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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Oct 19. 2021

혁신을 가능케 하는 쏘카의 DNA

천창익 쏘카 제주사업그룹장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분야로 꼽히는 카셰어링. 한국의 카셰어링 선두주자로서 2001년 제주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쏘카가 어느덧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창립부터 함께해온 천창익 그룹장은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쏘카의 DNA에 답이 있다고 말한다. 모빌리티 분야 최초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쏘카의 DNA는 무엇일까?





제주에서 창업한 쏘카가 올해 10주년이 되었어요. 창립 멤버로서 처음 창업을 시작하던 이야기부터 부탁드립니다.
제주에서 시작한 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쏘카의 DNA에서 기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시 제주는 가구당 소득은 낮은 반면 차량 보유 대수는 되게 높았어요. 대중교통이 활성화되기 힘든 환경 때문이었죠. 차를 소유해야 하니 가계 소득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고 주차 면적이나 도로 같은 사회간접자본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실정이었고요. 또 내연기관차가 많다는 건 환경적인 위협도 되니까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할 이동 솔루션에 대해 고민했어요. 그 결과 카셰어링이 대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주의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게 쏘카의 시작이었어요. 당시 제주는 인력과 인프라 측면에서 사업을 테스트하기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사회 문제 해결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소셜벤처이기 때문이고 이게 바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쏘카의 DNA입니다.


매해 기업 가치를 갱신하며 빠르게 성장해 왔고 모빌리티 분야 최초로 유니콘 기업이 되었습니다. 쏘카만의 성공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또한 DNA에 달렸다고 할 수 있겠네요. 카셰어링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은 굉장히 무거워요. 일단 차를 사야 되고 주차장을 임대해야 되고 오퍼레이팅도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아서 투자가 없으면 지속하기 힘듭니다. 계속해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 회사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데 쏘카는 DNA라고 할 수 있는 명확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도해왔던 역사가 있어요. 이 점이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회사가 어떤 중심을 가지고 있고 어떤 철학과 미션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한 성공 요인입니다.


뚜렷한 철학이 중요하군요. 사업 진행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사업 초기에는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카셰어링이 새로운 서비스이기는 하나 국내 법령에서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안에서 렌터카 기업과 같은 자격으로 사업을 영위해야 해요. 제주에서 렌터카 사업을 시작하려면 100대 이상의 차를 소유해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업에 많은 차를 구매해야 한다는 리스크가 있었죠. 당시에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대중화되지 않은 시기였는데도 환경에 가하는 위협을 저감하고자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서비스에 이용됐던 건 20대 정도였고 80여 대는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어요. 차는 운행하지 않으면 방전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80대를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또 카셰어링에 이용되던 차는 세차하고 고장 난 곳은 없는지 직접 점검하고는 했어요. 그러다가 조금씩 고객이 늘어나자 문의 전화가 많이 왔습니다. 생소한 서비스이다 보니까 문은 어떻게 여는지, 반납은 어떻게 하는지, 주유 카드는 어디 있는지 등 문의가 줄을 이었죠. 그때 직원이 5명 정도였는데 매일 돌아가면서 회사 핸드폰을 들고 퇴근했어요. 이용객은 24시간 서비스를 이용하니까 야간에도 전화를 받기 위해서였죠. 고객센터도 없었으니 개발자, 마케터, 오퍼레이터에 상관없이 퇴근 때마다 핸드폰을 들고 갔어요. 당시에는 고객 대응 매뉴얼도 없고 어떤 게 문제인지 저희도 모르는 상황에서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서비스를 향상시켜나가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초창기부터 CS에 신경을 많이 썼네요. 쏘카가 서비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지금의 쏘카에게는 고객을 만족시킬 만한 충분한 완성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처음 만든 서비스라면 시장의 검증을 위해 80% 완성됐을 때 출시해서 소비자의 반응을 토대로 100%로 빠르게 성장하는 게 중요하겠죠. 그런데 창립 10주년인 쏘카가 아직도 고객에게 양해를 요구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과거에는 속도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서비스의 완성도 또한 중요합니다.


전기차 접근성 개선에 큰 역할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최근에는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대수를 크게 늘리기도 했고요. 초소형전기차를 포함해서 전기차 서비스를 확대하는 이유와 전기차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나요?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내놓는 시장의 전망을 저희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동화가 마치 내연기관의 모든 단점을 없애는 형태로서 나타나지만은 않을 거예요. 새로운 시작에는 여러 문제가 파생될 거고 그 문제를 먼저 이해하고 준비하는 게 필요해요. 예를 들어 100% 전동화된 도시에 천재지변으로 전력이 모두 차단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동이 불가한 상황이 될 텐데 이걸 막기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등의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관한 노하우를 먼저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초소형전기차의 경우, 이게 아주 독특한 이동수단이에요. 주행거리가 짧은 대신 도심지에서의 이동성이 강화되어 있어요. 작으니까 주차도 용이하고 좁은 골목길에서도 초보자가 무리 없이 달릴 수 있어요. 저희 고객들은 20대가 많은데 20대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반면 운전 경험이 적다 보니까 자동차에 대한 사용성은 낮아요. 그들한테 초소형전기차를 단 10분씩이라도 대여해 준다면 운전 경험과 이동성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현재 제주대학교와 목포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제주대학교 캠퍼스에서 초소형전기차를 운영하고 있어요. 전국구 기업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제주를 기반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이유가 있나요?
제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션이 가장 큰 이유일 것 같아요. 10년 지났는데 그 문제를 해결했냐 물으면, 해결 못 했습니다. 그럼 변화의 수준이 어느 정도냐 물으면, 미비해요. 지금까지의 10년은 이 사업이 만들어짐으로써 생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었다면 그 문제들을 우리가 어느 정도 완성도 있게 해결한 다음에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제대로 실행해보려고 해요.
제주는 한 해도 꺾인 적 없이 매년 차가 늘고 있어요.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전략에서 지금의 36만 대 소유 차량을 10년 뒤에 52만 대까지 늘 거라고 예측하고 있고 그중 70%를 전기차로 바꾸자고 계획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전에 36만 대를 유지하거나 혹은 더 감소시키는 방법에 대한 노력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아무도 고민하는 곳이 없어요. 52만 대 늘었을 때의 70%가 아니라 32만 대 안에서 50%가 더 의미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질문과 그러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고민은 제주도청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하면 훨씬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제주에 계속 있어야 합니다.


제주대학교 내에서 운영 중인 초소형전기차


자율주행 서비스 기업인 라이드플럭스와 공유 전기자전거 기업인 나인투원과 협업하고 있는데 MaaS 같은 비전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맞아요. 큰 비전이죠. 차를 소유하지 않고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이동 서비스를 경험하게 되잖아요. 비행기를 타거나, 비행기 타기 전에 택시를 타거나, 택시 타기 전에 큰길까지 나가거나 혹은 지하철 타러 가기 전에 역까지 가거나 등의 경로에서요. 차를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여러 가지 이동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데 그런 복합적인 이동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각각의 플랫폼에서 예약하고 결제할 게 아니라 내 여정을 한 번에 큐레이션 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있으면 편의성을 높일 수 있겠다는 게 MaaS에서 이야기하는 비전이에요.
그리고 그 모습을 누가 잘 구현할 수 있을지가 현재 모빌리티 시장의 싸움인 것 같아요. 타다나 나인투원이나 라이드플럭스처럼 쏘카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데이터와는 달리 다른 곳에서 서비스 전문성을 높이고 있는 회사들과의 투자나 협업 또는 인수를 통해서 그 외연을 확대해 나간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카셰어링 분야 선두주자로서 공유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셰어링이 번역하면 공유니까 공유경제에 속하는 것 같은데 이 서비스의 속성을 들여다보면 접속경제라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음반을 사서 들었다면 지금은 스트리밍으로 듣잖아요. 필요할 때 접속할 수 있는 가상의 음악 창고가 있는 거죠. 언제든지 접속할 수 있는 자산이 어딘가에 있고, 그래서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적절한 설명인 것 같아요. 이 개념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극대화되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거라 예상합니다. 최근에는 접속경제가 흔히들 말하는 구독경제의 형태로 나타나요. 언제든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독의 형태로 이용하는 거죠. 쏘카에도 패스포트라고 구독 서비스가 있습니다. 패스포트에 가입하면 구독하지 않은 상태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차량을 이용할 수 있어요. 쏘카가 여행이나 출장 같은 특별한 이벤트에만 사용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내 차 같은 차로의 확대가 우리가 기대하는 시장이에요.


쏘카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이동 문제 혁신을 통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게 우리의 비전이에요. 의식주뿐만 아니라 이동 또한 삶에서 중요한 요소인데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고, 정부에서는 어떤 정책적인 준비를 하고, 사회적인 인식은 어떠한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돼요.
또 그 챌린지를 우리 같은 기업이 해야 하는 거 아닌지도 논의할 수 있겠고요. 삶 속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동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고 그로 말미암아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것, 그러면 우리는 우리 역할을 다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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