보니 학부모는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초정밀 위치정보 서비스를 활용해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메신저로 알려준다면 더운 날, 비오는 날 더 이상 밖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죠.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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