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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Oct 20. 2021

제주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시대를 그려가다

정하욱 라이드플럭스 부대표

한국에서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완성시키고 있는 기업이 있다. 얼마 전까지 제주공항과 렌터카 차고지를 오가는 자율주행 셔틀을 운영했고 곧 더 넓은 거리에 서비스 론칭을 앞둔 라이드플럭스의 정하욱 부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창업 초기부터 함께하셨죠? 라이드플럭스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박중희 CEO와 윤호 CTO가 라이드플럭스의 공동 창립자예요. 자율주행과 로봇 공학이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박중희 CEO가 미국에서 자율주행 로봇 공학 연구를 해왔습니다. 그러다 한국으로 들어와서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관련 회사에서 근무했고 그때 자율주행 서비스, 즉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닌 서비스를 위한 연구개발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래서 같이 일하던 윤호 CTO와 라이드플럭스를 창업하게 된 겁니다. 이후 핵심 개발자들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저도 함께하게 되었고요.


현재 제주를 배경으로 많은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에는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처음에는 여의도에서 시작했어요. 제주로 오기 직전에는 광화문에 있었고요. 그러다 창업 1년 정도 됐을 때 서울이 아닌 곳에서 실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율주행 기업에는 기술 테스트가 중요한데, 서울은 도로 정체가 비일비재하다 보니까 테스트를 위해 5km를 가는 데 한 시간이 걸린 적도 있어요. 또 워낙 넓고 수요가 다양해서 작은 규모의 회사가 서비스를 시작할 만한 적절한 모델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에 반해 제주는 관광객이 많고 그들 대부분 차를 가지고 오지 못하니까 서비스 타깃을 설정하기 비교적 수월해요. 그런 패턴화된 수요를 충족시키는 자율주행 서비스를 대중에게 체험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제주로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말씀하신 ‘패턴화된 수요’가 자율주행 서비스 개발에 있어서 어떤 이점이 있는 건가요?
모든 사람은 이동 수요가 있어요. 본인 소유의 차를 타고 다니기도 하고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타고 다니기도 합니다. 제주에 온 관광객은 본인 소유의 이동수단 없이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모빌리티 서비스를 사용해야만해요. 대부분은 그 수요를 렌터카나 택시, 버스로 충족시키고요. 그 과정에서 자율주행 승객 이동 서비스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봤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관광객이 공통으로 요구하는 이동 서비스가 있으면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적은 수의 차와 소규모의 서비스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모델이 있을 테니까요.
라이드플럭스는 작년부터 올해 2월까지 제주공항과 쏘카 스테이션 간 자율주행 셔틀을 운영했습니다. 이 실험을 예로 들자면, 제주가 아닌 곳에서 운영했다면 그 지역의 지역민이 주된 이용자였을 겁니다. 국내에 운영되고 있는 자율주행 서비스들은 아직 발전 단계이기 때문에 택시보다 느릴 수 있고 이동수단 자체로만 본다면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어요. 이 경우 한번 실망하게 되면 다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인을 만들기가 매우 어려운데요. 제주에 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면 전국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이용자를 유치할 수 있고 다양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서비스의 질과 기술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셔틀에 탑승하는 이용객


직원들이 가족을 이끌고 제주로 이사한 게 한 기업의 이주가 이뤄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제주에서의 삶은 어떤가요?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니 다들 부담이 됐을 텐데도 회사가 잘 돼야 한다는 일념으로 모두 흔쾌히 와주었어요. 직원들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주에 와서 직원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다양해진 것 같아요. 서울과 똑같이 생활하는 분들이 있는 반면 제주 라이프를 즐기는 분들도 있어요. 육지에서는 쉽게 하지 못하는 레저나 스포츠, 예를 들면 승마나 서핑, 골프 같은 걸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일할 때는 일하고 놀 때는 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서 좋아요.
이주를 앞두고 사무실 위치를 정할 때 고려한 점이 한 가지 있는데요. 언제든 바다를 보러 갈 수 있는 게 제주 생활의 장점이라지만, 저희 사무실은 제주에서도 가장 번화가인 노형동에 있어요.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는 급격한 환경 변화에 불편이 생길까봐 였어요. 서울처럼 백화점이나 예술의 전당은 없어도 큰 마트나 식당, 상가가 있는 곳이니까 어느 정도 도심의 생활도 충족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또 차가 없는 직원이 많기 때문에 걸어서 출퇴근하기 용이한 지역을 택한 것도 있습니다. 실제로 오랜 통근 시간 동안 복잡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제주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출퇴근하면 기분이 좋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직접 와보니 제주의 환경은 자율주행 기술을 테스트하기에 어떤 특징이 있던가요?
제주는 환경이 아주 다양해요. 도심 지역도 있고 고속으로 내달려야 되는 간선 구간도 있고 보도와 차도의 구분 없이 복잡하게 주정차 되어 있는 이면도로도 있고요. 또 출퇴근 시간에는 차가 많다가도 밤에는 한산해지니까 원하는 정체 정도를 골라서 테스트를 해 볼 수 있어요. 이런 다양한 환경이 10~15분 거리 내에 다 있다는 것도 굉장히 큰 장점이고요. 또 한라산 때문에 동쪽이 날씨가 좋아도 서쪽은 날씨가 안 좋은 경우가 있어요. 화창한 곳에서 실험하다가 갑자기 안개를 맞닥뜨릴 수 있는 거죠. 짧은 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고 다양한 환경이 있다는 점에서 제주는 아주 좋은 테스트 베드입니다.


자율주행 차량의 경로 탐색 모습
자율주행 차량의 실제 주행 모습


라이드플럭스의 사업을 돌아보면 쏘카와의 협업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어떻게 시작된 인연인가요?
쏘카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와 자율주행 기술 간의 밀접한 관계에 공감했고 시드 투자를 시작으로 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작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제주공항과 쏘카 스테이션을 오가는 자율주행 셔틀을 운영하면서 특정 구간 안에서 반복 실험을 해왔고요. 지금은 셔틀 운영을 마무리한 후 다음 서비스를 위한 연구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업이 카셰어링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어떤 미래를 그려갈 수 있다고 보세요?
카셰어링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어요. 쏘카처럼 차량을 빌려서 내가 직접 운전하는 게 있고 또 하나는 대중교통이에요.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면 이 두 가지가 합쳐질 거로 봐요. 차량을 빌리지만 내가 운전하지 않는 형태인 거죠.
개인 소유 차량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주차장에 멈춰있어요. 하지만 완전자율주행이 대중화되는 시대가 온다면 내가 안 타는 시간에 내 차가 다른 사람을 태우는 데 쓰이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여기서 더 나아가면 아예 차를 소유하지 않는 비율이 높아질 거예요. 아직 먼 미래지만 그런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자율주행과 카셰어링이 접목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을 겁니다.


라이드플럭스가 현재 진행 중인 서비스는 무엇인가요?
국토교통부에서 제주공항부터 중문관광단지까지를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로 선정했습니다. 라이드플럭스는 이 구간을 새로운 테스트 베드로 삼았어요. 공항부터 중문관광단지의 몇 개 정류장까지 이동하는 자율주행 셔틀을 10월에 론칭할 예정입니다. 쏘카 스테이션보다 구간이 길어서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더욱 고도화된 기술로 철저히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정하욱 부대표


셔틀이 완전자율주행으로 운행된다고 알고 있는데 라이드플럭스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정량적 지표가 있는 게 아니라서 어느 수준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워요. 흔히들 5단계의 레벨로 구분하는 완성차 기업의 기술과 저희처럼 자율주행 서비스를 하는 곳의 진행 방향이 다릅니다. 해외의 자율주행 서비스 기업과 비교하고자 해도 서비스 지역의 난이도나 서비스의 규모, 공개 여부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기술 수준을 파악할 뿐입니다. 아무래도 제주공항에서 중문관광단지까지의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는 혼잡 지역, 고속 구간을 지나고 국내 시범운행지구 중에서 가장 장거리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셔틀에 운전자가 항상 동승하고 있습니다. 운전자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당연히 지금은 기술이 완벽하지 않으니까 항상 안전요원(운전자)이 있어야 하고 운행 중 위급상황에 직접 핸들을 잡으면서 개입하고 있습니다. 개입한 상황의 데이터를 엔지니어들이 분석하고 개선해서 지속적으로 시스템 안전성을 높이고 있고요. 자율주행 연구 개발에 있어서 안전요원은 필수입니다. 사람이 타지 않으면 실험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에요.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한 위험한 돌발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사람이 없어도 가능한 안전한 실험만 한다면 기술 개발에 한계가 있고 실제로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안전한지 충분한 검증을 할 수 없을 거예요. 10월에 출시하는 셔틀에서도 안전요원은 계속 동승할 겁니다.


제주 해안도로를 달리는 라이드플럭스 차량


라이드플럭스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크게 세 가지입니다. 더 넓은 지역에서 자율주행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영역을 확장하는 것, 차량 대수를 늘리는 것,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 그중에서도 완성도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겠고요. 발전이 가속화되면 카셰어링 기업과의 협업처럼 차량 호출 서비스와 협업해서 자율주행차를 호출하는 미래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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